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적 특성에 따른 직무 역량 향상
우연찮게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던 글 중에 일부를 책으로 출간할 일이 있어서 지난 두 달 정도 브런치 글 업로드를 거의 못했습니다. 이제 다시 처음처럼 열심히 써볼까 합니다.
오늘부터 당분간 다뤄볼 주제는 성격적 특성에 따른 적절한 직무 역량 훈련법입니다.
그 첫 번째로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획 업무라고 하면 보통 기업체에서 다음과 같은 세부 업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부별 실적을 평가하고, 사업 성장을 위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여러 경영 자원을 전략에 맞춰 분배,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전략 기획]
사업부 혹은 사업 아이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단기, 장기적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 모니터링하는 [사업 기획]
고객의 수요나 변화하는 니즈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이를 현실화해내거나,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는 [상품 기획]
부서단위에서 현재 실적과 미래 목표/방향성 사이의 연결성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체계와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영업/마케팅/R&D/개발/생산 등 [부서별 기획]
말은 복잡하고, 분명 조금씩 다른 업무들을 합니다만, 기획 업무를 간단히 표현하면
현황을 분석하고,
목표와 방향을 수립하고,
실행 방안을 세우고,
필요한 경영 자원을 투입하고,
실행 과정을 통제, 모니터링하는 역할입니다.
업무로서의 기획은 비교적 명확하게 부서나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 일이고, 회사 내에서 머리좋고 잘나가는 인력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죠. 굉장히 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방향을 정해야 하며, 여러 사람을 이 방향에 동참하게 설득하고, 관리하는 일을 수행해야 하니까요. 비교적 소수에게 해당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역량으로서의 기획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방향을 설정한 후 달성방법을 찾고, 이를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모든 업무에서 필요한 역량이거든요.
물론 ‘기획’이라는 명칭이 붙지 않는 업무를 하는 경우엔 이런 역량들은 부분 부분 요구되거나, 주로 부서의 상사들이 해서 실무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만 어떤 직종이든 일을 잘하려면 결국 반드시 필요한 역량입니다.
기획 업무 담당자건 아니면 일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나 실행계획의 수립, 관리의 필요성이 요구되어지는 모든 사람들이 ‘기획 역량’을 향상시키고 싶어하죠. 때문에 관련한 책들도 많이 나와 있고, 브런치 등을 찾아봐도 매우 많은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 등도 활발하죠.
이들 콘텐츠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결국 앞서 설명했던 능력들을 각각 키우고, 이걸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경험을 키우는 것인데요. 요약하자면
사업/고객/제품/경쟁사 등에 대한 현황 분석력
인사이트를 뽑고 기획 방향성/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창의적 사고 능력
실행 방안을 다양하게 떠올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우선순위화하는 체계적/논리적 사고 능력
이를 구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관련 사람에게 동의를 받아내는 설득력
실행 및 모니터링을 위한 꼼꼼하고 집요한 실행능력
등의 역량을 각각 훈련하고, 이를 실제 상황에서 적용해 가면서 자신의 기획 능력을 높여가라는 것이죠. 100%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대로 열심히 하면 됩니다. 실무 경험이야 절대적인 시간과 업무 기회가 필요하지만, 각 세부 역량 향상에 대한 이론은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획력과 관련된 책도 수없이 많고, 좀 큰 기업체에 있으면 3~4일 워크샵으로 배우기도 하고, 사수가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고, 상사가 집요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잘 안됩니다. 왜 그럴까요?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러 책에 나온 방법론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의 두뇌가, 우리의 성격이 이 방법론을 제대로 학습하고 적용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대로 배우려면 우리의 성격을 스스로 잘 이해하는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몇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A씨는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모임에도 많이 나갑니다.
하지만 막상 모임에 나가면 수동적인 면이 많고, 잘 집중하지 못하죠. 그래서 모임에서 연락처를 교환한 사람은 많지만 아주 친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저런 몽상이 많고 호기심도 있는 편이지만, 무언가에 대해 깊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머리아파 합니다.
일처리를 할 땐 책임감이 아주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이뤄보겠다는 성취욕구가 강하지도 않습니다. 또 일에 본격 착수하려면 멈칫거리고 잘 마무리하지도 못하며 실수도 매우 많습니다.
A씨에 대한 묘사를 잘 읽어보시면 분명 회사에서 본 적이 있는 인물일 겁니다. 우리 중에서 비율이 그래도 25~30명당 1명 꼴은 되거든요. 이런 사람이 부하직원으로 들어오면 상사 입장에서 거의 미치죠. 집중력도 약하고 업무 의욕도 없어서 뭘 가르쳐도 실수 투성이고, 자기가 실수한다는 생각 조차도 별로 안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기획 역량은 필요합니다. 회사에서 버틸려면 무슨 직군이든 연차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업무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니까요. (회사에서 밀려나서 창업하게 되면 싫어도 해야 합니다. 아니면 무조건 망하니까요.) 이런 사람은 자기 스스로 새로운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체계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걸 논리적으로 구조를 짜고, 실행계획으로 만드는 건 더더욱 못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분들이 기획 역량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매뉴얼과 작업계획서 작성 훈련입니다.
