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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May 10. 2020

당연한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5 - 수동공격형 상사

'당연하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책 발췌

<지방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최대리에게 같은 부서의 김과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김과장은 착한 사람이었고, 싫은 일이 생겨도 별로 내색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의 힘든 사정에도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부서로 와서 김과장을 처음 만났을 때도 주위에서 모두 착한 사람이 사수가 되어서 맘편하고 좋겠다고 말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자기 아이디어 많고, 적극적으로 일하고,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한 후 정시 퇴근 후에는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은 최대리에게 김과장은 그저 걸림돌이었다. 착하기는 했지만 흐리멍텅했고, 뭐 하나 정확히 시간맞춰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없었고, 결재나 관련 보고 준비를 빨리 해달라고 요청해도 그저 사람 좋은 표정만 지었고, 일처리는 마냥 늘어질 뿐이었다. 그래도 초기에는 김과장은 자기 때문에 일이 늦어지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최대리에게 먼저 퇴근하라고 했었다. 책임감이 강한 편인 최대리는 자기가 시작한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로 퇴근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김과장 옆에서 일의 속도를 높일 방법을 계속 생각해내고 보조 자료를 만들곤 했다. 그리고 김과장도 일을 빨리 끝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과장은 매일 야근을 했고, 최대리와 연결된 업무라고 해서 빨리 끝내주는 법이 없었다. 초기에는 늦어도 8시 정도면 끝나던 일이 9시를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견디다 못한 최대리가 김과장에게 너무하신 것 아니냐고 짜증을 냈는데, 그 이후부터는 아예 10시를 넘겨서야 최대리의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그러면서 결코 일이 끝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는 성향을 가진 최대리에게 매번 ‘급하면 먼저 가’ 라는 말은 매번 잊지 않고 이야기했다. 

최대리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부서 책임자에게 김과장과 업무를 분리해주시면 안되냐고 의견을 제기했지만, 조직 구조상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 이야기를 건너 들은 직후에도 김과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급하면 먼저 가’ 라고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대리가 개인적으로 중요한 저녁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김과장을 포함해 주변에 단단히 그날 무조건 정시퇴근해야 하니 양해 바란다고 알려놓은 날이었다.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업무를 끝낸 최대리는 김과장의 결재만 받으면 그대로 정시 퇴근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옆부서 박과장이 오더니 김과장이 외부 미팅 후 사무실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응급실로 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부랴부랴 결재자를 바꾸고, 김과장의 상태를 전화로 체크한 후 부서장에게 보고하느라 정시 퇴근은 커녕 한참 늦어져서야 겨우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며칠이 지난 후 옆부서 박과장이 김대리를 조용히 불렀다. 

“김과장이 자네가 너무 퇴근 시간에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봐. 발목을 다쳐서 응급실을 갔는데, 혈압도 높고 우울증 증상도 있다고 해서 며칠 더 있어야 복귀한다고 하네. 요즘 젊은 친구들 퇴근 시간 지키고 싶어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윗사람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퇴근 시간을 지키고 싶어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한마디 하려고 불렀네. 김과장에게 병문안갔더니 자네 때문에 그간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지러움증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더군.” 

이 이야기를 들은 최대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간 먼저 퇴근해야하니 빨리 하라고 명시적으로 채근한 적도 없고, 그저 습관적으로 야근하는 모습도 별로고 일처리 속도도 너무 느려서 자기 혼자 속터져 한 것 뿐인데,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그리고 윗사람이 되어가지고 그 정도 이야기는 직접 자기에게 하지 왜 상관도 없는 옆부서 사람을 끌어들인걸까?  얼마 후 김과장은 복귀했고, 늘상 그랬던 것처럼 다시 야근을 했다. 결재를 기다리던 최대리는 옆에서 마냥 앉아있기 힘들고, 박과장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아예 밖에 나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복도 유리창에서 본 김과장의 컴퓨터 화면에는 업무용 프로그램 화면 대신 온라인 바둑이 떠 있었다.>



[수동공격형 상사 특성과 대응책]  


특성 

- 자리에 비해 역량이 부족 

- 불안도가 높음 

- 질투와 공격성향이 높음

- 문제를 직시하지 않음


대응책 

- 수동공격을 인지하고 계속 그럴 것이라 예상할 것

-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 것 

-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릴 것

-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방법을 찾을 것



- '당연하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 사무실 싸이코 대응 매뉴얼' 에서 발췌

   (저자 : 패스파인더넷. 넥서스 출판사,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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