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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n 13. 2024

신사업 아이디어, 이게 맞나?

모나미의 신사업 기사 관련 


"모나미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문구 산업 위축에 대응하고자 필기구를 60년 넘게 만들며 축적한 색조 배합 노하우와 플라스틱 가공 기법을 바탕으로 화장품 사업을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신문 기사에 나온 모나미의 신사업 선정 기준이다. 학령 인구 감소와 IT 기기 때문에 필기구 매출이 감소하는 모나미 입장에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신사업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그리고 그들이 본 자신들의 경쟁력은 '색조 배합 노하우와 플라스틱 가공 기법'이어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색조 화장품 ODM 사업을 신사업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게 맞는 선택일까? 


이 답을 하려면 '모나미' 회사의 필기구가 잘 팔리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된다. 진짜 '색조 배합 노하우와 플라스틱 가공 기법'이 모나미 필기구가 팔리는 이유일까? 


두번째는 이 '경쟁력 있다고 믿는 기술'을 이용해서 왜 화장품을 팔아야 하지? 가령 색조 페인트는 왜 안되고, 집안 인테리어 소품은 왜 안되지? 다 색조 배합된 플라스틱인데? 그나마 페인트는 B2B인데 인테리어 소품은 B2C인데?


화장품이 시장 규모가 제일 크고 성장율이 좋아서?


이 사례를 보면 국내 기업들이 신사업을 선택하는 논리를 아주 확실히 보여준다. 


(1) 회사의 기존 사업에서 가장 큰 '경쟁력'요소를 찾을 것


(2) 회사의 기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 (모나미의 경우 제조)과 유사한 업종을 고를 것


(3) 그 중 시장의 규모 및 성장성이 가장 좋은 시장일 것 


(4) 제조 + 색조 + 필기구 핵심 고객인 젊은 여성 = 색조 화장품!


이 흐름이면 색조 화장품 ODM/OEM은 아주 '논리적인' 귀결이다. 


문제는 사업자가 논리적으로 시장을 선정했다고 해서 돈이 벌리느냐는 것이다. 이 논리에는 아주 중요한 두 요소가 빠졌다. 


우선,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모나미가 만든 화장품이면 고객이 사야 할 이유가 있냐는 것. 모나미 필기구 사는 사람이 모나미의 '색조 배합과 플라스틱 가공'이 좋아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ODM/OEM 고객사가 중요한 고객이라면 가격 경쟁력과 제조 경쟁력이 나와야 하는데 기존 대형 화장품 위탁 생산 업체에 대비해서 경쟁력이 있나?


두번째는 제조업체였으니 화장품도 제조에 집중하는 green field 방식의 신사업 진출이 맞냐는 것이다. 


모나미의 선택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신사업' 또는 '신성장동력 발굴'의 과정은 IMF 이후 경영자의 인사이트보다 '논리' 특히 '기존에 잘하던 핵심 역량의 확장'이라고 하는 시너지에 기반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그래봐야 답 안나온다. 


이런 식으로 신사업해서 지지부진한 곳들 굉장히 많다. 이 방법이 맞을까?


신사업을 이 정도만 고민하고 시작하면 다른 걸 아무리 많이 해도 결론은 어차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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