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서점 이야기, 보드게임 이야기까지
1.
8월 중순부터 시작했던 아르바이트가 9월을 기점으로 끝났습니다. 사실은 9월까지 해볼까 생각도 있었고, 실제로 9월까지 계약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꺼냈지만 저에게 되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말만 하고 인사 담당자의 추가적인 이야기 없이 다른 분의 입을 통해 8월로 계약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저 또한 정이 들었던 아르바이트가 8월을 끝으로 일찍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8월 성수기부터 시작해 새벽에 오픈하는 라운지 미화보조 업무였죠. 아침부터 라운지에 방문하시는 손님들을 위해 그릇을 정리하고, 수거하고, 홀에서 업무도 가끔 담당하고, 힘이 필요한 역할부터 주방과 홀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전담하는 포지션이었어요.
이 일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 새벽출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적어도 6시 전후로는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4시 30분에 일어나 차를 끌고 공항으로 향해야 했거든요. 8월 13일 성수기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13일부터 16일까지 연휴 4일 연속으로 오픈조에 배정되었을 때는 정말 죽겠다 싶더라고요. 하루 1000명이 넘는 손님이 방문하는 매장에서 업무를 보다가 3시 30분이 되어 차를 끌고 퇴근하고 있으니 졸음이 몰려와서 힘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주방에서 셰프로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온 만큼 열심히 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성격이 대충 업무를 처리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면서 일하니까 생각 이상으로 일 자체가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선뜻 먼저 하겠다고 손을 내밀고 제 업무가 아니어도 먼저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도와달라고 하는 일들에 발 벗고 나서니 미화 파트 주임님들부터 주방의 셰프님들, 그리고 홀 직원분들까지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으면서 일했어요. 특히나 주방에서는 저보고 미화로 계약이 끝났으면 주방으로 올 생각이 없냐고 권유받을 정도였으니까요. 원한다면 당장 한 자리 추천으로 꽂아주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방으로 직을 옮겨 일을 계속하지는 않았습니다. 첫 째는 제가 하기에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둘 째는 9월 계약이 가능한 지에 대해 알아보고 답해주겠다고 했음에도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다른 이의 입으로 퇴사 소식을 듣게 만든 인사 담당자에 대한 불만(특히나 주방의 미화 파트 주임님들이 저를 왜 9월에도 쓰지 않냐고 많이 항의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는 새벽, 밤 근무를 기준 없이 번갈아가며 하다 보니 삶이 없어진 점과 동시에 블로그 운영이 아예 힘들어졌다는 점일 겁니다.
특히 오픈조가 끝난 후에 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게 지금 생각하면 가장 웃겼던 포인트 같네요. 집에 오고 씻으니까 잠이 몰려와서 아무것도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운동까지 될 리가. 결국 8월은 검도도 쉬면서 지냈어요. 당장 책도 못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사실 1년 넘게 취직준비를 하면서도 취직이 되지 않아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굉장히 많았어요. 나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인데 운 좋게 군대에 남아 있어서 지금까지 사람처럼 살았던 건 아닐까, 사회에서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래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도 굉장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자꾸 실수만 반복해서 사고만 치고 소개해준 친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또 손님들의 미소를 보면서 이번 한 달이 보람찼고 앞으로도 열심히만 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구나, 다시금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떠나는 날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연신 건네주신 주임님들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다시금 드리고 싶어요. 저도 따뜻한 말 덕분에 여러 번 힘을 얻었으니까요. 그리고 왜 저를 9월에도 쓰지 않냐고 이야기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정말 마음에 들어 했구나 느낄 수 있었죠.
둘은 천천히지만 외국어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옛날부터 정비사 업무를 할 때도 정비 교본은 전부 영어로 되어 있기에 교본을 해석하고 일하는 정도의 능력은 가지고 있었고 F1 관련된 데이터를 찾기 위해 영어를 어느 정도 해석하는 능력은 가지고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자격이나 시험 점수 같은 건 없었어요. 특히나 토익이나 오픽은 600점, IM2~3이 마지막이었던 거로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영어로 소통하는 손님들, 그리고 그들과 또 소통하는 저를 보면서 천천히지만 영어를 익혀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능수능란하지는 않아도 홀에서 그들과 소통하며 필요한 것을 찾아주고 위치를 찾아주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더 능수능란했다면, 좋지 않았을까요? 토익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씩 해보려고요.
