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통증은 토요일 오후에 오는가
밤 9시 글쓰기. 24.10.07. 치통 잇몸치료 치과
by
쿰파니스
Oct 11. 2024
타이레놀 한 알, 가라앉지 않는다.
다시 한 알,
또 한 알.
이러다 약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다.
겁이 덜컥났다.
나만 그런가.
치통은 항상 토요일 오후에 찾아왔다.
어설픈 통증은 진통제로 해결되지만,
된통 아플 땐 진통제도 소용없다.
허벅지를 바늘로 쑤시며 참을 인을 지우고 쓰기를 반복할 뿐이다.
잠을 설치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일요일을 보낸다.
정치하시는 분들, 치료하시는 의사분들.
주말에는 다들 아프지 않는다는 계시라도 들었나.
죄다 쉰다.
몰라서 그렇지 휴일에 아파 속수무책 돌아가신 분도 없지는 않을 터.
그런데 이게 또 환장할 일이다.
월요일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하다.
이런 일을 몇 번 당하고 나니 약이 올랐다.
언제일지 모를 토요일 오후 고통을 멀쩡한 정신으로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았다.
치과를 찾았다.
치주질환이란다.
잇몸 치료를 권했다.
주말 통증을 다시는 만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쁨에
하마터면 인디언 소리를 내며 치료 의자에서 뛰어내릴 뻔했다.
기쁨도 잠시,
잇몸 치료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스케일링을 먼저 받으란다.
선생님, 저 두 주 전에 스케일링했는데요.
씨알도 안 먹혔다.
하긴 치과의사가 입에 달고 사는 이야기가,
“스케일링 하셔야죠.”
“이 빼셔야겠는데요.”
딱 두 가지인데.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50년 조금 넘는 세월 살면서 치과의사 권고를 다 들었다면,
치아 다 빠진 합죽이가 되었을 것이다.
청개구리 정신으로 지켜냈다.
의사 앞에서 환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스케일링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기절할 뻔했다.
“일주일 후 잇몸치료 하겠습니다.”
물었다.
“그 전에 아프면 어떡하죠.”
답이 명쾌하다.
“진통제 처방해 드릴까요?”
됐거든.
이 양반아.
집에도 많아.
치과를 나서며 진통제 생각이 났다.
서랍에 식탁 위에, 많이 있다.
잘 보관한다고 깊이 넣어 두고 찾지 못해 또 사고.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한 줄 모르고 까먹곤 한다.
급할 때 제일 먼저 찾으면서.
진통제도, 아내도.
치료가 끝나고 통증이 사라지면 또 있겠지만,
소소하고 너무 가까워 잊었던 것을 아주 쬐끔이라고 떠올렸으니,
한편으론 감사하다, 잠깐 스쳐가는 통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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