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키아프, 4일의 열기를 365일로

XR로 여는 예술의 두 번째 무대

by 신승호

매년 9월 첫째 주, 서울은 잠시 다른 도시가 된다. 거리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컬렉터, 큐레이터, 갤러리스트들이 넘나들고, 호텔 라운지에서는 작품과 작가, 그리고 거래 이야기가 영어, 불어, 중국어, 일본어로 오간다.


서울 강남 코엑스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동시에 열리며, (9월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 두 행사가 나란히 열리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드문 ‘듀얼 아트페어’로 주목받으며 한국 미술시장의 위상 상승을 이끌고 있다. 세계 미술 시장의 최정점과 한국 미술계의 심장이 한 공간에서 뛴다.


2022년 처음 서울에 상륙한 프리즈(Frieze)는 이미 런던·뉴욕·LA를 장악한 세계 2대 아트페어 중 하나다. 가고시안, 하우즈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톱 티어 갤러리가 부스를 열고, 프랜시스 모리 전 테이트모던 관장, 마이클 고반 LA카운티미술관 관장,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같은 세계적 인사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다.


올해도 30개국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LG OLED가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로 합류했다.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와 공동 개최되는 이 행사는 ‘서울의 9월’을 세계 미술계의 캘린더에 굵게 새겼다.


하지만 이 강렬한 일주일은 유효기간이 짧다. 화려한 부스, 퍼포먼스, 필름 상영, 아티스트 토크 모두 현장에서의 경험에 의존한다. 작품은 판매되면 사라지고, 전시는 해체된다. 국제적 이목이 집중된 순간이지만, 끝나는 순간 그 에너지는 증발한다. 행사 후에도 관람객과 컬렉터가 그 경험을 재소환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 지점에서 ‘XR 전시 확장’이라는 전략이 필요하다. XR(확장현실)은 단순한 디지털 전시가 아니라, 실제 공간의 전시를 3D 스캔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로 그대로 재현해 ‘디지털 쌍둥이 전시장’을 만든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부스 배치, 작품, 조명, 심지어 현장의 동선까지 그대로 구현하면, 누구든 VR 헤드셋, 모바일, 웹 브라우저로 365일 언제든 접속해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 아트위크는 단순히 4일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 상시 운영되는 글로벌 아트 허브로 확장된다. 뉴욕의 컬렉터가 시차를 두고 작품을 감상하고, 런던의 미술 애호가가 가상 부스를 거닐다 작품 구매를 바로 진행할 수 있다.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의 퍼포먼스나 프리즈 필름도 XR 공간에서 인터랙티브 재생이 가능해진다. 관객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이는 현장 관람보다 깊은 몰입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XR 전시는 아카이빙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단순 영상 기록이 아니라, 작품의 3D 데이터, 작가 인터뷰, 전시 히스토리, 판매 기록, 관람객의 동선과 반응 데이터까지 모두 메타데이터로 저장된다. 이 데이터는 향후 전시 기획, 작가 브랜딩, 후원사 ROI 분석에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특정 작품 앞에서 사람들이 평균이상 머물렀다면, 다음 전시에서는 해당 작가를 메인 큐레이션에 배치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또한 아카이빙은 ‘서울 아트위크의 역사’를 구축하는 자산이 된다. 해마다 XR로 축적된 전시 기록이 쌓이면, 10년 후에는 ‘서울 미술의 진화’를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 홍보나 기록을 넘어, 세계 미술사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위상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결국, 프리즈와 키아프가 물리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서울의 9월’ 브랜드는 이제 가상 공간에서도 동일한 무게를 가져야 한다. 그럴 때, 서울은 아시아 아트 허브를 넘어 글로벌 예술의 디지털 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


신승호 KMJ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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