마지막은 아이들의 미소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점이에요. 저는 미화보조였지만 단순히 주방에 있는 게 아니라 홀을 종횡무진하면서 사람들을 보고, 홀 업무도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는 했어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서비스를 제공했고, 와중에 아이들의 미소도 얻어낼 수 있었죠. 울려고 하는 아이 앞에서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는 저를 보며 웃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아이는 존재 자체로 사회에 보배구나. 우는 아이는 일상의 평온함을 깨는 주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순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귀한 존재구나. 불과 십 년 전에만 해도 아이 때문에 시끄러워 가게를 못 쓰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이제는 거리에서 아이를 만나는 거 자체가 힘든 사회가 되었습니다. 유모차에는 아이보다 강아지가 많이 타고 있고, 육아 자체가 가족의 가장 큰 부담이 된 시대가 되었죠.
우리 사회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것들을 해줄 수 있고 어떤 것들을 해줘야 할까.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더 풀어내고 싶네요. 육아가 부담스러워도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이 살기 좋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13일부터 15일 정도 근무한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도 끝났습니다. 13일부터 15일까지면 제가 그 사이에 쉬는 날 없이 얼마나 바짝 일했는지 느낌이 오시죠...? 그래서 블로그 운영을 못했던 만큼 이제 다시금 열심히 글을 써볼게요.
2.
이번 이야기는 서점 기행입니다. 최근 부천역에 있는 교보문고에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가보니 또 인테리어가 묘하게 달라졌던데 최근 데스크에 올라가 있는 책들을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 시장이 흘러가는지 업계 밖에 있는 제 눈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편집자를 계속 뽑고 있었던 프런트페이지의 책 『벌거벗은 한국사』시리즈입니다. 프런트페이지 출판사의 가장 큰 특징은 최태성이라는 한국사 교육계의 유명 강사를 발굴해내고 거의 독점 계약 수준으로 잡고 있다는 점인데요. 해당 작품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역사의 쓸모』, 『다시, 역사의 쓸모』와 같은 최태성 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도서를 출간하고 있어요.
저는 최태성 이 분을 좋아합니다. 수업을 들어보면 강약 조절이 명확해서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ebs에서 교육을 해주셨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았어요. 그리고 최근 TV에 나온 모습을 보면서 호감을 얻은 시청자들도 많았고 입담이 좋은 거로도 정평이 나셨죠.
프런트페이지는 그래서 역사와 관련된 컨텐츠, 최태성 작가가 함께하는 컨텐츠를 제외하고는 다른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로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어요. 이제 가장 필요한 발전 포인트는 역시 저자 발굴, 혹은 다른 컨텐츠 발굴이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역사 관련된 컨텐츠는 주기적으로 돌고 돌면서 유행이 오고는 하지만 그 유행이 떠났을 때 다른 컨텐츠가 없다는 건 치명적이니까요.
비슷한 계열의 출판사로는 바로 위에 있는 『역사를 보다』 시리즈, 원앤원북스의 책이 아닐까 싶네요. 차이가 있다면 원앤원북스는 규모가 있어서 해당 분야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유튜브 저자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처럼 유튜브가 잘 나가는 시기에는 그런 곳에서 저자를 찾는 게 나을 지도 몰라요. 그러면 구독자의 일부를 책 구매자로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들 중 얼마가 책 구매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판단, 그리고 영상을 글로 미디어믹스화 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겠지요.
과거 다큐멘터리를 글로 풀어낸 책의 경우에는 영상의 화면 일부를 캡처해서 책에 레이아웃으로 집어넣는 사례가 꽤 있었습니다만, 이게 과해질 수록 좋은 형식이 되지는 못했어요. 솔직히 이럴 거면 그냥 다큐멘터리 보지 왜 책을 읽겠냐?싶은 생각이 독자들로 하여금 들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좋은 미디어믹스 방식이 특히나 중요해요. 그리고 그들의 구독자가 이 책을 살 것인가, 아니면 대중적인 독자 풀을 노릴 것인가, 그런 고민에 따라 책 내지 레이아웃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고민할 필요도 있겠지요. 사실 이건 업계 밖에서 보는 제 시선인 거고 내부에서는 명확한 데이터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잘 팔리는 방식에 대한 규칙이 있으니까 다들 비슷한 책을 만들겠죠?
