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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스터' 보드게임 체험 후기

보드게임콘 부스 체험

by 카레맛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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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urry-bear/167

*이 후기는 보드게임콘 후기와 이어집니다.


보드게임콘에서 재미있게 즐겼던 체험 부스중 하나는 '힛스터'였습니다. '힛스터'는 00년도, 10년도에 유행했던 예능 프로그램을 보드게임으로 바꾼 형태의 게임입니다. 노래를 듣고, 이 노래가 몇 년도의 작품인지를 떠올리며 바닥에 깔린 음악보다 이전 년도의 음악인가, 이후 년도의 음악인가를 맞추는 게임이죠.


예전 예능에서 이런 노래 맞추기 프로그램은 많이 있었습니다. 노래 제목 맞추기, 노래 가사 맞추기, 몇 년도 노래인지 맞추기와 같은 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때로는 쉽게 때로는 어렵게 나오고는 했는데요. 사실 이런 부류의 국내 시초는 "도전 1000곡"이 최초이지 않나 싶어요. 이게 완전히 똑같은 형식은 아니지만 노래방 기계에 번호를 찍고, 1000곡 중에 임의로 나오는 노래를 가수가 들은 다음 완창하면 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가수들은 지금 유행하는 모든 노래를 꿰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그램이었죠. 저는 어린 시절에 "도전 1000곡"을 일요일 아침이면 늘 챙겨보고는 했어요. 부모님과 같이 라면을 먹으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제 음악에 대한 스펙트럼이 꽤 넓어졌고 결과적으로 제 플레이리스트가 옛날 노래부터 최신 노래까지 섞이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지만... 여기부터는 저에 대한 TMI니 각설하고 보드게임 체험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음악은 1960년대 노래부터 2020년대 최신 노래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실제 보드게임에서는 바닥에 깔린 음악을 기준으로 삼지만 이번에는 1990년 강수지의 '보랏빛향기'를 기준으로 플레이했어요. 사실 90년도를 기준으로 삼으면 지뢰 밟기가 굉장히 좋아요. 당시에 유행했던 장르가 해외에서는 얼터너티브 락, 국내에서는 락 발라드, 밴드 음악이 유행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죠. 국내에 얼터너티브 락이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은 이로부터 조금 뒤, 90년도 후반이었습니다. 대충 이런 연대기를 기억하는 플레이어라면 이 게임에서 굉장한 장점을 보여요. 더 나아가면 누가 당시에 이 장르를 유행시켰는지까지 기억하면, 아마 게임을 지배할 수 있을지도요?


제가 '커피 러시'를 시연하고 있을 때 멀리서 들렸던 노래는 x-japan의 'Endless Rain'이었습니다. 제가 비록 그 세대는 아니지만 x-japan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Endless Rain'부터 'Tears', 'WEEK END'까지 여러 곡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놓고는 했었죠. 근데 막상 들으시는 분들은 전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내고 계시더라고요. 음... 사실 제가 특이한 케이스지 요즘 분들하고 세대는 물론 음악감성도 안맞기는 합니다.


제 이전 팀에서 어려워했던 노래는 주로 일본 노래였습니다. 요아소비나 24년쯤에 잠깐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푸른 산호초'와 같은 노래를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물론 저도 요아소비 노래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뒤에서 들으면서 끔뻑끔뻑, 아... 이런 노래 나오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하고 있었고요.


제가 시연할 때는 일본 음악보다는 국내 밴드 음악이나 해외 팝송이 주로 나왔습니다. 'bad guy'가 처음 나온 노래였는데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놨어도 그 순간에 제목이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그래도 2020년 전후 노래라는 건 기억해서 앞에 배치하고 대충 아이폰 광고 음악이었다고만 친구한테 설명해주면서 맞췄습니다.


그후에는 장기하와 얼굴들, 부활, 악동뮤지션과 같은 가수들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하나씩 맞춰가면서 연도를 채워나갔어요. 그러다가 틀린 부분이 너바나의 전설적인 그 앨범, "nevermind"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었습니다. 아... 어쩌다 이걸 틀렸지. 89년 노래였나 91년 노래였나 헷갈렸는데 생각해보면 헷갈릴 노래도 아니었잖아. 이걸 들으면서 한참 고민했어요. 89년이었나 91년이었나... 하다가 89년에 던졌는데 91년 노래였다고 하더라고요. 맨날 얼터너티브 록의 계보에 대해 글을 쓸때 너바나를 꼭 다루는데 어떻게 이걸 틀리지.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던 체험이었습니다....


체험 부스가 굉장히 재미있게 구성되었어요. 이걸 실제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스포티파이 앱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스포티파이 유료 구독자만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은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들하고 플레이해도 재미있겠다 싶은 게임이었습니다. 단지 제 친구와 저처럼 한 사람은 노래에 대해 스펙트럼이 넓고, 한 사람은 폭이 좁은 경우 적당히 봐주면서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사실 이기려고 하는 게임보다도 이 게임은 과거 노래들을 들으면서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게임이니까요.


이런 구성이 보드게임으로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칭찬하고 싶습니다. 예능프로를 보면서 재미있다, 우리도 해보고 싶다 생각은 해보지만 실제로 이걸 준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음악 셀렉부터 이걸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짜낼지, 플레이어들을 몰입시킬지에 대해 셋업에 힘써야 하는 포인트가 많은데 이 모든 것들을 모두 이 보드게임이 대체해주고, 보드게임을 펼친 진행자 입장에서는 순수히 그 게임만을 즐기면 되요. 이번 부스 배치부터 보드게임 음악 셀렉까지 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셀렉한 음악들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당시해 유행했던 노래를 잘 골랐다고 박수쳐주고 싶어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체험을, 그리고 구매로 이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부스에서 체험할 때 부활의 'Never Ending Story' 피아노 반주를 듣자마자 바로 어디에 위치해 달라고 말하면서 제목과 가수까지 맞췄는데 진행자분께서 피아노 반주 듣고 맞추는 분이 흔치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옛날에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당시 유행했던 밴드 음악에 빠졌고, 국내외 다양한 밴드 음악을 들었는데 그때 가장 좋아했던 노래다보니 바로 기억이 났어요. 보드게임콘에 방문했던 날을 포함해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날이면 더욱이 그 시절의 락, 락발라드들이 떠오르네요. 보드게임을 즐긴 후에는 플레이리스트를 풍성하게 채워도 즐거우리라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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