공차의 시스템화 VS 탕후루의 소멸, 디저트산업의 흥망을 결정짓는 3가지
자극의 인플레이션: 왜 더 달고, 더 바삭해야 하는가
두바이 초콜릿과 이를 변주한 ‘두쫀쿠(두바이 초콜릿 쫀뜩 쿠키)’의 인기는 단순한 신제품 흥행이 아니다. 이는 ‘달콤함’이라는 미각 자산이 어떻게 자본과 결합해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공차, 탕후루, 요아정, 그리고 두바이 초콜릿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유행의 교체를 목격했다. 어떤 것은 견고한 브랜드로 생존했고, 어떤 것은 찰나의 밈(Meme)으로 소멸했다. 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설탕의 농도가 아니라 ‘구조의 설계’에 있다.
공차 모델: 제품이 아닌 ‘카테고리’를 점유하라
공차는 2010년대 초반 한국에 상륙한 이후, 수많은 ‘당(糖) 열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흑당 버블티가 반짝하고 사라질 때도 공차가 살아남은 이유는 명확하다. 공차는 특정 메뉴가 아니라 ‘버블티’라는 음료 카테고리 자체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도, 얼음 양, 토핑을 조절하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구축해 버블티를 단순한 간식에서 일상적인 음료 루틴으로 전환했다. 유행은 ‘신기해서 먹는 것’이지만, 산업은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에서 탄생한다. 공차는 유행을 넘어 ‘버블티 인프라’를 장악함으로써 스스로 카테고리의 앵커(Anchor)가 되었다.
탕후루의 함정: 낮은 진입장벽과 서사의 부재
반면, 한때 거리를 장악했던 탕후루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탕후루는 숏폼 시대에 최적화된 시청각적 자극(ASMR과 비주얼)으로 폭발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몰락의 원인이 되었다.
첫째,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았다. 과일에 설탕물을 입히는 단순한 구조는 우후죽순 격의 미투(Me-too) 브랜드와 자영업자의 난립을 불렀고, 이는 곧 공급 과잉과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둘째, 서사의 깊이가 얕았다. 탕후루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을 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정체성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진화하지 못했다. 자극은 강했지만, 그 자극을 뒷받침할 구조적 가치가 부재했던 것이다.
도파민의 공생: ‘마라’가 부르고 ‘두바이’가 답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디저트 트렌드가 한국 특유의 ‘매운맛 열풍’과 동행한다는 것이다. 마라탕과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극단적 매운맛은 뇌의 도파민을 강하게 자극한다. 그리고 뇌는 이 통증과 자극을 상쇄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농도의 달콤함을 요구한다.
떡볶이 뒤에 오는 아이스크림, 마라탕 뒤에 오는 탕후루나 두바이 초콜릿은 우연한 조합이 아니다. 이는 ‘자극의 균형’을 맞추려는 도파민 루프의 일환이다. 매운맛의 강도가 세질수록, 디저트 시장 역시 어중간한 단맛보다는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 면이 결합된 두바이 초콜릿처럼 ‘극단적으로 농축된 단맛’에 열광하게 된다.
두바이 초콜릿은 생존할 것인가: 3가지 전략적 변수
그렇다면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는 탕후루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카테고리로 안착할 것인가. 성공 가능성은 다음의 세 가지 구조적 강점에 달려 있다.
첫째, 프리미엄 서사의 확보: 두바이 초콜릿은 중동의 이국적인 이미지와 고가의 피스타치오, 수입 원재료라는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단순 길거리 간식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선물’ 혹은 ‘특별한 경험’이라는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카테고리의 확장성: 탕후루는 과일이라는 소재에 갇혀 있었지만, 두바이 초콜릿의 핵심 요소(피스타치오+카다이프+초콜릿)는 쿠키, 케이크, 빙수, 크로와상 등 다양한 디저트 포맷으로 무한 변주가 가능하다. ‘두쫀쿠’는 그 확장의 서막일 뿐이다.
셋째, 소비 주체의 성숙: 10대 중심의 유행이었던 탕후루와 달리, 두바이 초콜릿은 구매력을 갖춘 2030 여성층의 ‘보상 소비’와 결합되어 있다. 가격 저항선이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장의 객단가를 높이고 브랜드화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유행은 자극으로 시작하고, 산업은 구조로 완성된다
디저트 시장의 세대교체는 단맛의 농도가 아니라, 브랜드 설계의 깊이에 의해 결정된다. 두바이 초콜릿이 밈(Meme)을 넘어 산업(Industry)으로 남기 위해서는 공급의 희소성을 조절하면서도 품질의 표준화를 이루는 ‘공차식 시스템’을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달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고객의 일상 속에 어떤 맥락으로 침투할 것인가, 그리고 경쟁자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우리만의 ‘서사적 기술’이 있는가. 두쫀쿠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비즈니스의 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유행은 흐르지만, 구조를 설계한 자는 남는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