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한 후 제품을 처음 내놓을 땐 불안도 많지만 두근거림이 더 크다. 당첨 확률이 벼락맞을 확률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해도 은근 기대되는 복권 발표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시점은 이렇게 내놓은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뜨미지근’할 때다. 분명 좋아해주는 소수의 고객이 있기는 한데, 새로운 고객의 유입은 많지 않고, 그렇다고 아예 제품을 포기해버리기에는 이 소수가 좋아해주는 모습이 명확한 경우. B2B의 경우 감사하게도 계약해주는 고객사가 있지만 이 고객사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곳이 추가로 나타나지 않아서 아이템을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끌고 가봐야 사이즈가 안나오는. 전형적인 계륵.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일단은 마케팅을 다른 방법으로 해보거나, 제품을 약간 수정하거나, 다른 고객에게도 소개해보거나, 가격이나 판매 채널을 조정하는 식의 대응을 하기 마련이다.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수정. 이렇게 해도 여전히 애매하면 그 다음엔 규모의 경제를 위해 고정 자본 투자를 크게 늘리거나, 마케팅에 큰 돈을 쓰거나, 기술개발을 해서 신제품을 내놓는 식의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작지만 시장이 있는데 조금만 뭔가를 더 해보면 될 것 같다는 희망고문이 시작되는 것.
이 상황에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답답한 마음에 ‘투하 자본의 크기’를 급격하게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단순히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많은 경우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점심 장사로 국밥 10그릇 팔다가 100그릇 팔겠다고 하면 그냥 그만큼 판매량만 늘린다고 생각하겠지만, 10그릇이 가내수공업이라면 100그릇은 먹자골목의 대형 전문 음식점이 된다. 가내수공업에서는 주인이 좀 부지런히 움직여서 팔면 되고, 그 주인의 손맛이 좀 특이해도 그 맛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한달에 수백명 수준이면 충분하지만, 100그릇은 한달에 한번 온다고 가정해도 최소 3천명 수준의 고객이 있어야 하고, 이 정도의 점심 고객을 유인할 수 있으려면 배후 지역에 수만명의 고객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유동인구 많은 대형 상권의 먹자 골목에 있거나 아니면 임대료 매우 비싼 도심지 직장인 상권이어야 가능한 규모다. 당연히 수천, 수만명의 입맛을 만족시켜야 하니 음식 맛도 특색이 있되 보편성도 높아야 하고, 음식 조리나 서빙, 홀 운영 등에서도 전문성이 충분해야 가능해진다. 동네 상권의 작은 소상공인에서 메인 상권의 음식 전문 중소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 ‘10그릇에서 100그릇 판매’로 크기를 키우는 의미다.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는 더 큰 시설, 더 비싼 상권,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할 것이다. 이걸 시작하는 방법이 뭐냐는 것이고, 조급한 마음을 누르고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부터 수행하라는 것이 교과서의 이야기. 제품의 매력을 키우는 것이 항상 최우선이다. 제품의 수요가 스케일업을 불러야지 스케일업 전략이 수요를 부르려고 하면 결과가 대체로 매우 안좋다. 순서를 잊어버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