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책 발췌
<국내영업팀에서 4년째 영업기획을 맡고 있는 김대리에게 최근 한달은 거의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그 전 상사에게서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적극적이고, 웬만한 과차장들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대리는 조직 개편으로 새롭게 국내영업팀장이 된 이부장과는 그 전부터 안면이 있었다.
서로 아주 연관되는 부서는 아니지만, 사업부의 1년 전략 회의 때는 해외 주재원들도 참석해 각 지역별 전략을 발표하고, 이후 국내외 영업팀 모두가 함께 회식을 하곤 했기 때문에 중국 영업 주재원이었던 이부장을 몇 차례 보게 되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있던 이부장은 평소 약간 큰소리를 치기는 하지만 자기 일에 책임감도 강하고 적극적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중국 사업이 축소되고, 때마침 김대리의 상사가 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팀장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이부장의 부임 첫날 팀 전체 회의에 참석한 김대리는 영업기획 담당자로 과차장급 영업 사원들에 앞서 영업 현황 보고를 했고, 보고 중간중간에 이전 팀장과의 회의 때 했던 것처럼 각 사안별로 자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그리고 이부장의 첫마디가 김대리의 멘탈을 붕괴시켜 버렸다. “얌마, 대리 나부랭이가 뭘 안다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냐? 그냥 영업 현황 숫자만 이야기하고 빠져!” 순간 당황한 김대리는 그냥 영업 현황 보고만 마무리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뒤부터 회의는 철저하게 위계 순서대로 발언권이 주어졌고, 대리 이하 직원들은 팀장에게 지목받아 답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예 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던지 자기에게 허락받지 않고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에 팀장이 엄청나게 화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주후 대형고객사 한 곳과 팀장의 미팅이 잡혔고 김대리는 미팅시 당사 입장에서의 주요 이슈 사항 및 논의시 주의 사항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서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딱 한마디 했다. “니가 그 고객들 만나봤어? 안만나봤지? 모르면 나서지 말라고. 꼭 능력 부족한 것들이 나서요. 난 수도 없이 많은 고객 만나봤으니 그냥 내가 잘 알아서 한다.” 김대리가 그 고객사에 직접 가본 적은 없었지만, 수없이 많은 문제가 터졌던 고객사였기 때문에 영업 기획일을 하면서 문제 가능성과 대응 전략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고객사를 담당하는 박차장이 연차만 차장이지 굉장히 무능력했기 때문에 그 전부터 사실상 이전 영업팀장과 김대리가 관리하던 고객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부장은 이 모든 걸 무시하고 그냥 미팅에 갔고, 이부장이 특유의 장담하는 말투로 이야기하다가 고객에게 싫은 소리를 엄청 듣고 오게 되었다. 그 다음날 팀장은 출근하자마자 김대리를 자기 자리로 불러서 사무실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혼을 내기 시작했다.
“야, 넌 기획인데 새 팀장이 고객 만나러가면 문제가 뭐라는 걸 알려줘야지!”
“어제 보고서를…”
“이 새끼 웃기는 새끼네. 야! 그렇게 중요하고 문제 많은 고객사인데 보고서 달랑 한장 주고 내가 알아서 배우라고? 그럼 넌 월급 왜 받냐? 넌 뭐하는 놈인데?”
“어제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팀장님이 중간에서 제 이야기를 중단시켜..”
“그렇게 내용을 잘 알면 날 붙잡고라도 이야기를 해야지, 말좀 잘랐다고 보고를 안해? 그나마 나 정도 능력자니까 대처했지 너 때문에 미팅 완전히 망칠뻔 했잖아! 너 회사 그만두면 먹고 살거 있어? 아니면 일 똑바로 해!”
그 다음 주에는 최과장 담당 고객사와 미팅이 있었고,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김대리도 끝까지 주의점을 전달했지만, 팀장은 ‘알았어, 알았어’ 하면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고, 결국 고객사에서 싫은 소리가 나왔다. 다음날 아침엔 김대리와 최과장을 불러 다시 혼을 내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단체로 팀장 새로 왔다고 물먹이려는거야 뭐야? 내가 임원 승진 못하게 하려고 니들 단체로 짰냐? 내가 여기까지 올려고 얼마나 고생한지 알아? 나같은 능력자가 임원 승진 못하면 회사에도 손해야! 니들 모두 회사에 손해 입히면 보상할거야? 꼭 찌질한 것들이 윗사람 희한하게 괴롭힌다니까. 니들같은 애들에게 책임을 맡겨 논거 보면 이전 팀장도 진짜 무능력하다.”
발령 후 한달이 지났을 때 대표가 이부장에게3일뒤에 영업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팀장은 그 즉시 전 직원들을 모두 회의실에 모아놓고 보고서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김대리가 얼마 후 보고서 초안을 제공했지만, 제대로 읽지도 않고 면박과 함께 퇴짜를 놨고, 보고서를 수십번 수정했다. 그 사이 보고서 작성과 상관 없는 직원들이 외근을 나가려고 하자 “팀장에 대한 존경심도 없고, 충성심도 없는 새끼들. 나니까 니들 욕먹지 말라고 보고서 하나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거야.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놈이 하나도 없냐!” 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삼일 내내 직원들을 갈군 후 마지막 시점에 선택한 보고서는 맨 처음 김대리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과 내용이 똑같았다. 팀장이 보고를 위해 대표 이사 방에 들어간 동안 김대리는 회사를 다닌지 7년만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직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자기중심적 꼰대 특성과 대응책]
특성
-자기 과신과 권위주의적 태도
-자기와 자기 일에 대한 상대방의 존경 강요
-타인에 대한 공감이 전혀 안되고 타인을 냉혹하게 이용
대응책
- 최대한 신경쓰지 말고 자기 일에 집중할 것
- 맞서거나 설득하려고 하지 말 것
- 고쳐지지 않으니 계속 그럴 것이라 생각할 것
- 힘들다고 하소연하지 말 것
- 사람을 고치려 하지 말고 상황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을 것
- '당연하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 사무실 싸이코 대응 매뉴얼' 에서 발췌
(저자 : 패스파인더넷. 넥서스 출판사,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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