평소 정치/사회 관련된 책을 가끔씩 읽기는 하는데 요 몇 년 새에 이쪽 시장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과거 이 데스크 위에 올라온 책들은 주로 거대한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는 했어요. 시장의 흐름이, 우리나라 사회 판도 변화가, 북한과 우리나라, 미국과 우리나라, 중국과 우리나라, 동아시아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고는 했죠.
하지만 한 10년 사이에 데스크 위에 올라오는 책들이 아예 바뀌었습니다. 정치인 자서전으로 말이죠. 이에 대한 이유는 명확하다고 봐요. 딱 10년 전부터 대중들의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거든요. 일부 굵직한 사건들이 크게크게 발생하면서 그 전까지 정치에 관심이 없던 연령층조차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그래서 과거까지는 담론, 어려운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정치인 개인의 삶과 정치적 포지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어요. 담론은 어렵고 고민할 요소가 많지만 정치인 개인의 이야기는 그냥 수용하면 되니까요.
이건 우리나라 정치 문제와도 똑같이 이어집니다. 속히 말하는 팬덤 정치라고 하죠. 계파 갈등, 이미지 정치가 세분화되면서 극성 팬덤들이 형성되고 팬덤 정치라는 형태의 정치가 발생하면서 이 시장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이 시장은 이제 거의 정치인의 자서전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지난 대선부터 시작해 한동훈대표에 대한 이야기,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까지 쭉 이어지고 있어요.
아마 이 시장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을까 싶네요. 젊은 독자층은 이런 도서를 읽는 경우가 없지만 도서를 주로 소비하는 독자층이 마침 정치에 제일 많은 관심을 가지는 연령층이라 파워가 엄청나다는 게 실감이 되더라고요. 이런 현상은 알라딘에서도 볼 수 있는데, 알라딘의 서가를 보면 많이 팔린 책이 그만큼 많이 입고됩니다. 즉 당시 유행했고, 한 철 장사처럼 팔리는 책들이 알라딘에 보통 많이 입고된다는 의미죠.
알라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알라딘 서고에 있는 책들은 나름의 소비 성향에 따라 분류할 수 있어요. 많은 이들에게 읽혔음에도 알라딘에는 매물이 없는 책이 있는 반면 많이 팔린 만큼 알라딘에도 많이 매물이 쌓이는 책들이 있다는 의미인데요. 보통 전자의 책들은 두고두고 읽을만한 책들을 의미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포함하고 있는 교양서적들, 스테디셀러들이 그런 경우죠. 예시를 들자면 『서양미술사』같은 책을 꼽을 수 있어요. 『서양미술사』는 과거부터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온 미술역사서계의 베스트셀러입니다. 거기에 예경에서는 이를 반양장, 문고판, 그리고 양장본까지 다양한 판본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일 정도로 많은 판매고를 올렸죠. 하지만 판매량에 비해 이 책은 알라딘에서 매물을 찾기 어려운 도서로 분류되는 편이에요. 보통 구매한 독자들이 끝까지 책장에 꽂아놓고 가끔 생각날때면 읽는 부류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6개월 기한이 끝나면 바로 알라딘에 쌓이는 도서들이 있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베스트셀러가 이쪽에 속하는데요. 특이점이 있다면 정치인 자서전도 이 부류에 속한다는 점이죠. 팬심이 아닌 궁금증에 구매한 사람들이 책을 판매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순간적으로 많은 소비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해당 인물의 정치적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돌아선 팬덤들이 팔았다는 해석이 있을 수도 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왠지 쓸모없는 추측이 될 거 같아서 이 부분은 그냥 각자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저도 알라딘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짤막하게 했는데 애초에 팬덤문화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시장이 팬보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일반적인 시선에서의 추론은 거의 의미가 없어져요. 팬심이라는 건 일반적인 해석방법으로 해석 되는 게 아니거든요.
여기 있는 책들은 제가 최근 눈여겨 본 책들입니다.
첫 책은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AGI는 범용 인공지능의 약자입니다. 제가 이 책을 본 눈여겨 본 이유는 최근에 뉴스에서 있었던 이 책의 인터뷰, 그리고 신간 소개글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과학도서의 트렌드 변화에 대한 생각도 있었고요. 특히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최고조에 달해있는 지금 과거와 달리 현재 과학도서는 모두 인공지능과 관련된 도서들로 도배되고 있어요.
