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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Nov 16. 2017

42일 간의 유럽여행, 첫 날

파리에 도착했다

42일간의 여행 이야기를 하루하루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일기장 속에 담긴 기억에 조금의 과장이 덧붙여서. 정보보다는 그날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싶다.


1일: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에 인천공항까지 부모님께서 데려다주셨다. 작은 캐리어에 백팩 하나를 매고 공항에 드러 섰다. 착실하게 준비한 대로 휴대폰을 정지하고, 유심칩을 찾았다. 유심칩을 찾는데 약간의 말썽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내손에 들어왔다. 이제 부모님과도 공항에서 인사를 해야 하는 순간. 혼자서 떠난다고 한 달 반 동안 못 본다는 생각에 엄마와 아빠를 한 번씩 안아주고 들어갔다.

 왠지 비행기를 타는 과정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파리에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겠다. 숙소를 잘 찾아가 보자는 생각만 했다. 짐 검사를 하고 면세점도 휙휙 지나서 한 시간이나 일찍 탑승구에 도착했다. 면세점은 나의 계획에 없었다. 혼자서 왠지 불안한 마음에 그냥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장시간을 기다렸다. 비행기에 올라타는 통로에 신문을 두어 개 집어 들어서 자리를 찾아갔다. 내 옆 옆에는 아주머니께서 타셨고, 사이 자리는 비었다. 롯데관광에서 단체여행을 가신다는 아주머니는 친구들과 신나보이셨다. 나도 그 나이쯤에 친구들과 신나게 유럽여행을 갈 수 있을까. 혼자 알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하는데 비행기가 출발했다.


 날씨는 아침에 비가 좀 내려서 좋지 않았고, 비행 동안 난기류도 많이 만났다. 비행시간은 11시간에서 12시간 정도였는데, 나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행기 서비스에 좀 놀랐다. 화장실에는 칫솔 빗 토너 등이 준비되어있었고 사람마다 슬리퍼, 배게, 담요가 제공되었다. 쌈밥, 오렌지주스, 조각피자, 치킨밥 등 기내식이 맛있었다. 장시간 타는 비행기는 생각보다 몸이 괴롭다. 사람들도 찌뿌둥한지 설렁설렁 걸어 다니기도 하고 화장실 앞에서 스트레칭하기도 한다.


비행기 좌석
남은 시간을 확인하다가

'언제 도착하는 걸까.' 남은 시간을 계속 확인하고 잠들려고 노력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모두들 어서 내리고 싶어 하는 듯했다. 바로 짠하고 파리 시내까지 가면 좋지만 아직 입국심사와 짐 찾기가 남아있다. 파리 공항에 도착하고 아시아나 항공기에 탄 한국사람들과 우르르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아서 나왔다.


 그때부터 약간의 멘붕이 왔다. 준비는 했지만 막상 나비고(교통권)를 사는 곳은 보이지 않고, 버스 타는 곳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38번으로 가라고 직원분이 알려주셨다. 당황해서 숫자는 보이지도 않고, 엘리베이터를 오르고 내리다가 우연히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여성분을 발견했다.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니 큰 짐을 들고 자기가 같이 가주겠다는 말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덕분에 버스정류장을 찾았는데 기계가 고장 나있어서 티켓을 살 수 없었다. 혼자서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외국인: "기계는 고장 났어요."

나: "아 그러면 기사님에게 사면된다고 해요."


외국인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영어를 잘하고 있는 건가...' '의사소통이 되니까 좋다' '내 발음 좀 이상한 거 아닐까.'


 둘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성분이 한분 들어오셨고 한국사람이었다. 아시아나 비행기를 같이 타고 온 한국사람. 왠지 안심이 되어서 같이 시내로 가자고 이야기하고 버스를 기다리다가 다른 한국인 한분도 합류했다. 이 두 사람이 '파리에서 만난 두 친구'에 소개된 친구들이다. 간단하게 나이와 하는 일을 묻고 답했다. 나와 같은 휴학생 친구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온 언니.

시내로 가는 버스
도착한 곳

 같이 버스를 타고 파리 오페라에 도착해서 각자 메트로를 타러 가는 길에 드디어 혼자가 된 나는 두려웠다. 도둑이 내 가방을 훔쳐가지 않을까 하고 무서웠다. 메트로에 내려가니 티켓 창구에 역무원 아저씨가 계셨다. 나비고를 달라고 했더니 증명사진을 달라고 한다.


'아맞다 사진. 증명사진 어디에 뒀더라.'


캐리어를 열어서 서류를 모아둔 곳에서 사진을 발견하고 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다음부터는 척척 사진도 붙여주고 이름을 쓰고.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나의 한 달짜리 교통권. 다시 파리 집(숙소)으로 가는 메트로를 찾다가 헤매고 겨우겨우 메트로를 탔다. 생각보다 쌀쌀한 파리의 날씨보다는 우선 숙소까지 아무 탈 없이 가고 싶었다.

 메트로에서 나와서 구글맵만 보면서 집을 찾아갔다. 에어비앤비 주인인 존에게 시내 가는 버스부터 잘 오고 있는 건지 연락이 왔었다. 나는 예상시간보다 숙소에 늦게 도착했고, 혹시나 호스트를 화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한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 밝은 표정과 친절한 태도로 나를 대해주었다. 약 5층 정도 되는 유럽식 아파트였는데 그곳에서 내가 쓰는 방은 작은 욕실이 딸린 방이었다. 에어비앤비지만 집주인과 집의 입구가 따로 있어서 불편하지 않은 개인실.

숙소의 조명

'주방이 없기 때문에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면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왔다. 저녁 9시쯤이 었나. 배가 고프지만 혼자 레스토랑에 들어가기는 좀 엄두가 안 나서 바로 숙소 주변의 마트에 갔다. 캐리어에는 당연히 음식은 없다. 물과 과일, 초밥, 샴푸, 바디워시(마트 지원분은 바디워시라는 말을 못 알아 들었다. 바디 샤워하고 표현하셨다.)를 사서 집에 왔다.

 짐을 풀고 씻고 일기를 썼다. 일기장에는 그날에 있던 일과 하루 동안 쓴 돈을 적었다. '나중에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사진과 글로 기록을 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언니에게 선물 받은 노트와 볼펜 세 자루를 미리 챙겨 왔다. 잘 도착했다고 엄마에게 연락을 해두고 나는 잠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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