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심리학 - 심리적 허기
주말에 넷플릭스 틀어놓고 치맥 먹고 있으면 세상 행복합니다. 왠지 허벅지 라인이 튼실해진 것 같지만 맛있으면 0 칼로리! 게다가 한 주 동안 고생한 나 자신에게 주는 자그마한 보상이니까요.
이런 힐링은 마음만 먹으면 더욱 다양해집니다. 인싸감성 넘치는 카페에서 책이라도 읽으면서 디저트 한 조각을 먹는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피규어를 산다거나, 어디라도 탈출하고 싶을 때는 주말 동안 강원도라도 혼자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은 팍팍한 직장생활과 힘든 삶에 큰 활력이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오버핏이었던 셔츠는 레귤러핏이 되어있고, 두 달 전에 산 건담은 포장도 뜯지 않고 구석에 먼지와 함께 뒹굴고 있고, 여행 몇 번 다녀오고 나니 통장이 텅장이 되어갑니다.
며칠 다이어트하고, 알뜰하게 살자며 다짐하지만, 회사에 있는 짜증 나는 그 인간의 명령에 왔다 갔다 하다 보면 힘이 쭈욱 빠지면서 결국 또 치맥을 먹든 건담을 사든 비행기 티켓을 끊던지 하게 되죠. 뭔가 빠져나갈 수 없는 굴레에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직장인의 ‘심리적 허기’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사람이 일을 열심히 몰입해서 하기 위한 조건은 대략 세 가지라고 합니다.
일 자체의 즐거움
일의 의미
일을 통한 성장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제대로 갖춰진다면 우리는 일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회사 때문에 나 자신이 소진된다는 느낌보다는 일이 즐겁고 만족스러울 뿐만 아니라 내가 유능한 사람이고,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급쟁이 인생에 이렇게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때가 얼마나 되겠어요?
대부분은 눈치 보여서, 쪼이니까, 다음 달 카드값 내려고 일을 하게 되죠.
보람이나 만족 따위는 개는 주는 것이고요.
동기부여의 부재가 불러오는 심리적 허기
그러다 보면 결국 자기의 내적 에너지를 끄집어내어 업무에 투입하게 됩니다. 동기부여에서 오는 에너지가 없는데 어쨌든 일은 해야 하니 남아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투입하는 수밖에요.
그리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물리적으로 허기진 상태에서 음식을 찾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소진된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하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퇴근 후에, 그리고 주말에 야식을 먹고 디저트를 찾게 됩니다. 여행을 가고, 옷을 사고, 먹방을 시청하고, 아이돌 동영상을 돌려보게 됩니다. 정신적인 배고픔은 뇌에게 달고 기름진 것을 투여하거나, 뭔가 보상이라고 느낄만한 일을 하면 좀 완화가 되거든요.
두뇌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두뇌가 에너지를 많이 쓰고 나면 단기간에 에너지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요소를 찾습니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손쉬운 선택이 바로 당분과 지방을 먹는 거죠. 그래서 초콜릿을 먹고, 케익을 먹고, 치킨을 먹는 겁니다. 저녁밥도 배불리 먹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우리 위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추가적인 공간을 만들어낼 능력까지 있으니...
이런 악순환은 일의 동기부여가 약한 이상 피하기 어렵기도 하고, 어찌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렇게 대체제를 통해 심리적 허기를 채우려고 해 봐야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무리 연휴 동안 쉬면서 리프레쉬해봐야 출근해서 오전 회의만 하고 나면 원상태로 돌아가는 경험을 우리 모두는 많이 해봤죠. 그리고 대체제 소비는 습관이 되어서 갈수록 많은 것을 찾는 악순환으로 정착됩니다. 일주일에 디저트 한 번으로 만족하던 것이 조금 지나면 두 번이 되고, 네 번 되고, 디저트 말고 야식도 먹게 되고, 술 먹게 되고, 근거리 여행이던 것이 장거리로 바뀌게 되죠.