그래서 공학, 기술과 관련된 도서는 많이 뒷전으로 밀리고 모든 출판사들이 AI와 관련된 책을 내면서 신간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죠. 당장 21년 이후로 갑자기 책의 종수가 늘어나는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는데요. 21년과 22년의 경우에는 아직 챗 GPT라는 존재가 세상을 뒤흔들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AI라는 말보다도 '빅데이터'라는 표현으로 책에서 다뤄지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22년에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책이 다량으로 시장에 나왔죠. 하지만 23년부터의 흐름은 다릅니다. 챗 GPT가 세상에 나온 직후로 모든 책들은 AI,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로 바뀌고 책의 출간 종수는 21년의 3배, 4배 수준으로 뛰기 시작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24년은 그보다 더 많이 뛰었고, 25년 올해는 작년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AI관련된 도서가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교양을 다루던 출판사들은 과거 공학도들을 편집자로 뽑기도 했지만 이젠 IT관련 기술자, 컴공과 출신들을 편집자로 뽑고 있고 공학도를 찾는 출판사는 없어졌죠. 모든 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트렌드를 급히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을 읽는 안목 서양건축사』는 서양건축사를 정말 과거, 이집트 그 이전의 이야기부터 현재까지 훑어가는 이야기인데요. 저자 구니히로 조지는 국내에 많이 알려진 유명한 건축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책띠에 있는 구마 겐고 건축사는 이야기가 다르죠. 아마 국내에 있는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저 문구가 아닐까 싶네요. 구마 겐고가 추천한 책, 이 문구가 많은 독자들의 기대감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요? 과연 이 문구로 책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까요?
마지막은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 『아이들의 집』입니다. 이 책을 찍은 이유는 단순히 표지가 너무 예뻐서였어요. 언덕을 올라가는 아이들, 파스텔톤으로 덮은 배경, 그와 잘 어울리는 유광 코팅, 그리고 제목과 작가를 표기하기 위한 단순한 톤으로 그어놓은 회색, 보라색 박스. 무엇보다 저 박스를 깔아서 그 위에 글자로 작품과 작가를 적어놓은 게 꽤나 힙하게 느껴져서 찍게 되었습니다.
책 이야기만 해도 너무 길어졌네요... 서점에 가서 데스크 위에 있는 책만을 봐도 요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건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인문분야는 아직도 쇼펜하우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과거 삼국지가 유행했을 때 『조조처럼 스윙하고 유비처럼 라운딩하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출판사의 삼국지 사랑은 대단했는데요. 과연 쇼펜하우어의 조언을 듣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시대는 언제쯤 찾아올까요?
3.
이제는 거의 매 글마다 올라오는 보드게임 리뷰입니다.
오늘 가져온 보드게임은 제가 구매한다고 말했던 '고양이의 탑'과 친구가 구매한 '구룡투'입니다.
먼저 '구룡투'는 더 지니어스와 같은 방송에서도 나왔던 게임입니다. 1에서 9까지의 패를 각자 받고 9라운드간 상대와 겨루면서 상대보다 높은 패를 내면 이기는 게임이죠. 게임성은 단순하지만 이와 동시에 발생하는 심리싸움이 묘미인 보드게임이에요.
이 사진을 보면서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분명 소리와 라이트가 켜지는 게임일텐데 왜 사진의 게임기는 꺼져 있지?'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왜냐하면 저 사진은 친구가 선물해준 지인에게 플레이 재미있게 했다고 찍은 설정샷이기 때문이에요. 둘이서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즐기다가 아, 힘드니 그만하자 말을 했는데 그제서야 사진을 안찍었다는 게 생각나서 늦게나마 찍은 거죠...
'구룡투'는 과거에 한 번 품절되었다가 다시금 재판되고 있으며 지금 구매하시면 확장팩 '구룡투 도전의 길'을 추가로 드립니다. 도전의 길에 대해서도 간단히 리뷰하자면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구룡투 그대로 이어지지만 거기에 추가로 업적과 행동 카드를 더해 게임에 심리적 요소를 더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2선승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2선승이 아닌 승점토큰 9개 모으기로 승리조건이 변경된다는 점도요.
