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무게감
부정이 어느 날 밤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저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될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외로워요. 아버지...
생각해보니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뭐라도 되고 싶었나 봐요.
대필작가의 삶, 타인의 삶을 살아야 했던 부정이 말하는 "뭐라도"는 아마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는 경험의 부재에서 온 한탄이 아니였을까?
일본 작가 <다자이오사무>의 인간실격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책과 드라마의 서사는 다르게 전개된다. 그러나 드라마 전반에 등장하는 염세적인 분위기나 주인공들의 비관적이고 어두운 세계관은 소설의 분위기와 묘하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인간실격이라는 드라마 제목이 가장 강렬하게 그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유독, 비 오는 장면과 밤이 많이 나온다.
축축하고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영상이 부정과 강재의 어둡고 건조한 독백이 만나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의 깊이감을 느끼게 해 준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 부정과 강재의 독백, 이 두 사람의 듣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삶의 크고 작은 문턱을 마주했을때 느꼈던 고독과 분노와 슬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인공처럼 담담하게 나의 삶에 대해, 내가 지금 어떤 삶을 사고 있는지에 대해 독백해 본다.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이 되려고 괴물이 되는 것보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타인의 삶에 내 삶을 끼어넣거나 혹은 그 반대의 삶을 살지 말고,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의 무게감을 느끼는 일상을 살아내 보자.
인간실격은 총 1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천천히 에피소드를 느끼면서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