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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Sep 04. 2024

28. 8월 독서 리뷰/프리뷰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외 7권

 이번 달에는 평소보다 많은 책을 읽었다. 사실 출판사 취업 스터디 모임의 힘이기도 했는데, '매일 100p 이상 읽기'라는 목표를 하나 세우고 읽다 보니 저절로 책을 읽는 양이 늘었다. 그리고 독서량이 늘면서 쓴 서평의 수가 늘기도 했고... 어쨌든 월말에 있었던 군산 북페어 구경까지 이번 달도 편집자 지망생으로서 열심히 활동했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달에는 인문사회적인 도서를 많이 읽었다. 중간에 인문교양, 인문예술에 가까운 책들도 있었고 사진책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는 독서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달에 미리 구비된 책들을 보면 아마 8월과 9월은 전혀 다른 독서 방향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군산 북페어에서 사 온 책부터 이전에 미리 빌려뒀던 책들까지 대부분 문화, 역사와 관련된 책들이다 보니 9월은 조금 더 그쪽에 가까운 책들을 많이 읽고 서평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1.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돌베개


 나는 서평에 늘 책이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는 말을 간략하게 쓰는 편이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든 문장과 문단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작가의 글을 풀어내는 성향마다 문장이 재미있다는 순수한 감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진지한 글도 재밌어야 하냐는 이상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기는 한데, 어쨌든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 순수하게 문장만 놓고 보자면 재미를 느낄만한 문장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풀어낸 느낌. 르포 장르 본연의 느낌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와 동시에 전문가로서 할 수 있는 조언이나 미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과거 심리치료 관련된 책을 내는 의사출신 작가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점만으로 책을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은 어쨌든 지금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한 목소리기도 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학생인구의 80%가 학원을 다니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학구열이 높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물려받은 가난으로 그 시작점에 서기도 전에 사회의 가장 외곽, 구석자리로 밀려나는 모습은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추후 자녀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을 지금 세대처럼 학원에 보내고, 돈을 부으면서 키울 자신이 없어서. 이런 슬픈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가난을 물려준다는 건 한 생명체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활로를 닫는 행위와 같다. 그렇기에 국가에서는 모두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니더라도 가난한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거고. 이 책의 거대한 의미는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마라'가 아닌 '가난한 아이들도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자정의 목소리. 가정을 꾸려야 하는 나이대를 보내고 있는 청년이기에 같이 고민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2. 『봄눈』-민음사


 국내에서 다소 이상한 이미지와 실제로 행했던 행동들, 그리고 기묘한 최후까지, 여러 방면으로 독서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의 『봄눈』이다. 작가의 연력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극우 사상가였고,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뭐 그런 이야기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만 적기에도 책에 대한 간단한 리뷰는 충분할 테니 말이다.


 『봄눈』의 문장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그의 탐미주의적 성향과 오버플로우된 듯한 아름다움을 향한 찬사가 돋보인다. 과연 이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청춘 연애 소설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네! 라고 확답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라는 대답정도는 충분히 나올 법한 이야기 흐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몽상가가 청소년이 되고 성년이 되어가면서 이성에 관심을 눈을 뜨고, 사랑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고 부딪히고 무너지고. 아름다움이란 금기를 깨는 행위인가 스스로를 향한 질문에 불나방처럼 그 금기에 부딪히고, 금기를 깸으로 비로소 자신의 삶이 완성됨을 느끼지만 결국 이 모든 행위가 그녀를 향한 사랑이었으므로 끝나는 이야기.


 이런 문장 성향은 미시마 유키오의 전기 작품으로 가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금각사』라고 생각한다. 말더듬이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과 아름다움을 향한 찬미, 최근에 다시 읽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핸드폰으로 읽고 있다 보니 오래 집중하기가 힘들기도 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쌓여서 좀처럼 진도가 나가고 있지는 않다. 분명 『금각사』도 긴 서평보다는 이런 짧은 서평으로 이야기하겠지만 그때는 아마 이 작품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더 풀어내지 않을까 싶다.


