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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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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제작소 Mar 27. 2021

일생소애, 一生所愛

선리기연 OST

'서유기'를 기반으로 하는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은 그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다. 1995년에 <월광보합>이 나오고 5년 후 <선리기연>이 개봉된다. 두 편 모두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만나 서역으로 경전을 구하러 떠나기 전 500년과 그 전의 500년을 오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서유기에서,  삼장법사를 만나기 전 손오공의 행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다룬다. 주성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는 이들이 많은데, 전형적인 주성치식 영화이지만 그 바탕에 깔린 내용은 인연과 상실, 허무의 정서다. 


서역으로 떠나기 직전에 영화는 끝이 나는데, 그 이전에 손오공이 속세의 인연과 얽히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운명이 주된 내용이다. 


선리기연의 마지막 장면,  삼장법사 일행과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천년을 오가던 인연을 끊어내고 뒤돌아 서는 모습에서 이 곡이 나온다. '일생소애一生所愛 일생 동안의 사랑'이 사막으로 들어서는 손오공의 뒤에 남는다. 


만듦새를 떠나서 비장함과 함께 깊고 슬픈 페이소스가 있는 영화다. 노래의 가사도 그런 내용인데, 또 다른 운명을 위해 미움과 사랑, 추억과 속세의 모든 운명을 내려 놓는다.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지 못하는 운명을 두고 바나나를 입에 물고 잰걸음을 재촉하는 손오공의 모습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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