'도전의 길'을 추가해 플레이하면 심리 싸움 요소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숫자 1 차이로 이기면 추가 점수를 받는 카드를 받기 위해 상대 패를 정확하게 읽어가며 내 패를 정리한다던지, 위에 있는 카드 지나친 자신감처럼 패를 하나 공개하고 게임을 하는 대신 승리시 1토큰을 얻는다던지, 게임에 개입하는 요소가 과하지는 않지만 심리 싸움에 불을 붙일 요소가 늘어나요. 그래서 그만큼 머리를 많이 써야 하고 재미도 많이 느낄 수 있게 되죠.
하지만 확장팩의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바로 설명서인데요. 모든 설명서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작성되어야 합니다.
1. 모든 설명서는 이 물건을 처음 만지는 사람의 기준에서 작성되어야 한다.
2. 추가되는 작품의 경우 용어 통일을 명확히 해야 한다.
3. 이중적인 해석이 남지 않도록 명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당장 도전의 길에서는 라운드, 대결, 승리와 같은 단어가 오남용됩니다. 그래서 구룡투를 과거부터 꾸준히 즐겨왔던 이는 물론이고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구매하는 이들도 헷갈리기 좋죠. 그래서 1라운드를 이기면 이 카드가 발동 되는 거야? 아니면 모든 라운드를 다 이겨야 하나? 이런 질문부터 업적 카드에 대한 추가 질문까지요. 구룡투를 재판할 계획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확장팩과 기본판에 있는 설명서에서 용어를 정립하고 문제될만한 포인트를 찾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건 코리아보드게임즈를 포함한 다양한 보드게임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긴 해요. 보통 보드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설명서를 자기들이 아는 만큼 플레이어들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며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설명서는 아이들이 봐도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명확하게 써야한다는 점을 다들 인식해주면 좋겠네요.
두번 째 게임은 '고양이의 탑'입니다. 내부 컴포넌트는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어요. 플레이어들은 시작 전에 외벽과 탑 컴포넌트를 분해하고, 접는 노력이 필요한 게임인데요. 바로 연 다음에 시작할 수 있는 구룡투와 달리(참고로 구룡투도 드라이버와 AAA 건전지 3개가 추가로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급히 다이소에 가서 물건을 사왔어요.) 시작 준비가 조금 필요한 게임이에요. 하지만 그것만 끝나면 이후에는 단순한 게임이 이어지죠.
'고양이의 탑'은 엄마를 찾고 싶은 아기 고양이 토토를 어머니가 계신다고 들은 층 수까지 올려주는 게임입니다. 저희는 탑 건축가가 되어 토토가 올라갈 탑을 짓고 그의 동료를 배치해 토토를 하늘 끝까지 올려주면 되는 게임이죠.
그래서 탑을 잘 쌓으면 오른쪽처럼, 개판으로 쌓으면 왼쪽처럼 탑이 쌓입니다. 이게 플라스틱으로 된 컴포넌트면 모르겠지만 종이로 된 컴포넌트다보니 쌓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슬슬 수전증이 오기 시작하는 만 29세 아저씨들에게는 더욱이요... 첫 판에 끔찍한 탑이 쌓이는 걸 보고 저와 친구는 역할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저는 탑을 쌓고, 저 친구는 고양이를 얹는 거지요. 그래서 오랜만에 총을 쏠 때 호흡을 다듬듯 숨을 참으며 탑을 쌓았어요. 그 결과물이 오른쪽 탑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는 Make Toto Great Again, 줄여서 맷가를 외치며 토토를 화성으로 보내자는 일념 아래에 탑을 쌓았지만 마의 15층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대체 보드게임콘에서 토토를 15층까지 보내줬다는 정체불명의 사내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게임의 컴포넌트는 종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0% 할인할 때 2만원 언더까지 떨어지는 가격을 고려해보면 문제가 되는 가격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종이로 된 컴포 특성상 보관에 주의를 두지 않으면 찢어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겠지요.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파티형 협력 게임으로는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토토를 20층까지 올리겠다는 일념을 가졌다면 혼자서 하시는 걸 추천드리지만 10층까지만 올려도 박수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들이라면 아마 이 게임만큼 재미있는 게임을 찾기도 힘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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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핫휠 매장, 곧 F1 핫휠이 출시됩니다. 저는 그 날만을 기다리며 인스타와 이마트를 기웃거리고 있으니 혹시 이마트 장난감 매장에 아저씨가 서있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그냥 평범한 자동차 좋아하는 아저씨입니다...
아무튼 제 긴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며 다음에는 책 이야기를 가져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