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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Feb 18. 2020

좋은 창업 파트너를 찾는 방법

몇 가지 예시로 살펴봅시다.

미매뉴얼은 성격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리어 고민에 대해 어드바이스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께는 이런 피드백을 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청자분의 성격상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데이터와 통계의 특성상 창업 적합성에 대한 확률이 낮게 나오면 신청자분께는 아무래도 듣기에 불편한 내용이 담긴 리포트가 나가게 됩니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창업 자체의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지요.


보통 창업 3년간 생존율이 30%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건 단순 수치이고 실제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비즈니스를 키우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는 10%도 안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난 4년 간 약 1,000여 개의 창업팀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코칭을 해왔던 경험상 딱 그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정말 창업에 찰떡같이 적합한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창업을 하시라고 권장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거야 창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이고, 창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40대 이후에도 취업이 안되거나 몸 담고 있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취업준비나 스펙 쌓기에 돈과 시간을 쓸 사정이 안되어서 창업하는 20대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께 미매뉴얼에서 드리는 핵심 조언은 두 가지입니다. 본인의 성격적 단점을 보완할 것, 그리고 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보통 창업 파트너, 창업 팀원을 찾으라고 하면 '직무'를 기준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내가 기획자니까 개발자를 찾아야지', '나는 디자이너니까 마케팅이나 영업을 해 줄 사람을 찾자'같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적절한 접근 방식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직원을 '채용'할 때 적합한 방식입니다.)


직무 중심으로 사람을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합류한 사람은 마치 고용된 '직원'같은 태도를 보이기 일쑤입니다. 직원이 아니라 나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갈 '파트너(창업 팀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스타트업은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침저녁으로 사업 내용이 바뀌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피봇팅 하다 보면 애초에 합의됐던 일 이외에 다른 업무도 많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한 명에게 일이 과도하게 몰리기도 하죠. 각자가 담당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외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에는 파트너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마치 고용된 직원처럼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면 팀원들 간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령 '영업' 직무를 기준으로 창업 팀원을 찾았다고 합시다. 그런데 비즈니스를 진행하다 보니 대부분의 판매가 특정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영업을 통한 채널 확장보다는 마케팅과 물류가 훨씬 중요해진 것인데, 파트너가 "나는 영업하러 합류한 거야. 물류는 내 분야가 아니야."라고 나온다면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어플을 만들어야 해서 개발자를 창업 팀원으로 합류시켰는데, 웹사이트의 모바일 버전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더 적합해서 개발자가 놀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창업하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웠겠지만 실제로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직무 적합성 하나만으로 창업 팀원을 고르면 부조화와 갈등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창업팀 전부를 한 직무로 채우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비즈니스의 진행과 성숙도에 맞춰서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감정 상하지 않으면서 진행할 수 있는 조합, 직무보다는 '정서적 조합'을 찾으라는 뜻입니다. 


미매뉴얼의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창업 파트너'에 대해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 내가 '팔방미인'인 경우 


아이디어도 다양하고 이런저런 관심 분야도 많아서 새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즐기고, 일에 대한 책임감과 성취욕구도 있는 사람입니다.  


장점이 많은 유형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관심이 분산되는 성향이 강하고 특히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집중과 집요함이 필요한 시점에 시간을 낭비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한 분야에 매달려서 깊이를 만들기보다 자꾸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보니 아는 것은 많지만 실제로 할 줄 아는 것은 별로 없게 됩니다. 


팔방미인 유형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파트너는 바로 이런 타입입니다.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며, 내 일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완고함이 있는 사람 말이죠.


팔방미인과 파트너 둘 다 각각은 창업에 적합한 유형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이 결합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vs 실행력, 넓은 네트워크 vs 깊은 전문성이라는 상충하기 쉬운 속성들을 모두 갖춘 팀이 되거든요. 


물론 이렇게 붙여놓기만 한다고 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팔방미인형은 외골수 같은 파트너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자기가 한 말에는 책임을 지고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자칫하면 팔방미인형은 외골수가 유연성이란 1도 없다고 투덜대고, 외골수는 팔방미인형에 대해 전문성도 없으면서 말만 많다고 싸움 나기 쉬우니까요.  



둘. 내가 '모범생'인 경우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하진 않았지만 30대 중반 넘어 창업에 뛰어드는 분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유형입니다. 


아이디어가 다양하고 기발하거나,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진솔하며 자기를 희생할 줄도 알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많은 유형입니다. 


왠지 이런 분들이 창업에 적합할 것 같습니다만, 통계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위험 감수 성향과 공격성이 떨어집니다.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을 제 때 하지 못해서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들 창업을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데 비유하고는 하는데 이런 분들은 팀원이 넘어지고 구덩이에 빠지면 당황만 하다가 같이 조난을 당할 확률이 큽니다. 인격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지만 사업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이런 분들에게는 냉정하고 목표 지향적인 성격이지만 인간적으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꼭 일을 잘하거나 대단한 재능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고 목표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사람이 최고입니다. 


물론 이 두 유형의 조합은 단점도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약하고 나중에 스케일업을 해야 할 시점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창업 초기, 진짜로 아무것도 없을 때 버텨낼 수 있는 조합입니다. 성장을 위한 비전은 새로운 공동 창업자나 채용, 외부 투자자의 조언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셋. 재능은 많지만 예민하고 불안한 유형


디자인, 마케팅 출신 창업자에게서 많이 보이는 유형입니다. 불안도 많고 예민하고 감정 기복도 심하죠. 엉뚱한 일을 벌이는 경우도 많고, 가끔 현실성이 전혀 없는 쓸데없는 몽상도 많이 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혼자서는 창업 성공률이 낮은 분들입니다. 창업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정말 견디기 힘들어하시거든요. 게다가 아이디어도 많고 상상력도 많아서 힘들더라도 버텨서 품질을 높여야 할 때 그냥 피봇팅해버리거나 아니면 그냥 창업을 멈춰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목표 지향적이고 집중력 있는 분이 필요한데, 인간적인 교류가 쉽지 않아서 팀이 잘 안 만들어집니다. 때문에 아주 초기엔 인간적으로 불안정한 창업자의 성격을 이해하고 챙겨줄 수 있는 분이 먼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창의성이 제품과 서비스에 녹아들고, 실체화가 되어가면 그때부터는 집요하게 사업을 유지시켜낼 수 있는 맷집을 가진 분이 추가되는 게 좋구요. 한 사람이 정서적으로 지지를 해주면서 동시에 업무적으로도 버텨준다면 베스트일 텐데, 한 사람이 이런 두 면을 모두 갖추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으니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파트너가 필요한 거죠. 




창업 팀원, 특히 초창기의 창업 팀원 구성에 정답은 없겠지요. 어떤 조합을 만들던 대부분이 실패하는 게 창업이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그 과정이 사람을 번아웃시키지 않고, 배우는 게 있고, 내가 했던 시도에 대해 만족스러운 느낌을 갖고 싶다면 직무적인 조합보다는 성격적인 조합을 먼저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일이 너무 안 풀려서 창업이 실패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생기는 것도 창업 성공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1. 미매뉴얼에서는 성격 분석을 기반으로 창업은 물론, 퇴사와 이직,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 등 커리어 고민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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