요즘 여러 가지 직장인 모임이 활성화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 소진한 정신적 에너지를 외부에서 충전하려는 시도의 일환인 것이지요.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역량을 키우려고 모임에 나간다면 베스트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만큼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모임들에 기웃거리는 것은 심리적 허기의 문제이지요.
이런 상태로 접근하게 되면 그 자체로 시간 낭비고, 돈 낭비가 됩니다. SNS에 멋진 모임 사진 올리고, 예쁜 카페 사진 포스팅해서 좋아요 잔뜩 받고 나면 그땐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 같지만, 그 즐거움을 유지하려면 계속 다른 곳을 찾아다녀야 하죠. 어느덧 주객이 전도되고, 심리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다시 더 큰 심리적 허기를 불러오게 됩니다.
돈 쓰고 시간 들여서 심리적 허기를 채우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살찌고 스트레스받고... 즐거움과 의미와 성장이 없는 업무는 다시금 더 큰 허기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 번아웃이 되거나, 충동적으로 퇴사와 이직을 결행하게 됩니다.
육체적 허기는 무엇이든 적당한 영양소의 음식만 집어넣으면 해결됩니다. 하지만 심리적 허기는 그저 집어넣기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블랙홀처럼 무엇이든 빨아들이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오히려 습관이 되어 나의 시간과 돈과 건강과 자존감을 빼앗아갑니다.
상사나 회사가 짜증 나게 하고, 동료와 후배들은 사고 치고, 고객은 진상이겠지만 그 속에서 동기부여의 요소를 어떻게든 찾아야 허기짐이 줄어듭니다.
일을 통한 즐거움, 의미, 성장처럼 큰 것을 도저히 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에 대해 ‘내가 이번엔 잘했구나’라는 자기 유능감이라도 확보해야 합니다. 업무 외에서 야식을 먹고 자기 계발을 하고 여행을 다녀봐야 여기서 얻어지는 만족감은 유통기한이 길지 않습니다.
덧붙여 정서적인 허기짐이 일시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자리 잡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주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심리적인 경직성이 높거나, 타인의 눈을 많이 의식하거나, 우울과 불안이 높은 분들, 그리고 힘든 상황이 생길 때마다 그 상황을 회피해버리는 분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은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있습니다. 업무의 스트레스는 이 구멍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하죠.
때문에 업무가 아닌 무언가에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매달리게 됩니다. 공허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그걸 잊기 위해 보다 자극이 강한 무언가를 찾고, 매달리죠. 하지만 외부에서 찾는 자극은 본인을 파괴했으면 파괴했지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속의 구멍을 누가, 그 무엇이 채울 수 있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주부터는 이렇게 해봅시다!
1. 온전히 자기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가볍게 운동을 하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혼자서 산책하는 시간은 나를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심심하고 재미도 없을뿐더러 다이어트에도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거 압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모임에 기웃거리거나 6개월치 등록하고 한번 가는 헬스클럽보다는 훨씬 도움됩니다.
그리고 한동안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심리적 허기로 찐 살은 나를 돌보면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건강한 다이어트는 그때 시작하시면 됩니다.
2. 근본적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봅시다.
심리적 허기를 만드는 블랙홀은 외부 자극을 공급한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그 상황을 해결해야 합니다. 업무 때문에 욕을 먹으면 역량을 쌓고, 미친놈 같은 상사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 긴 호흡으로 이직의 계획을 세우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하세요.
말이 쉽지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그 어떤 것도 미봉책입니다. 결국엔 파국을 가져옵니다.
3. 그래도 마음의 공허가 큰 분들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봅시다.
회사 내에서 상담해주는 착한 동료분들이 있으시겠지만, 자기 마음속의 구멍을 대신 채워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스스로 채워야 합니다. 다만 불안정성이 높은 분들에겐 외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심리증진센터 같은 곳의 상담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가기 눈치 보이고, 시간 없고, 돈 비쌉니다. 하지만 여러분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하는 야식, 모임, 해외여행, 다이어트보다는 훨씬 건강하고, 효율적이며, 비싸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있는 마음의 구멍이건 부모님의 양육 과정에서 생긴 구멍이건 상담사 분들은 충분히 여러분이 스스로 채울 수 있는 에너지를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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