3. 『고통 구경하는 사회』-웨일북


 지난 10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분명 내가 초등학교에서 배울 때에만 해도 세계는 이제 자국 우선이 아닌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모두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배웠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세계는 누구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고, 미래에는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전쟁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확장 움직임과 이에 대한 반발, 민주화를 향한 갈망, 이제는 한 가지 이념이 아닌 다양한 방향에서 내려오는 프레셔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폭력,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무서운 건 너무 많은 사건들을 겪어 무뎌진 시민들의 반응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군에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화를 참지 못한다. 내 동료였고, 내 동료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그리고 이제는 나 대신 나라를 지켜주는 고마운 이들이기에. 내가 오래 몸을 담았던 조직이었기에 순수히 조직에 대해서는 좋지 못한 감정이 남아있지만 남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제 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더러는 정신력이 부족해서, 체력이 부족해서, 훈련이 부족해서와 같은 이야기를 꺼내며 죽은 이를 탓하기도 한다. 또는 이를 용서받지 못할 가짜 뉴스로 점철해버리거나.


 사건을 공론화시킨다는 의미는 정치, 토론의 장으로 사건을 끌어오는 행위와 같다. 죽음을 정치화하지 마라. 이런 말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참사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를 이야기의 장으로 끌어내는 행위는 당연한 거니까. 그래야 소통이 되고, 토론이 되고, 다음에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모든 행위는 불필요한 죽음을 향한 추모의 행동이고 앞으로 발생할 사고를 막기 위한 방지책이다. 이 움직임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행하는 행동인지 고민하면서 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거대한 정치판에서 움직이는 사람들부터 나 같은 손가락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소시민까지 모두에게 속하는 말이다. 고통은 구경거리가 아니라 딛고 일어나야 할 사회의 아픔이다.


4. 『나쁜 책 - 금서기행』-글항아리


 책을 읽으면서 기묘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 전에 쓰인 책들이 지금 현 상황을 내다본 듯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 아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유럽, 미국에 비해 발전이 늦었던 만큼 그들이 겪은 고통도 천천히 오는 건가. 사실 최근에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있지만 전 세계 공통적으로 난민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게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무조건적으로 쫓아내자! 혹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이에 대해 중립적인 위치에 서고 싶다. 난민이 다량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 그리고 난민이 들어옴으로 생기는 장점. 모두 아직까지도 명확한 답이 없는 쟁점사안이기 때문이다. 뭐, 과거에는 문화동화정책, 이를 넘어 문화융화정책, 이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이제는 쏙 들어가고 쫓아내냐, 받아들이냐 두 가지 이야기만 나오는 걸 보면 얼마나 사회가 양극단화 되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과거의 지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수십 년 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이야기를 썼기에 해당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작가로서 가장 겪기 힘든 고통을 겪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시원한 곳을 잘 긁어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에 금서, 금지곡이라는 타이틀을 공공연하게 붙이며 문화를 탄압했던 역사가 있기에 근현대사를 재미있게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이 늘었다. 단지 늘 그렇듯 밀린 책이 너무 많아서 아직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 뿐...


5. 『빙하여 안녕』-문학수첩


 아, 책 4권에 대한 리뷰를 이렇게 힘줘서 썼으면 이제는 좀 힘 빼고 쓰고 싶은데. 책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았다. 뒤표지에 써놓은 책 소개글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크게 공감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여성 학자로서 남성 중심의 학계의 벽을 넘는 게 쉽지 않다는 소개글, 책의 부제까지 보면 여성 서사를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었던 거 같은데 과연 필요한 문장인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솔직히 여성 서사를 강조할만한 부분도 없었고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남성인가, 여성인가, 그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포인트는 딱히 없었다. 해봤자 탐사 지역에서 화장실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정도.


