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2025년, 우리는 더 이상 메타버스를 ‘가상 놀이터’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산업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화 도구로, 소비자 보호 수단으로, 교육 격차 해소의 대안으로 메타버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정책은 기술적 R&D 중심, 혹은 일회성 이벤트 중심에 머물러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에 뿌리내린 경험 설계형 메타버스 정책이다.
첫째, 건설·부동산 분야는 메타버스의 실질적 효용성을 가장 먼저 입증할 수 있는 분야다. 분양 전 ‘가상 모델하우스’를 통해 소비자는 마감재, 구조, 옵션 등을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지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분양 후 발생하는 각종 하자 분쟁과 불만을 줄이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다. 정부는 가상 모델하우스 제작을 제도적으로 유도하거나 일정 조건에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를 제작하는 기업에는 실증 사업과 인센티브를 통해 초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유통·마케팅 분야에서는 팝업스토어의 콘텐츠 생애주기를 메타버스를 통해 확장할 수 있다. 수많은 K브랜드들이 로컬 팝업스토어에서 탄생하고 있지만, 그 경험은 시간과 장소에 제한받는다. 팝업스토어를 360도로 기록하고 XR 콘텐츠로 재구성하면 글로벌 소비자와 바이어에게도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마케팅 예산에 XR 콘텐츠 제작비를 포함하거나, ‘XR 기반 글로벌 콘텐츠화’를 위한 전용 예산 구좌를 신설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교육 영역에서는 메타버스·AI·XR을 활용한 방과후 창작 수업 도입이 절실하다. 이 기술들은 교과 지식보다 창의적인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적합하다. 특히 지방·농어촌 학생들에게는 디지털 격차 해소뿐 아니라, 미래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XR 영상 제작, AI 스토리텔링, 아바타 오디션 등은 단순한 수업을 넘어 진짜 포트폴리오로 이어진다. 정부는 실험적인 커리큘럼을 방과후 학교에 시범 도입하고, 교육 인증제와 연계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메타버스 기반 콘텐츠와 인프라에 대한 ‘업무용 자산 인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미술품은 일정 보유 기간과 금액 요건을 충족하면 세무상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법인세 절감 효과도 크다. 하지만 몰입형 LED, XR 콘텐츠, 아바타 설치물 등은 제도 밖에 있다. 이를 ‘5년 이상 상시 운영’ 조건 하에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감가상각을 통한 세금 절감, 회계 투명성, 자산 가치 증가, 브랜딩 자산 확보 등 실질적인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제안은 단지 이론이 아니다. 언론, 기업, 학계에서 이미 ‘글로벌 메타버스 AI 영화제(GMAFF)’, XR 기반 팝업 콘텐츠 제작, 멧플루언서 창작자 커뮤니티, AI 교육 툴 실험 등 다양한 민간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움직임을 제도적으로 연결하고 키워내야 한다.
기술이 아닌 경험, 소유가 아닌 참여, 전시가 아닌 실사용 기반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한국은 진정한 ‘경험 설계 중심의 메타버스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신승호 KMJ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