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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an 23. 2019

창업하면 안되는 성격이라는게 있는 걸까?

미매뉴얼 분석 이야기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듯 인생에 100%라는 건 없습니다. 때문에 특정 성격이라고 해서 스타트업에 뛰어들라거나, 뛰어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은 길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모아놓은 돈이나 능력만 쓰는게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자기 밑천을 다 드러내게 됩니다.

  

아무리 운칠기삼이어도 자신이 가진 것이 3을 채워주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고, 성격은 자기가 가진 것 중에서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건 분명하죠.  


앞선 글에서는 창업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격에 대해 살펴봤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며, 성실하고, 자율적 삶에 대한 욕구가 많은 사람 중에서 감정적 안정감이 큰 사람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했었습니다.  


그럼 창업을 권장하지 않는 성격은 어떤 성격일까요?


창업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반대 성격. 즉 위험을 피하고, 성실하지 않고,굳이 자율성을 중요시하지 않고, 감정적 기복이 큰 사람일까요?


이렇게 이해하면 좋겠지만 창업을 권장하지 않는 성격은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이하는 관련된 심리학의 연구결과와 저희 회사에서 진행했던 조사들, 그리고 제가 스타트업들을 교육하면서 얻게 된 개인적인 경험들의 종합입니다. 역시 세상엔 100%가 없기 때문에 반론이 있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1. 실행기능이 낮은 사람


사람의 전두엽 발달과 관련된 기능 중에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로 사춘기~청년기에 발달하는 이 실행기능은 아래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목표를 위해 자기를 통제할 수 있을 것

일을 체계화, 구조화하고 우선순위화 할 수 있을 것

자신과 상황을 객관화 할 수 있을 것


한 마디로 일잘하는 사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그 사람이 날 때부터 가진 재능이거나 많이 노력해서 갖춘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러한 특성들은 사춘기 두뇌의 발달과 관련된 기능으로 제 때 적절하게 훈련되어야 갖출 수 있는 능력입니다.


어릴 때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성인이 된 후 평균적인 성인의 신체 능력을 갖출려면 몇 년 정도 독하게 맘먹고 운동해야 하는 것과 아주 유사하게 실행기능이 약한 성인도 몇 년간 독하게 훈련해야 개선됩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차이가 아니기에 자기가 실행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기도 어렵고, 인정하기는 더 어렵죠. 그리고 훈련할 방법도 마땅하지 않습니다.  


이 실행기능이 부족하면 스타트업 창업의 전 과정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Ideation도 느슨하게 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조사하는 단계도 건너뛰거나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제품 개발도 엉망이 되거나, 아예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어찌어찌 제품을 만들고 사업을 본격 운영해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기에 동업자와 갈등이 생기거나,

직원을 고용하고도 제대로 일을 시키지 못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죠.  


가장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기의 실행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다는 겁니다.

(당사자가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단지 게으를 뿐입니다. 실행기능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본인에 대해서 전혀 파악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사업이 망해도 무엇때문에 망했는지 알지 못하죠. 그저 주변이나 환경 욕하는게 다입니다.

또한 여러번 반복해서 망해도 반성도 학습도 안됩니다. 집안 기둥뿌리 뽑는다는 사람들이 딱 이 사람들이죠.  


자기의 실행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인정 못하시겠지만, 정말 자기통제, 구조화, 우선순위화 그리고 객관화에 자기 문제가 명확히 있는 분들은 사업은 절대 시작하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2. 커뮤니케이션 속에 숨어있는 의도나 감정 등을 전혀 캐치하지 못하는 사람


이게 도대체 창업과 무슨 상관일까요?


사람말 못알아먹고,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게 우리 사회이고, 이들 중에서 창업한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창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머리속의 기능 중 하나가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말의 근본적 이유를 찾아내는 기능입니다.

Mentalization, 정신화라고 부릅니다. 이 기능의 역할은 일차적으로는 타인이 하는 말의 진짜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죠.


상대방의 Yes가 진짜 Yes인지No인지를 알아내는 겁니다.  

그리고 이 기능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적용됩니다.


우리는 때론 우리 스스로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혹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잘 모르는 일들을 합니다. 특정 단어를 들으면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도망을 치거나,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죠. (비슷한 패턴이 거의 항상 반복되는 경우를 뜻합니다.)


보통 사람은 이렇게 뭔가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생각을 해보고, 자기가 왜 그러는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성숙해지고 조금씩 자신을 규정하고 있던 상처, 두려움, 불편함 등의 부정적 감정을 벗어나게됩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 이유를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가 반복적으로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정신화가 안되는 사람이라고 하죠.  


이런 사람이 보이는 태도의 가장 전형적인 것이 자기 맘대로 해석한다는 겁니다.


