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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Feb 09. 2019

오늘도 그는 뒷담화를 한다.

사무실의 싸이코 - 뒷담화 성애자

저처럼 둔하고 게으른데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잘 안믿는 성격인 사람들은 회사나 직원들에 대한 것은 공식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는 것이 없죠. 그러니 회식 2차 같은 곳에 가서 듣게되는 이 사람 저 사람에 대한 뒷담화는 큰 놀라움이 되곤 했습니다.


헐..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그런 모임에선 항상 열성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퍼뜨리는 ‘Big mouth’가 있었는데, 내용 자체는 ‘카더라’ 혹은 ‘누가 봤다더라’ 이야기 중심으로 도무지 신뢰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의미 없었는데, 제 관심을 끈 것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사무실에서 보이던 모습보다 훨씬 활력있어 보였고, 자기 업무에 대해서보다 남의 뒷 이야기를 훨씬 많이 알고 있는 듯 보이더군요.

 

한 두번이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매번 누군가를 씹고 있었고, 정말 옆에 없었으면 알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시는 이분들..뒷담화때만 활력이 돌고 에너지가넘쳐 뒷담화를 너무너무 사랑하시는게 분명한 뒷담화 성애자들.


이번 글은 바로 이분들이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왜 뒷담화를 하는가?


진화인류학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아마도 인류가 말을 쓰기 시작한 바로 그때서부터 뒷담화를 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몇 십만년이 더 된 오래된 습관인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분들의 후손이기 때문에 지금도 열심히 뒷담화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오래된 습관과 관습이 현대까지 살아남아 있으려면 무언가 그 행위에 따른 명백한 ‘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이익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져 버렸을테니까요.


최근 연구의 결론은 뒷담화가 ‘정보의 공유’와 ‘소속감과 일체감’ 그리고‘높은 유용성’을 주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만약 무리내에 극도의 이기적인 행동이나 남을 속이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리내에서 이 정보가 공유되어야 무리 전체의 존속 가능성이 커질테니 뒷담화가 시작되는 것이구요, 이렇게 남을 씹다보면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공유한 사람들은 ‘자기 집단’이라는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마치 또래집단끼리 특별한 은어를 쓰거나 군대에서 암호를 써서 ‘우리’와 ‘우리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처럼 뒷담화는 집단의 결속을 높이는 효과를 냈던거죠.


행배야, 내 말 함 들어보그래이

긍정적인 정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음식을 좀 더 먹거나 좀 더 편할 잠자리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부정적 정보(가령 ‘어느 놈이 밤마다 동굴들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빼앗는다’ 같은 것들)는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우리 뇌는 생존과 직결되는 정보를 무조건 우선처리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요.) 때문에 우리는 ‘뒷칭찬’이 아닌 ‘뒷담화’를 더 많이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 설명은 뒷담화의 악의적 속성 - 없던 일도 만들어내고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 - 에 대한 설명으론 부족합니다. 그리고 진위에 상관없이 당하는 사람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죠.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이야기로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왜 뒷담화를 하는 걸까요?




뒷담화를 부추기는 조직 환경  


뒷담화의 진화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뒷담화를 하기 위해서는 같은 집단 내에서‘적과 아군’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집단 외부에 대한 험담은 뒷담화가 아니라 앞담화가 되겠죠. 아예 다른 집단을 욕하는데 굳이 자기 집단내에서 숨기면서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회사를 생각해보면 모두 하나의 비전과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 같지만, 실상 부서마다, 개개인마다 목표가 다 다릅니다. 때로는 경영진의 관심, 승진 기회, 사업 예산의 확보 등 여러 경영 자원을 놓고 부서간에, 팀간에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피아가 구분될 필요가 생기고, 특히나 이런 자원의 분배나 기회의 확보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뒷담화가 꽃피울 기본적 환경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뒷담화가 활발한 기업 환경은 다음의 속성을 지닙니다.  


