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하기 직전이 가장 괴로운 법
밤 9시 글쓰기. 24.10.08. 강원극 글쓰기
by
쿰파니스
Oct 11. 2024
1.
동서고금을 통틀어 쓸모없는 독서도 있을까?
있다.
바로, 글쓰기 책이다.
밑줄까지 그어가며 신의 계시처럼 읽어놓고 글 한 줄 쓰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이런 독서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나도 그랬으니까.
2.
가을 햇살이 좋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원으로 점심 소풍을 갔다.
반미바게트와 커피를 들고서.
<강원국의 글쓰기>도 챙겼다.
며칠째 글쓰기 책을 보고 있다.
예전에 보았던 것도, 처음 본 것도.
오늘 마지막으로 강원국 작가의 책을 읽었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처음 읽었던 글쓰기 책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였다.
작가의 자랑만 실컷 들었다.
다음은 생각나지 않는다.
여하튼 많이 읽었다.
나중에는 그게 그것 같아, 보았던 것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글쓰기 책을 많이 읽는다고 글 쓰는 실력은 늘지 않았다.
대개가 문학적 글쓰기 위주였고,
은혜로운 교조님의 신탁과도 같은 조언은 어느 정도 글을 쓸 줄 알아야 도움이 되었다.
완전 초보일 때 글쓰기 책은 해석 불가능한 외국어였다.
“간결하게 써라.”
“말하지 말고 보여 줘라.”
“'~의'나 '~것'을 쓰지 마라.”
“재미있게 써라.”
걷지도 못하는데 뛰는 것을 어찌 가늠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썼다.
한동안 쓰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나 지금 제대로 쓰고 있는 거야?
글쓰기 책은 그때 도움이 되었다.
약병 경고문처럼,
글쓰기 책에도 이런 문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초보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잘못하면 돈 버리고 시간 낭비할 수 있습니다.
잘 쓰든 못 쓰든 자기의 생각을 500자 이상 편하게 쓸 수 있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1년 남짓 글쓰기를 멀리했다.
한 번 멀어지니 다시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
두어 달 전 매일 원고지 5매 쓰기를 다짐했지만,
내일 또 내일,
매일 쓰지 말아야 할 핑곗거리만 생겼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자 며칠째 글쓰기 책을 가까이했다.
예전에 깨닫지 못했던 것이 보였다.
“이름 석 자 쓸 줄 알면 글쓰기 기초는 이미 닦였으니 무엇이든 일단 써라.”
<강원국의 글쓰기> 237쪽 글이 마음을 울렸다.
“오늘도 나는 성경 한 구절을 필사해서 아내에게 검사받는다.
숙제하기 전이 귀찮고 괴롭지,
막상 쓰고 나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귀한 말씀 주신 원국 아저씨께 어떻게 고마움 전해야 할지...
4.
소설가 김훈은 책상에 필일오(必日五)라고 써놓고,
매일 원고지 5매 분량의 글을 쓴다고 한다.
글쓰기 대가(大家)도 그러할진대.
매일 천자씩 쓰기로 다짐했다.
알람을 저녁 9시에 맞췄다.
어제부터 [밤 9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어떻하지,
둘째 날 벌써, 1천 300자를 써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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