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06.
돈에게도 만약 감정이 있다면, 처음에는 분명 나를 향한 일편단심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화수분처럼 돈이 솟아났다. 열심히 일을 한 대가를 받는다거나, 혹은 그러한 입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다발을 어렵지 않게 만져볼 수 있던 시기다. 어떻게 보면 분수에 맞지 않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그때는 왜 미처 알지 못했을까.
이런 나를 바라보던 돈의 감정은 언제부턴가 실망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야 말았다. 애써 찾아온 재물의 행운을 소중히 대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에 대한 믿음은 갈수록 희미해져만 갔던 것이다. 이전과는 반대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가기에 바빴다. 미래를 위한 종잣돈은 도무지 엄두를 내기가 어려웠었고, 급한 불에 둘러싸인 나의 상황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가득했다. 스스로 감내해야 할 모든 책임들이 지나치게 가혹한 신의 장난 같았다. 지금의 상황은 결국 나 자신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이때가 되어서도 좀처럼 깨달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니, 나에 대한 돈의 실망도 이제는 막연하게 이해가 된다. 이쯤에서 어느 정도 기분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돈과 나는 미우나 고우나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토라진 마음을 조금씩 달래 가며 예전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인 셈이다. 한편으론 실체가 없는 대상과 연애를 하는 기분마저 든다. 이래서 무엇이든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사람들 사이를 돌고 돌았는가 보다. 그 대상이 사람 혹은 돈이 되었든, 이 세상의 어느 무엇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