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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ep 08. 2023

중소, 중견기업에서
사업기획의 문제점


중소, 중견기업에서 사용하는 사업기획 자료와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사업기획 자료에는 별 차이 없어보이지만 사실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전자에는 없는 것이 후자에는 있고, 반대로 전자에는 있는 것이 후자에는 없는 것이 하나씩 있다. 


우선 중소, 중견기업 사업 기획 자료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이 '산업 분석'이다. 나와 내 거래처, 이 거래처를 둘러싼 직접 경쟁사 분석 정도는 들어가지만, 고객사의 고객들이 어떻게 내 제품과 연계된 소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는 셈. 매 분석마다 산업 전체의 Up/downstream 분석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Industry landscaping을 해야 전체 산업내에서 우리의 위치와 위상,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전략적인 방향성이 드러나는데 이에 매우 취약한 셈. 물론 이들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대부분 중소, 중견업체의 매출이 사실 특정 대기업 몇 곳에 대한 '납품'이고, 이 대기업에 종속적 관계이다보니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굳이 산업 차원의 시각이 불필요한게 큰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시각이 고정화되면 벗어날 기회가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그냥 작은 납품사의 위상을 못벗는다. 


반대로 중소, 중견기업 사업 기획이나 상품 기획 자료에 자주 나타나는 것이 소위 말하는 SWOT 분석이다. 이 분석 자체가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문제는 터무니없이 '주관적'으로 해석한다는 것과 '매우 추상적'인 수준으로 분석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냥 윗사람이 시키는 지시 사항을 '논리적으로 보이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분석이라는 것은 그 결과에 따라 우리의 업무 우선 순위와 가중치가 정해지고, 그에 따른 위험도와 기대치가 산정이 되며, 그래서 우리가 무엇부터 해나가고 무엇을 보충해야 할지를 정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결과의 성패야 신만이 아는 것이지만, 우선순위를 정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은 행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선택에 따른 찬반을 고려하기 위해 하는 것이 기획의 업무인 셈인데, 이 부분에서 고작 SWOT 정도로 퉁치려니 문제가 생기는 것. 


산업 전체의 흐름을 보고, 그 속에서 우리의 위치와 방향, 속도를 잡는 것이고, 그렇게 잡았을 때 우리가 취할 기회와 리스크 요인의 균형점과 우선 순위를 잡는 것이 사업 기획이다. 이게 중소, 중견기업 수준에서는 거의 되지 않다보니 주로 영업에서 나오는 '고객의 소리'에만 회사가 휘둘리고 회사의 발전이 거기서 거기가 된다. 중소가 중견이 되고, 중견이 대기업 되는게 어려운 건 단순히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때문에 그렇게 되는게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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