매뉴얼의 의미는 남이 만들어놓은 기획 자료를 그대로 따라서 해보라는 것입니다. 문서로 되어 있는 걸 목차부터 구성, 근거자료, 핵심 메시지까지 따라서 만들어보고, 이후에는 한 페이지씩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맞춰 조금씩 바꿔보는거죠. (물론 이렇게 따라하는 것에도 집중력과 의욕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를 강제하거나 푸시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뭐, 이런 사람도 없으면 그냥 안하시는게 맞습니다. 이 성향이신 분들은 혼자서는 작심삼일의 굴레를 거의 못벗어납니다. 여기서의 기본 가정은 어쨋든 기획 역량을 키울 압박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뉴얼대로 해보기 뒤에는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작업계획서를 세우는 연습도 뒤따라야 합니다. 초기에는 역시 남이 만든 작업 계획서를 그대로 베끼는 연습을 하다가 그 안의 항목을 하나씩 내 업무와 연결시켜 보는거죠.
이런 학습이 최소한 6개월 이상 누적되면 그래도 최소한의 기획은 할 수 있게 됩니다. 남보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자기 일이나 자기 일과 관련된 일의 범주에서는 그래도 약간의 체계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분들에게 서점에 많고 많은 업무 기획 교과서를 그냥 던져주면 첫 페이지를 못넘깁니다. 매뉴얼이든 혹은 주변의 동료든 누군가 사람의 전두엽에 해당되는 체계-구조-논리 역할을 도와줄 매체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B씨는 굉장히 꼼꼼한 사람입니다. 책임감과 성취욕구도 강하고 일을 시작해서 마무리짓는 능력도 좋습니다.
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은 전혀 아니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꿈과 희망같은 것에도 큰 관심이 없는 타입입니다. 그것보다는 당장 지금의 일을 잘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며 업무 결과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논리적이고 체계적 사고를 잘 하지만 관심분야가 많지 않고 호기심이나 예술적 감수성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업무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도 별로 없고, 특별한 취미가 있지도 않습니다.
이런 분들은 기획 업무 잘 할 것 같지요?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자기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많고, 열심히 일하는데 꼼꼼하기까지 하니 기획 업무에 필요한 분석력, 체계적 계획 수립 및 실행 등에서 흠잡을 데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의 문제점은 눈이 ‘지금, 여기’에만 가 있다는 겁니다. 사고의 폭이 넓지 않고 업무 분야 외에 아는 분야가 많지 않으며 관심도 없어서 오직 당장의 일과 당장의 성과만 생각합니다. 물론 가끔은 먼 미래도 고민해보지만 당장 할 일이 있으면 그것에만 집중합니다.
이분들은 분석과 계획은 잘하지만, 이 둘을 잇는 중간다리인 ‘비전과 목표,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사업 기획을 맡기면 기획이 아닌 계획을 수립해오죠.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고,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할 일만 디테일하게 정리된 계획이 날라옵니다.
이분들이 기획 역량을 키우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A보다도 어렵습니다.
소위 말하는 확장적 사고가 정말 안되는 분들이고, 눈에 실체가 보이는게 중요할 뿐 미래의 지향점이니 혁신적 사고니 하는 것들은 정말 뜬구름으로 느끼시고, 굉장히 불편해 합니다. 때문에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건 기획 역량을 키워준다는 실용 서적이나 매뉴얼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개방된 사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업무 혹은 당장의 필요와 하등의 상관이 없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고,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은 분야끼리 연결지어서 스토리를 만들어보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connecting the dots 연습을 해보는거죠.
물론 이 분들은 현실적인 인센티브나 압박이 없으면 이런 ‘시간낭비같은 헛짓거리’에 집중할 리가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당장의 업무와 상관없는 기업 사례를 읽고 그 사례를 우리 회사나 업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같은 것을 결과물로 만들어 보는 연습도 병행하는게 좋습니다. 결과물이 만들어지면 뭔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런 분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중요한 건 당장의 업무와 상관없는 주제를 중심에 놓고 ‘빈둥거려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분들은 두뇌가 생각하기를 싫어해서 최대한 익숙한 일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진 게으른 두뇌를 가진 분들입니다. 게으른 두뇌를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빈둥거려서 ‘당장 하던 일만 해’ 라는 두뇌의 명령을 거부하는 겁니다.
성격별로 쓰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정리를 하겠습니다.
기획 역량은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량입니다.
그 역량을 기르는 일반적인 방법을 시중의 여러 책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의 정석 들여다 본다고 수학적 사고 능력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책 들여다본다고 기획 역량 안늘어납니다. 왜냐면 성격에 따라 기획 역량을 키우는 방법이 아예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 대충 스스로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습니다. 인정을 하는게 힘들 뿐이지요. 성격을 잘 생각해보시면 분석-목표수립-계획 중에서 자기가 약한 분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 보완할 방법들을 찾아보세요. 그냥 기획 관련 책보고 수업 듣는다고 기획 역량 늘어나지 않습니다.
※ 일전에 브런치 프로젝트 대상 수상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곧 책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드디어 나왔습니다!
브런치, 매거진 <B>, 유유출판사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일의 기본기 :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교보문고에서 보기/ 영풍문고에서 보기/ 인터파크에서 보기/ 반디앤루니스에서 보기/ 알라딘에서 보기
1. 슬기로운 직장생활 페이스북에서 더욱 다양하고 현실적인 커리어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suljikcareer/
2. 미매뉴얼에서는 내가 가진 성향에 대해 더욱 깊게 분석하고, 알맞은 조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 http://www.memanual.co.kr
3. 슬직 운영사 패스파인더넷에서는 관련 강연, 커뮤니티에 대한 소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pathfinder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