 책 자체는 과학적이고 도움이 되는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자가 쓴 글답게 전문적인 디테일이 살아있었고 빙하를 관측, 탐사하는 일련의 과정들과 이에 대한 어려움과 고통 모두 생생하게 다가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남극 탐사대원과 같은 극한 지역에서 탐사를 이루는 학자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내며, 이에 대한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야 한다는 점... 한때 그런 꿈을 꾸기도 했지만 꿈은 꿈으로 남기는 것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지금 나이에 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웃기지만 말이다.


 이와 별개로 지금도 지구의 이상기온과 해수온도 상승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당장 며칠 전에 나온 고수온으로 인해 우럭 양식장의 우럭이 폐사했다는 뉴스 기사. 지금 우리는 마땅한 해결책 없이 엔진이 과열되는 것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기차와 같다. 아니,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들면서 석탄을 더 엔진에 때려 붓는 중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내년에는 빙하가 얼마나 더 줄어들까. 내가 대항해시대 게임에서 봤던 빙하 지역들은 이제 정말로 게임에서밖에 보지 못하는 곳이 되는 걸까.


6. 『쇳밥일지』-문학동네


 책의 내용적인 이야기는 지난 서평에 너무 많이 적어서 별개의 이야기를 하자면 작가가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썼다. 몰입도 있게 썼고 특유의 무던함, 순응하거나 피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글에 보였어서 진짜로 평범한 소시민처럼 살았고 또 그렇게 살고 싶었다는 열망이 느껴졌다. 


책을 덮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사람처럼 내 이야기를 써볼까. 누가 나한테 그랬는데, 내 글에서는 특유의 씁쓸함이 느껴진다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차분히 정리해보고 싶다. 조금은 무던하게 풀어나가는 군대 이야기. 다들 군대 다녀오니까 솔직히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려나?


 생각해 보면 지금은 페이스북이 다른 SNS에 비해 많이 도태되었지만 10년도 중반쯤에는 한참 페이스북이 절정기를 보내던 시기기도 했다. 정치, 문화, 영화 평론가들이라던지, 컨텐츠 제작자들이라던지, 과거사로 논란이 있었던 리뷰왕 김리뷰와 같은 자전적 리뷰어들이라던지, 당시에는 그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이 있었고 위 작품의 작가도 이런 페이스북이 효력을 잃어갈 때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내서 대성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일어선 작가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좋은 목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다소 틀에 박혔다는 인식을 가진 시장에 활력을 넣어주니까. 그리고 이런 좋은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도 편집자의 일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리디, 브런치스토리, 교보문고와 같은 장소에서 새로운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이런 모든 이벤트를 응원한다.


7. 『The Best Of Life』-한국일보타임라이프편집부


 예전에 친형이 사진학 수업을 들을 때 구해뒀던 사진집이다. 이게 1987년도 물건이니까... 내가 태어나기 한참 이전에 나왔던 사진집인 셈이다. 이 책을 구한 자세한 내력을 듣지는 못했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사진 전시회를 보고 도록 삼아 사 온 것으로만 알고 있다. 어쨌든 요즘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이럴 때 공부하자는 마음에서 옆에 전공자인 형을 앉혀놓고 같이 읽었다.


