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기획과 사업성 검토
전략기획 이해하기 1. 에서는 전략기획(혹은 사업기획, 사업전략이라 불리는 직무)이 다루는 일에 관해 대략적으로 써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업성 검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사업성 검토는 전략기획을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업무이며, 다른 직무라고 해도 팀장이나 임원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주제입니다. 또한 회사를 나와서 장사나 창업 등 내 비즈니스를 꾸리는데도 핵심 역량입니다.
다만 하나의 글에서 다루기에는 매우 방대하고 또 어려운 영역이므로 여러 편으로 나눠서 최대한 쉽게 쓸 예정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사업성 검토의 의미와 구성 요소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거 투자하면 얼마나 버는데? 확실해?
누군가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흔히들 이렇게 물어봅니다. '수익성'에 대한 질문이죠. 어렵게는 연리가 몇 %에 어쩌고 저쩌고 설명되어 있는 바로 그 항목이고, 쉽게는 그래서 얼마나 버는지 물어보는 바로 그것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주변에서도 많이들 하고 또 조금만 공부하면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꼭 그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복잡한 항목에 투자하는 경우엔 어떨까요?
우리 회사가 공장을 증설하면 수익성이 나올까요? 올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는데 ROI가 나오는 걸까요?
경쟁사 A를 인수하려면 얼마에 사야 잘 사는 걸까요? 인수한 후에도 기대한 효과가 나올까요?
내가 강남에 점포를 내면? 혹은 연남동에 가게를 내려면 얼마나 투자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가게가 아니라 스타트업을 만들려고 하는데 나는 언제쯤,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복잡하게 펼치기는 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사안들은 모두 '그거 투자하면 얼마나 버는데?'에서 '그거'에 속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하는 '그거'. 즉 투자의 대상이 사업의 일부(상가, 공장 투자, 마케팅 투자, 신제품 개발)이거나 회사 그 자체(M&A)이거나 내가 사업을 통해 실현하려는 아이디어인 경우에 그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을 '사업성 검토'라고 합니다.
사업을 하는 데는 회사의 (또는 나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일정 시점 이후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죠.
사업성 검토라는 말은 일정 기간 안에 이렇게 버는 돈의 총액이 투자액과 운영비를 넘어서서 목표 수익률에 도달할 수 있는지, 혹은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일입니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사업성 검토는 다음 도식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업성 검토 = [(투자비 + 운영비) < 예상 수익]을 만드는 행위
“내가 저 상가에 1억 원을 투자해서 5년 뒤 투자금을 회수하고, 추가로 수익을 연간 1천만 원을 남길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을 기업 차원의 문제로 끌어올린 것이 사업성 검토라는 뜻입니다.
사업성을 검토에 필요한 주요 요소는 크게 1) 투자비, 2) 순 운전자금, 3) 매출, 4) 운영비가 있습니다.
1) 투자비
비즈니스에 필요한 시설이나 설비 등 자산을 구매하면서 사업이 시작됩니다. 하다 못해 유튜버가 된다고 해도 카메라나 마이크, 편집 프로그램 등을 구매(=투자) 해야 하죠. 투자비는 보통 사업 시작 시점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비와 사업 기간 동안 시설의 유지 및 업그레이드를 위해 투입하는 추가 투자비로 구분됩니다.
2) 순 운전자금
회계적으로는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금액을 뜻합니다만, 쉽게 말하면 회사가 생산&영업 활동을 하면서 아직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는 자산과 아직 갚지 않은 영업 활동용 부채를 퉁친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이 어렵죠?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A. 순 운전자금 = 유동자산 - 유동부채
A-1. 유동자산 : 현금화시키지 못하고 아직 가지고 있는 자산. 재고와 매출채권이 대표적임.
재고 : 창고에 들여놨지만 판매되지 않은 것
매출채권 : 판매는 했지만 결제는 받지 못한 것
A-2. 유동부채 : 아직 갚지 않은 영업 활동용 부채. 미지급 비용, 매입채무가 대표적임.
매입채무 : 물건과 서비스를 납품받았지만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
3) 매출
건물을 사서 임대를 주면 나에게는 매달 월세가 들어옵니다. 기업은 시설에 투자하고 제품을 판매하면 판매액이 들어오죠. 이것을 매출이라고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가 회사 1층 카페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가격은 그 카페의 매출액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거래에는 10%의 부가가치세 VAT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의 매출을 계산할 때는 VAT를 빼야 합니다. 1만 원짜리 제품을 팔았다면 내 매출은 9,090원입니다. 판매가를 1.1로 나눈 것이지요.)
과거의 매출은 자료가 있으니 파악하기 쉽습니다만, 사업이나 특정 투자의 미래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솔직히 불가능하죠. 그럼 매출 추정이란 걸 왜 하는 걸까요? 매출 추정이 사업성 검토의 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통상적으로 무슨 제품이 얼마에 팔릴지를 '예측'하기 위해 매출 추정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략기획 업무에서 매출 추정을 하는 이유는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목표 매출부터 상정하고, '여기에 도달하려면 무슨 제품을 어디에서 얼마에 팔아야 하며 그걸 실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것이 매출 추정입니다. 추정을 통해 정답을 딱 맞히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행동하기 위해 추정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숫자로 하는 '추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대답은 Yes입니다. 매출 추정을 했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잘못된 추정입니다.
4) 운영비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내가 내 월급을 가져가지 않는다고 해도 비용은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제품의 원가나 설비를 유지하는 비용, 전기세 등 공과금이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인건비 등등 비용은 끝이 없습니다.
기업은 이보다 더욱 복잡하고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이런 항목들은 회사의 재무제표, 구체적으로는 '손익계산서'에 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트'라고 부르는 전자공시시스템에 가시면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급여부터 시작해서 어떤 것이 운영비 항목인지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일단은 매입원가와 판매관리비 전체를 더하고, 여기서 감가상각 비용은 제외하는 정도로만 알아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업성 검토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항목들을 엑셀에 뿌리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사업에 따른 매출액 추정을 통해 본격적인 단계로 돌입하죠.
사업성을 검토하는데 꼭 이런 골치 아픈 재무/회계를 알아야만 하느냐고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전략기획의 업무 범위에 대해 다뤘던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략기획이란 비전을 실적으로 바꾸는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영진의 비전을 숫자로 표현하면 얼마인지, 그리고 그 숫자의 수준까지 달성하려면 투자금과 운영비가 얼마나 소요 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전략기획 실무자가 여기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그냥 PPT 예쁘게 만들고 임원들 지시사항 각 부서에 전달하며, 사업부 현황 취합하는 보고쟁이라고 무시당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재무팀은 이런 과정에서 큰 힘이 되어줍니다. 하지만 너무 과감한 제안에 대해서는 자금 부족 문제를 들어 태클을 걸기도 하죠. 이런 맥락에서 전략기획 실무자는 반드시 재무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재무팀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원이 아니라 창업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는 재무가 슬슬 이슈가 되기 시작합니다. 내가 직접 계산은 못하더라도 재무 담당자나 회계사의 설명을 이해할 정도는 되어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겠죠.
※말씀드린 것처럼 다음 글에서는 사업성 검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매출액 추정'에 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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