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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pr 10. 2022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하델리히의 사운드

2022.04.08. (금) 서울시향 공연

차이콥스키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게 된 계기는 에두아르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이었다고 한다. 바이올린의 기교가 매우 화려한 '스페인 교향곡'을 생각해보면,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에서 느껴지는 찬란함이 이해가 된다.


이날 하델리히의 사운드는 눈부신 아름다움이었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이렇게 서정적이고 로맨틱했나 싶을 만큼. 앙코르로 연주했던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3악장까지 완벽했다. 감동받아 촉촉해진 마음에 여운을 더해주는 앙코르였다.


2부에 이어진 벤스케의 시벨리우스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색채의 그라데이션을 사운드로 그려내는 듯한 그의 지휘에 감탄할 수밖에. 소리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스킬의 내공이 돋보였다. 시벨리우스 5번 교향곡은 핀란드의 광활한 숲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곡이었는데, 1부에 따뜻함으로 가득 찼던 롯데콘서트홀이 2부엔 청량함으로 채워졌다. (시벨리우스가 핀란드 작곡가인데 벤스케도 핀란드 출생의 지휘자다.)


올해 서울시향 관악기 파트가 일취월장이다. 목관악기 파트는 원래도 좋은 편인데, 금관악기군은 밸런스가 정말 좋았다.


에두아르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은 '교향곡'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5악장으로 이루어진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영감을 주었다는 이 곡이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레이 첸이 연주한 버전을 추천한다. 화려하고 어려운 기교를 굉장히 가뿐하게 소화해내는 레이 첸의 매력을 스페인 교향곡에서 듬뿍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에 레이 첸은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스페인 교향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났음에도 그날 레이 첸이 보여주었던 화려하고 단단한 기교는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2022.04.08. (금) 8PM

<서울시향 하델리히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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