 이 책은 라이프라는 미국 잡지에 실린 사진 중 최고의 사진들을 선정해 사진집으로 엮은 책이다. 옛날 책이다 보니 지금의 외래어 표기와는 많이 다른 표기들로 책이 작성되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적당히 감안하면서 읽을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도 그런 부분들을 감안하면 윈스턴 처칠, 루즈벨트, 스탈린과 같은 정말 역사책에서나 들었던 인물들의 사진이 나와 누구라도 놀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의 구도나 광원의 배치, 아웃포커싱과 같은 쉽고 어려운 촬영 기법들을 해석하면서 보고 있으면 이 정도는 찍어야 잡지사 기자를 하는구나, 이런 경의를 담은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종군기자들의 사진도 있었고 그중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친형의 말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찍은 로버트 카파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군기자이자, 그가 죽은 이유도 지뢰였다고 할 정도로 종군기자로서 충실히 살아온 인물이라고 한다. 종군기자들을 향한 공격이 전쟁법상으로 금지되었다고는 해도 눈먼 총알, 지뢰와 같은 내재된 위협들에 대해 안전한 것은 아니기에 더욱이 안타까운 최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사진 촬영에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도움은 크게 되지 않았다. 애초에 나와 이들 사이에는 급차이가 너무 나서 솔직히 스스로 해석할 정도의 능력이 안되기도 하고... 하지만 형이 그 시절 사진을 사랑했음을 느끼기는 했다. 아, 이 사람은 정말로 사진이 좋아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도 사진과로 갔구나. 그렇게 이겨내서 사진과를 졸업했구나. 사진집을 모두 읽은 후에 사진론에 대한 굵은 벽돌 책을 받았는데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고 한다. 나는 그만큼 사진을 좋아하지는 않기에 그건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8. 『점 선 면』-안그라픽스


 혹시 구마 겐고를 알고 있는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관련된 기사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우연히 구마 겐고라는 건축가의 이름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립경기장을 기획하고 설계한 사람이 이 사람이니까. 이 책은 구마 겐고의 건축 철학 책과 같다. 건축물의 재료를 점, 선, 면이라는 요소로 분류해서 과거의 건축 철학과 현대의 건축 철학, 그리고 자신의 건축 철학을 한데 어울러서 설명하는 글.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도시의 발전과 경제 규모의 팽창, 버블 경제로 인한 일본 부의 팽창과 건축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점점 커지는 건축물들과 이를 버텨내기 위한 과학적인 접근법, 그리고 그 와중에 아름다움을 놓지 않으려는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섞인 이 책은 수많은 재료 중에서도 대중적인 재료에 대한 다소 참신한 접근방법과 이에 대한 시대상을 잘 엮어냈다고 생각한다. 돌이 점이 되고 선이 되는 과정. 선이 건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르 코르뷔지에가 이뤄낸 면의 건축과 자신이 생각하는 현대식 선과 면의 건축. 단순한 건축 역사책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소 어렵게 느낄 수도 있지만 세계사와 같이 접목해서 읽는다면 조금 쉽게 이해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간단히 생각해 보면 건축이란 결국 돈이다. 세계가 부유하던 시절에는 높은 건축물을, 버블이 무너진 시대에는 작은 건축물을,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게 비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책 자체는 마음에 들어 다음에도 또 구마 겐고가 쓴 다른 건축 관련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도 안그라픽스의 책일 거 같은데, 요즘 안그라픽스의 책을 점점 많이 읽고 있는 건 기분 탓인가. 『점 선 면』의 표지 디자인과 더불어 표지의 감촉도 재미있었고, 『초예술 토머슨』도 표지와 책등을 굉장히 재밌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다. 이러니까 다음에 읽을 안그라픽스 도서가 더 기대가 되네.


 읽은 책이 워낙 많다보니 분량도 방대해졌고 그만큼 글을 쓰는데 시간을 많이 써서 솔직히 나도 지쳤다... 이번 달에는 몇 권이나 읽게 될까. 지금정도의 분량만 읽어도 다음에도 쓰는데 꽤 고생할 거 같은데. 일단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신나게 읽어보려고 한다. 지금 준비된 책은 『1913년 세기의 여름』과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이 두 책과 지난번 군산 북페어에서 사왔다고 소개했던 책 3권이다. 거기에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할 책, 그리고 도서관에 예약 걸어 놓은 책 『오늘 밤 이 세계에서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까지...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 많은데?


 이제 월간 도서 결산을 끝냈으니 지난 스터디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 아마 내일쯤 쓰지 않을까. 스터디에 대한 글이 끝나면 독서모임을 가지고 독서모임에 대한 글을 쓰고... 아무래도 이번 달도 시작부터 바쁠 예정인가보다. 추석 전까지 힘내서 하나하나 처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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