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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pr 23. 2024

삼성 임원 주말 근무에 대한 단상

삼성이 조직 위기감을 강화한다며 임원들의 주말 근무를 한다고 한다. 관련된 몇 가지 생각.


1. 세상을 바꿀만한 역량이 내부에 없다면 주말 근무로라도 위기감을 불어넣는 방법을 쓰는 건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효과가 있느냐는 별개 문제고, 그냥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것도 하나의 효과다. 무기력보다는 나으니까.


2. 조직 건강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출의 폭발적 성장 또는 해당 산업 내에서 장벽으로 여겨졌던 난제를 해결한 제품과 기술을 내놓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9년 100조원 돌파 후 2023년 160조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 정도의 매출 성장이 지속되면 기업 내 임직원들의 텐션도 좋고, 조직도 활성화된 상태가 유지된다. 물론 조직내에 헛바람도 생겨나는 건 피할 수 없지만, 어쨌든 매출 성장이 지속되면 대부분의 문제는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한동안 답답한 상황을 지속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답이 없던 모바일폰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깃허브 및 각종 게임 업체 등 원래 잘하던 일인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와 콘텐츠를 보강하면서부터이다. 확실한 홈런은 오픈 AI가 쳤고. 이렇게 주가가 오르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느슨하고 배가 불렀다는 평가를 받던 조직 문화 이야기가 싹 사라졌다. 조직 문화는 조직 문화 문제로 대응하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성장과 기회가 생기면 조직은 만족하고 열심히 하기 마련이다. 삼성이 이게 안되니까 주말에 불러서 일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래봐야 문제 해결 하나도 안되겠지만.


3. 스타트업이 아닌 초대형의 대기업들은 성장을 하기 전에 조직 전체의 텐션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물론 자칫하면 충격 요법 썼다가 성장 동력을 모두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기지만, 구조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의 셔플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잘하는 사람도 쓸려나갈 수 있겠지만, S급 인재가 아니더라도 일에 몰입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이 꾸려져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다시 성장 가도로 올라가지는 못하지만 조직과 성과의 downturn 은 멈춰 세울 수 있다.


4. 이렇게 언덕길에서 내려가던 차를 세운 뒤에는 경영진의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성장할 기회를 찾아내서 조직이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5. 삼성의 임원 주말 근무에 대해 비판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나 역시 매우 웃기는 짓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만약 미국 기업이었으면 주말 근무가 아니라 그냥 상당수의 임원들과 평가가 좋지 않은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환율 효과 등을 제외하면 지난 10여년간 삼성 전자의 매출액은 매우 지지부진한 편이었고, 새롭게 발굴한 매출원도 거의 없는 편이었으니까. 삼성이 정리해고 등을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해고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복잡한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택한 고육책이 주말 근무일 것이다. 그 점에서는 삼성 경영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6. 조직을 다시금 성장의 가도로 올려놓는 일은 어떤 사례를 봐도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칫하면 노키아처럼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공중분해되는 경우도 흔하게 생긴다.


7. 결국 성과가 좋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일 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하려고 R&D나 신제품 출시 같은 organic growth 방법도 찾고, 연관/비연관 신사업 진출도 시도하는 in-organic growth를 시도해야 하는데, IMF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크게 성공하면서 얻었던 성과들에 배가 불러서 2010년대 이후 신성장 동력 발굴을 소홀히 했던 후과를 이제 지불하고 있는 셈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는 속도로 볼 땐 최상위 대기업 중에서 몇 곳은 상당기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고통에 비하면 주말 근무면 애교 수준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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