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글쓰기 33] 24.11.10. 위내시경 위산 위경련 통증
머리가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한다.
그리고, 병도 키운다.
위통이 발병한 지 일주일째다.
지난 일요일 새벽 두 시에 시작되었다.
오늘 새벽 두 시에 더 심해졌다.
금식이 어려워 위내시경 검사를 계속 미루었으니,
첫 번째 통증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큰 병이 아니길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할 뿐이다.
두 번째 발병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귀가 얇은 게 문제였다.
믿음이 약하기도 하고,
욕심도 한몫했다.
지난 월요일, 초음파 검사를 했다.
의사는 위가 붓고 음식물이 붙어 있다며 흰쌀죽만 먹으라고 했다.
다른 음식을 물었을 때,
오랫동안 아프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고,
사이다처럼 톡 쏘았다.
삼일분 약봉지를 받았다.
먹는 건 여전히 부실했다.
다음 날 저녁 무렵 저혈당 증세가 나타났다.
손발이 떨리고 온몸이 뜨겁고 식은땀이 흘렀다.
75까지 떨어졌다.
머리맡에 설탕물을 두고 자리에 들었다.
이러다 굶어 죽겠다 싶어 밥으로 대체했다.
수액도 하나 맞았다.
회복 기미가 보였다.
여기서부터 문제다.
너무 앞서 나갔다.
의사 말만 믿었다간 못 먹어 쓰러진다고
잘 먹어야 한다며 의견이 분분했다.
급기야 아주 진한 닭죽을 먹었다.
어제는 낙지를 푹 고았다.
문제는 항상 휴일, 그것도 밤에 일어난다.
소화가 되지 않았다.
위경련 증상도 있었다.
배가 돌처럼 딱딱했다.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오늘 물만 먹고 종일 거닐었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겨우 멀건 쌀죽을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미련이 없다.
욕심 탓이다.
기력이 떨어진 게 아니고 소화를 못 시키는 환자 아니던가.
아무리 권해도 뜻이 뚜렷하면 안 먹으면 될 일,
그걸 권한다고 넙죽넙죽 다 받아먹었다.
의사는 분명 그리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었는데.
고통은 온전히 내 몫으로 남고.
권했던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느냐,고 몇 마디 거들 뿐이었다.
속쓰림에는 기본으로 위산 분비를 막는 약을 복용하니,
소화 기능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밥이야 꼭꼭 씹으면 침에서 탄수화물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나와
위액과 관계없이 소화가 되지만.
아프다 싶으면 팔랑귀가 되어 이런 기본적인 것도 생각나지 않고
무식한 일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곤 한다.
아프면, 평소 관심 밖의 일도 다 내 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믿음이 부족한 자여, 그대 이름은 환자일지니.
위내시경을 내일은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새벽에 찾아오는 속쓰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위산분비억제제를 먹거나, 물을 마셨더랬다.
참아 내야 하는니,
참아 내야 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