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잠깐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by 어린양

요즘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마케팅 정리나 공부 기록이 많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그 업무에 쓰다 보니 머릿속이 온통 그쪽 생각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원래는 그림도 그리고 캐릭터 이야기도 풀어내고 싶었는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결국 마케팅 자료로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에는 공부와 친구, 그리고 신앙만 챙기면 충분했습니다.

조금 더 나이 들어서는 일과 사람, 신앙과 취미를 붙잡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과 가족, 친구와 취미, 거기에 부업까지…

손에 쥔 것이 점점 많아집니다.

무엇 하나 쉽게 내려놓기가 참 어렵습니다.


균형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일과 육아, 가정과 집안일, 취미와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흘러갑니다.


그러면서도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친구들이 아이와 함께 놀러 와 주기도 하고,

온라인으로는 예전보다 훨씬 자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전화요금이 비싸서 아무 때나 연락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손 안의 작은 컴퓨터가 있고, 교통도 한결 편리해졌습니다.

그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만큼의 재정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느낍니다.


교회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날 수 있고,

집 가까이에 이웃과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 시간 동안은 마음껏 함께 놀 수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럼에도 신앙은 종종 마음에 걸립니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줄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와 함께 드리는 짧은 기도,

어린아이의 언어로 올리는 작은 고백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붙잡아주는 하늘가족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기도해 주는 분들에게 늘 고맙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신앙의 동역자이자 등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린양 이야기’를 더 자주 그리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아 속상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두려움이 더 있습니다.

내가 붙잡고 싶은 이 많은 것들이 자칫 우상이 되지는 않을까.

뒤를 돌아본 롯의 아내처럼 되지는 않을까.


가끔 꿈속에서 불타는 세계 속에 놓고 온 사진이나 가족의 물건을 찾으려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들곤 합니다.

때로는 그 앞에서 ‘어쩌지, 어쩌지’ 하며 발만 동동 구르다 깨어나기도 하지요.

깨어나면 안타까움과 허망함이 남습니다.

동시에, 붙잡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줄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씁니다.

언젠가 이 흔들림조차 제 그림과 글 속에 고스란히 담길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꼭, 잠깐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 마태복음 6:33


나이 들어 갈수록 붙잡고 싶은 것들은 점점 많아집니다.

저는 아직 그 사이에서 서툴게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늘어나는 ‘붙잡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균형 잡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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