상대의 비난도 칭찬으로 해석한다던가, 상대가 문제를 말하면 말하는 태도를 꼬투리잡아서 그 태도만 가지고 열을 낸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달을 가르키면 손가락만 보는 거죠.


이런 사람들의 두번째 특징은 아주 자기중심적이라는 겁니다.


상황이 어떻든 자기의 욕구가 가장 중요하고, 자기 욕구 외에는 신경쓰지 못합니다.


가령 집안 식구들이 함께 처리해야할 급한 문제가 있는데 자기는 놀러나가는 사람이 여기 해당됩니다. (물론 이것도 반복적일 때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정작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하나의 일에 집중해서 매달린다는 건 생각보다 정신적 힘이 많이 필요한 일인데 정신화가 안되는 사람들은 이 힘이 많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이 일 저 일 마구 벌리고, 이 사람 저 사람 마구 만나러 다니지만 정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주 친밀한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아직 두뇌가 충분히 발달하기 전인 20대 초반 이전에 이런 성향을 많이 보인다면 그래도 나이들면서 좀 나아질 수 있겠지만 20대 중반이 넘어서도 이렇다면 개선의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 취향이 어린이 같은 것이 아니라 하는 행동이 딱‘철없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범주입니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조직 생활을 못합니다.


일에 집중도 못하고, 매듭도 짓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데 조직생활을 잘하면 이상한거죠. 때문에 나이가 좀 든 이후에 창업을 합니다. 그리고 망하죠.


또 합니다. 또 망하죠. 더 망할 돈이 없어질 때까지 망합니다. 이 사람들이 그래도 창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대체로 부모가 이런 성향을 계속해서 부추겨왔고, 그런 성향에서 요구하는 욕구를 계속 충족시켜왔기 때문이죠. 부모 재산도 모두 날려버리고 난 이후의 삶은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합시다.


자기가 이런 성향이시라면 창업은 절대 하지 않으시길 권장합니다. (진짜라면 정말 ‘인지 및 인정’을 못하실 가능성이 크니 쓸모없는 소리이기는 하네요. 그래도 확인하고 싶다면 직계 가족중에서 이런 분이 있다면 창업은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주변인이 이런 사람이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주세요. 학습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절대로 문제해결 못합니다.  



3. 감정적 기복이 아주 큰 사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을 연예인만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텐데요,창업자들도 대단히 잘 걸리는 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사된 통계가 없어서 미국 통계를 좀 조사해보면 전체 창업자중에서 정신질환을 호소하거나 치료한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울증 30% (일반인 16.6%)

주의력결핍장애 29% (일반인 4.4%)

각종 중독 12% (일반인 8.4%)

양극성장애 11% (일반인 4.4%)


(출처: The prevalence and co-occurrence of psychiatric conditions among entrepreneurs and their families. Freeman, M.A., Staudenmaier, P.J., Zisser, M.R. et al. Small Bus Econ (2018).

https://doi.org/10.1007/s11187-018-0059-8)


창업자중에 원래부터 정신질환자가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일반인 대비 창업자의 정신질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죠.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창업 환경이 힘들고, 경쟁강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아마 환자 수준의 고통을 겪는 사람 비중이 미국보다 낮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 이렇게 정신질환을 불러일으키는 창업이라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심각하게 고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명확한 일이니 평소 자기 감정이 널뛰던 경험이 있으시거나, 자기를 자기가 봐도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시면 창업은 최대한 피하세요.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창업할 경우 자기만 힘들게 하는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 특히 직원들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감정기복이 심해서 조울증처럼 감정과 태도가 널뛰는 대표이사는 많은 경우 직원들에겐 악몽같은 존재입니다. 단순히 생산성을 떨어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자존감과 건강을 해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동기부여가 될리도 없고, 실적도 엉망인게 맞는거죠.


(물론, 현실에서는 이런 대표이사 옆에는 감정의 기복을 오히려 잘 이용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종류의 사이코패스같은 인간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가호위하면서 직원들 쥐어짜고, 대표에게는 바싹 붙어 자기 것을 챙기거나 대표의 눈을 속이는 사람들이죠. 또는 대표이사와 같은 감정적 문제를 가진 가족들이 경영진으로 있는 경우도 흔하죠. 우리나라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거죠.)


함께 일하게 될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자기의 감정기복이 심하면 창업은 신중하게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글이 길어져서 요약하겠습니다. 창업을 하면 안되는 성격이라고 무조건 하면 안된다는 아니지만 실패 확률을 극단적으로 키우는 성격이라면 안하시는게 맞겠죠? 대략...


(단순히 게으른게 아니라) 실행기능에 문제가 심각하거나,

‘철없다’는 이야기를 너무 자주 듣거나,

감정기복이 심한 분이라면


스타트업 창업보다는 지금 있는 곳에서 직장인으로 오래오래 사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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