1. 의사결정권자가 권위적이거나 조직 문화가 불안정함 


보스가 권위주의적이거나 조직에 흔들림이 많아서 무엇이 적절한 행동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으면 결국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기회와 경영자원의 분배가 이뤄집니다.


아니 처음부터 말을 하시던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을 제치고 승진한다던지 잘나가던 부서가 예산에서 물먹고 부서장이 낙하산인 부서에 예산이 몰린다던지 아부의 달인이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일은 권위주의적이고 조직 문화가 안정적이지 못한 조직에서는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 상황이면 성과와 실력이라는 투명한 잣대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자기의 기회와 미래가 흔들리는 셈이니 조직원들은 정상적인 경쟁을 잊어버리고 이전투구를 하게 되죠. 남을 뒤에서 찌르고, 돌부리에 걸어 넘어뜨리는 강력한 유인이 생기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뒷담화가 안나오면 이상한거죠.  


2. 한 두명의 의사결정이 큰 영향력을 갖는 조직


보스가 꼭 권위주의적이거나 조직문화가 불안정하지 않더라도 권력이 소수에게 몰리게 되면 권력자가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고, 낮은 정보투명성 때문에 ‘부정적 정보’에 대해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가령 백 수십명의 조직 수장이 말단 대리 두 명중 한 명만 과장으로 승진시키는 경우 어느 한명에게 부정적인 소문이 따라다닌다는 걸 알게 되면 뒷말이 안나올 사람을 승진시키게 되는 것 같은거죠.


업무 환경에서 사람이 사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숫자는 대략 2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범위를 넘어가는 인사적 결정은 결국 해당 인물을 충분히 지켜보고 있는 중간관리자에게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권한위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조직에선 무조건 최상위 관리자가 결정하기 때문에 조직내에서 뒷담화가 활발해질 조건을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3. 집단간의 경쟁이 심하거나 업무적 압력이 매우 큰 조직


윗사람들 중에서는 일부러 부서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협력적인 문화보다 경쟁과 충돌의 문화에서 조직 성과가 더 낫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에도 뒷담화는 피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

 

경쟁은 그 속성상 언제나 과열되기 마련인데, 조직 보스가 함께 성장하기 보다는 둘 중에 누가 더 낫다는 평가만을 반복하면 뒤처지는 조직에선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결국 어느 순간 선을 넘어가면서 경쟁자의 뒷통수를 때릴 말들을 퍼뜨리는거죠.



예전에 제가 일하던 한 회사에선 부서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서 고과평정 땐 내부감사팀에 투서가 일주일 사이에 100개씩 들어온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다른 부서에 대한 험담만 들어오면 그나마 이해되는데 같은 부서원들끼리도 서로 찌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해요. 조직 문화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이다보니 매일 얼굴을 보며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같은 부서 동료들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무너뜨리려 한거죠. 그래도 최소한의 근거는 있어야 하는 투서가 이 지경인데 뒷담화는 훨씬 심하지 않겠어요?  


4. 변화가 없는 조직 내부에 또 '그들만의 리그'가 생긴 경우


앞서 뒷담화는 집단에의 소속감을 부추기는 기능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외부에 강력한 적이 존재할 때는 집단 전체가 똘똘 뭉쳐서 에너지를 외부의 적에게 투사합니다. 하지만 외부에 적이 없을 때, 즉 조직에 특별한 위기도, 변화도 없을 땐 넘치는 에너지를 조직 내에서 다시금 집단을 만들어 풀어내려고 하죠.

 

익숙한 사람들끼리는 속깊고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확률이 올라갑니다. 거기에 변화도 없어서 아주 오랫동안 집단의식을 키워왔다면 더더욱 올라갑니다. 그런 상황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거나 변화를 이야기하는 조직원이 있다면 그곳에 안주하고 있는 집단에겐 커다란 위협이 나타난 셈입니다. 배척하고 쫓아내야하겠죠. 뒷담화하고, 왕따시키고 하는 겁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뒷담화가 아주 심했던 조직들은 거의 모두 ‘현재에 안주해도 회사가 굴러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던’ 조직들이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으니 현재 상황을 혹시 변화시킬지 모르는 어떠한 요인도 제거하고 싶다는 집단무의식의 발현인거죠.  




