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묵시록> OST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을 반전 영화라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이 영화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과 영화 모두 인간의 집단적인 '광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둠의 심연>은 제국주의 시대 영국을 출발해 아프리카 콩고로 향하는 여정을 다루고 있으며,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에서 출발해 캄보디아 밀림 깊숙이 넝강(가상의 지명으로 실제는 메콩강)을 따라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백인이 식민지 쟁탈을 위해 벌이는 행위와 그들이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원주민의 행위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다룹니다. 물론 반제국주의 소설로 읽어도 좋겠지만 인간이 가지는 '광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또한 배경이 베트남전이지만 전쟁이 깊어지면서 피아의 구별없이 나타는 인간들의 집단적 광기가 그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건 명분없는 전쟁이며, 반전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초반부 윌러드 대위 일행의 배를 '넝강' 하구에 내려주기 위해 헬기 공습을 감행하는 '공중강습부대'의 씬이 있습니다. 공중강습부대 킬 고어 중령은 작전을 위해서라기 보다 자신이 서핑하기에 딱 좋은 파도가 있기 때문에 그 일대의 베트남 마을을 헬기로 폭격을 감행합니다.
이때 헬기에 장착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내보는데 그때 나오는 음악이 바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에 나오는 '발퀴레의 기행'입니다. '발퀴레'는 북유렵 신화에 나오는 날개가 달린 말을 타고서 전장에서 전사한 이들의 시체를 싣고 와서 전사들의 안식처인 '발할라'에 안치하는 역할을 하는 여전사입니다.
'발퀴레'는 게임이라든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라서 친숙하리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게임인 스타 크래프트에 '발퀴레'라는 공중공격 유닛이 나오고, 영화 <토르>에도 나오는 여전사입니다. 또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로 히틀러 암살 작전을 그린 <작전명 발키리>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발할라'의 경우도 종종 듣던 단어인데 스타 크래프트의 맵(map)중에서 '홀 오브 발할라'라는 유명한 전장맵이 있고,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의 전사들이 죽기 직전 '발할라'를 외치기도 합니다. 게임 스타 크래프트에도 '발퀴레의 기행'이 나오는데, 테란 종족의 전쟁 유닛이 시즈 탱크를 마우스로 연속해서 클릭하면 마지막에 탱크 조종사가 허밍으로 '발퀴레의 기행'을 부르기도 합니다.
음악도 친숙하고 그 음악의 제목과 의미도 낯설지만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극단적 광기와 폭격 직전의 고요함과 그 고요함을 가르고 흘러 나오는 음악과 이어지는 폭격이 잊혀지지 않는 장면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