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03.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22년의 10월 중순 사이,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던 시기의 일이다. 소위 말해 돈이 되겠다 싶은 일은 닥치는 대로 도전해 봤지만 무엇하나 내 맘대로 쉽게 풀린 적이 없었던 당시의 나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버린 상태에서 오늘의 하루를 있는 힘껏 버텨내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22년의 그 해는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지 않은 금액의 사기까지 당하게 되면서 정말 아무것도 할 생각이 들지가 않았었다.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것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존의 본능에 이끌리면서부터다. 이대로 있다가는 도저히 맨 정신으로 살 자신이 없었던 만큼, 속 안에 담아뒀던 응어리들을 어떻게든 털어내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손으로 쓰는 일기장을 매일같이 펼쳐 볼 자신이 없어 잊고 지냈던 블로그를 다시 들어가 보았다. 어차피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가져주질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짧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본격적인 글쓰기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처음엔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 가짐을 이야기 한 다음,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에 대해서 주제를 정하고 포스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별 다른 호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쓴 글들이 계속해서 쌓여가는 것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계속해서 글쓰기를 이어가게 했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김애리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2년의 연말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먼저 발견한 것인지 그녀가 나를 발견해 준 것인지는 정확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녀가 쓴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제일 먼저 느꼈던 감정이란, 아리스토텔레스가 유레카를 외쳤을 당시의 기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닌 말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했다. 현재의 내 모습 그대로를 세상에 드러내는 용기 하나만으로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그녀의 에너지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새롭게 다가왔었다.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혹은 김애리로서 주어진 스스로의 삶을 균형 있게 살아나가는 그녀의 영민함이 내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김애리 작가와의 만남은 현재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주었다.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현재의 생각 모두를 문장 몇 줄로 전부 표현해 내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지난 일상들을 가치 있는 시간들로 채워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실패라고 생각했던 경험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주었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일상의 소소한 글쓰기가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녀의 이유 있는 자신감을 반드시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현재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당당할 수 있는, 그렇게 선명해지는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