이상의 조건에 해당하는 조직은 뒷담화가 활발합니다.하지만 여전히 개인차는 존재합니다.


저런 조직에 있어도 저같이 게으르고 무덤덤한 인간은 일단 남을 씹을만한 에너지도 없고, 씹을만한 정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뒷담화가 별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열정이 넘치고,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죠.


이 분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봅시다.  


1. 불안이 높은데 이를 외부적 공격성으로 표출하는 사람


뒷담화의 심리적 기반은 ‘불안’입니다. 나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까, 내가 무시당하지 않을까, 내가 승진을 못하지 않을까 같은 근심과 걱정들은 공격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이 공격성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은 우울이나 좌절 등을 경험하게 되지만 뒷담화를 열성적으로 하지는 않죠. 반면 외부로 이 불안에 기반한 공격성을 드러내게 되면 뒷담화가 되는 겁니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문제의 상황에서 문제를 제공한 사람과 당당히 맞서기 어려워합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경쟁자에게 맞서기에는 불안하고, 불편하고, 힘들기 때문에 자신과 친한 몇 명과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는거죠. 


다만 이들의 불안은 뒷담화의 타겟이 되는 사람이 실제로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고 (‘부서내에 경력직이 새로 왔는데 기존 동급자보다 월등히 일을 잘한다’) 그 존재 자체가 이들의 무의식을 자극해서 (‘부서에 경력직이 새로 왔는데 똑똑해 보여서 신경쓰인다’)일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평소 불안이 높고 외부 공격성향이 높은 사람은 뒷담화에 적극적일 개연성이 큽니다.  (연차가 좀 되서 이 부서 저 부서에 동료가 있는데 진급이나 조직내 인정은 별로 안좋은 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직에 대한 불만을 특정 개인에 대한 뒷담화로 푸는거죠.)


2. 애정과 인정을 갈구하는 사람 


두번째 부류는 집단의 애정과 인정, 관심을 갈구하는 부류입니다.


계속 언급하듯 뒷담화는 그걸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제공합니다. 이 집단에 계속 포함되어 있고 싶고, 조직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내놓을 수 있는 훌륭한 디저트가 그 집단 밖에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죠. 부서에 새로 온 사람이나,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한 험담은 이런 분들이 많이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3. 지배와 통제 욕망이 강한 사람 


이 욕망이 강한 사람은 정보와 권력, 그리고 영향력을 추구합니다. 당연한거죠. 남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알고 있어야 그 정보가 힘이 되어 줄 것이고, 영향력이 되어 타인이 나의 지배력안에 들어오게 되니까요. 이분들의 이런 행동과 태도 역시 공격성의 일환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불안에 기반한 공격성’이 위협에 대한 방어적 태도라면 지배욕이 강한 분들이 보이는 공격성은 자기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공격성입니다. 뒷담화 중독적 성향을 보이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중에서 아마 가장 악의적이고, 상황을 자기 입맛대로 통제하려는 형태의 뒷담화를 하는 분들이 바로 이 지배욕 강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4. 조직에서 혼자 동떨어져 지내는 사람


가끔 보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혼자서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게 아닌 뭔가 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도 뒷담화에 열정을 불태우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주 악의적인 목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대부분은 정보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겁니다. 내가 아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어낼려면 그 사람에게 내가 가진 정보를 나눠줘야 하는데 그 사람의 관심을 끌어내는데는 칭찬이나 공식적인 정보보다는 뒷담화가 효과적인거죠. 인간은 부정적인 정보를 훨씬 높은 가치의 정보로 인식하거든요.   



내가 뒷담화의 타겟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뒷담화를 활발히 하는 사람들의 부류를 알았으니 그냥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뒷담화의 표적이 되는 건 내 의지나 노력과 별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새로 왔으면 새로 왔다고, 일을 잘하면 잘한다고, 못하면 못한다고, 조용히 있으면 조용히 있다고,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면 나선다고 씹히는게 우리 사는 사회죠. 전혀 원치 않지만 뒷담화의 표적이 되었다고 할 때 적절한 대응책이 좀 있을까요?




1. 부정적 행동, 태도, 말투 등에서 타겟이 되었다면 그냥 공개적으로 인정해버린다. 

나는 멀쩡하고, 아주 나이스한 말투로 말하고 행동하는데도 타인에게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굳이 그 사람이 악의가 없다고 해도 그 방식의 행동이나 말투가 익숙지 않으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죠. (가령 사투리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사투리라는 그 이유 하나로 분노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 때문에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다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걸 부분적으로 인정해버려서 더 이상 뒷담화가 아닌 앞담화를 만들면 곧 사라집니다. 


뒷담화는 inner circle끼리의 비밀스러움이 있어야 유지되고 확산되고 퍼집니다. 당사자가 그냥 인정해버리면 뒷담화의 확산을 위한 아주 큰 동력원이 사라지게 되어 곧 조용해집니다. ‘말투가 건방지다’ 혹은 ‘태도가 무례하다’ 같은 식의 말이 돌면, 적당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분과 친분이 있는 분에게 ‘제 말투나 태도가 불편하다는 분들도 종종 뵈었었습니다. 부모님은 잘 가르쳐 주셨는데 제가 대학 동안 너무 제 잘난 맛에 살아서인지 잘못 배웠더라구요. 고치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같은 식으로 말하는거죠. 다만 이 방법은 인정해도 크게 손해가 없는 사안이어야 하고, 평소 어느 정도의 뻔뻔함을 탑재하신 분이 아니라면 사용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2. 자기의 분노에 이름표를 붙여서 옆으로 미뤄둔다.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는 험악한 뒷담화를 들으면 피가 솟구칩니다. 그런 뒷담화를 만들고 퍼뜨리며 낄낄거렸을 인간들의 얼굴도 머리에 주르륵 펼쳐지죠.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절해야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월급을 받아야하니 그렇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그게 장기적으로는 낫습니다.


조절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뒷담화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그 이야기만을 꼽씹기 보다는 그 이야기를 들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음, 내가 진짜 분노하는군. 그런데 이 감정은 허황된 내용에 대해 분노하는걸까 아니면 그걸 퍼뜨린 사람들에 대한 분노일까’, ‘그 사람들에 대해 내가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길래 누가 만든건지에 대한 증거도 없이 그 사람들을 떠올릴까?’ 같은 식으로 스스로 마음속에 계속 추론을 해보고, 마음 자체에 집중하려고 하는거죠. 


이 마음 하나하나에 ‘사람에 대한 분노’, ‘분노라기 보다 그 인간들에 대한 포기’ 같은 식으로 이름표를 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엔 죽어도 잘 안될테니 산책을 하던지,조용한 음악을 듣던지, 레고 조립처럼 간단하고 반복적인 일을 하시는게 도움이 됩니다. 초기의 분노의 감정이 조금 내려와야 자기 감정을 읽는 일이 가능해지거든요.


3. 자기와 상황을 분리해서 생각하도록 한다. 

근거없는 뒷담화는 화나는 일이고, 그걸 퍼뜨리는 사람들은 나쁜 인간들이 맞습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퍼뜨리는 건 ‘진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걸 인지하는 겁니다. 그런 말을 만들고 퍼뜨리는 건 그들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불안하고, 권력욕에 불타고, 자립심이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 내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그 대상도 ‘진짜 나’가 아닙니다.


기분 더럽겠지만 그 인간들을 불쌍히 여기시는게 도움이 됩니다. 제가 늘상 쓰는 비유지만, 길가다가 갑자기 도사견이 나타나 나를 물었다고 도사견에게 따져봐야 사람 말을 알아듣겠어요? 개가 개인 이유는 개이기 때문이죠. 개싸움에 말려들어갈 이유는 없는 겁니다. (솔직히 개싸움에 아주 능숙한 사람에게는 뒷담화가 별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뒷담화 하는 인간들도 강한 인간은 무섭거든요. 주로 순한 사람 혹은 새로운 사람이 입길에 오르는 이유입니다. 뭐,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 만드는 뒷담화는 타겟이 강한지 아닌지 상관하지 않습니다만)  


4. 뒷담화 중독자들과 맞서거나, 상사/인사팀 등에 이야기하는 것은 최대한 신중하게 한다. 

일단 흥분한 상태에서 맞서는 건 대단히 불리합니다. 솔직히 성질대로 맞서 싸웠다는 약간의 뿌듯함을 제외하곤 얻는게 거의 없을 겁니다. 나는 개인, 저쪽은 이미 여러 명일 가능성이 크고, 내가 강하게 나가면 그들끼리 뭉칠 원인을 제공하는게 되거든요.

 

아주 전략적이시라면 한명씩 한명씩 포섭 내지 회유하는 식의 각개격파 전략을 쓰시라고 권하고 싶은데, 무슨 사생결단낼 일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에너지 쓰는 것도 피곤한 일이죠. 그렇다고 무대응이면 뒷말이 계속 돌아다닐테니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주기 위해 결국 각개격파하면서 주동자만 왕따시키도록 해야하겠지만,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합니다. 최소한 뒷담화가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욱해서 부딪히는 일은 항상 피하시라고 이야기드립니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상사나 인사팀과 이야기하는 건 증거가 모였을 때 해야 합니다. 


섣부르게 도움 내지 고발해봐야 일만 커지고 아주 힘겨워집니다. 상사에게 그냥 도움을 요청해도 대부분의 상사는 ‘알았으니 니들 좀 그만 싸우고 잘 지내봐라’ 같은 말이나‘나도 그 이야기 들었는데 너 평소 태도에 문제가 진짜 있는거 아니냐?’같은 소리를 듣게 될 개연성이 큽니다.

 

물론 상호 신뢰가 아주 큰 상사 혹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적절하게 조직을 관리하는 상사가 있다면 이야기하셔도 됩니다만, 이런 상사가 있는 조직에서는 뒷담화가 별로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그러니 악의적인 뒷담화가 돌았다는 뜻은 관리자인 상사가 이를 통제할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최대한 증거를 모아서 한방 크게 터뜨릴게 아니라면 조심하시면 좋겠습니다. 인사팀은 상사보다 더 큰 문제죠. 아예 문제를 공식화시키겠다는 뜻이니까요. 정말 악의적이라면 증거를 모으고,충분히 준비한 후 이야기해야겠죠. 그러라고 상사가 있고 인사팀이 있고 규정이 있는거니까요.  


5. 개싸움을 할 것이라면 확실하게

도저히 못참겠는데 증거같은 건 아무리 찾아도 없거나 뒷담화를 만들어낸 사람을 특정할 수 없다면 개싸움을 해야죠. 피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니까요. 


무조건 싸움을 피하라고는 이야기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할 것이라면 우군을 만드는게 우선입니다. 잠재적 적군이 누군지는 증거가 없다 뿐이지 대략은 짐작할 수 있으니 그 적군의 외곽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우군을 만들어야죠. 일단 이렇게 시작하면 그 사람이 공개 사죄를 받아내던지 회사를 나가게 만들 각오 정도는 하시고 시작하세요. 어설프게 끝낼 것이라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작을 안하시는게 낫습니다. 성과를 내려고 회사 다니는 것이지 싸우자고 회사다니는게 아니니까요.  




이제 요약해보겠습니다.


뒷담화는 변화가 없고, 불투명하거나, 권력이 집중된 조직 혹은 이너서클이 있는 조직에서 생겨나기 쉽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불안이 크고 공격적인 사람이나, 권력욕이 큰 사람이나, 소속감과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 뒷담화를 만들어 냅니다.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우회전술이 낫고, 일단 싸움을 하겠다고 하면 확실하게 끝을 볼 각오로 시작하는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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