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교육 혁신 지옥'에 대한 소개

by cusp

저는 현재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9년차 교사입니다. 9년차의 경력이라면 저경력 교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저경력 교사의 티를 벗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학교 근무 기간 동안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근무하고 그들과 접촉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지 않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여러 학교로 옮겨다니며 근무했던 것도 제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학교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 근무 기간 동안 겪었던 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일들, 교사로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었습니다. 교사로 근무하면서 좋았던 일, 긍정적인 일, 교사로서 보람을 느꼈던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꺼려지고 귀찮게 만드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고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편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직업을 알아보기 위해 1년 동안 휴직을 사용하기도 했을 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학교 현실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내가 왜 교육과 학교에 대해 회의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았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 저는 '교육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여러 가지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은 언론, 특정 이론을 지지하거나 특정 성향을 가진 교육 전문가들과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관련 업무 종사자들 등에 의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 분야에서 혁신이라고 불리는 변화들의 대부분이 저에게는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로 느껴졌습니다. 혁신이라고 불리는 변화들은 오히려 사고력, 학습 능력, 독해력 등을 포함한 학생들의 지적 능력이 발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학생들이 게으르고 불량하고 책임감 없게 학교 생활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학생들이 정상적인 인성을 함양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기능들을 학교 현장에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혁신'이라고 말하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우리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줄 것으로 간주하고, '전통'이라고 말하면 매우 낡고 관습적인 것으로, 과거에나 적용되던 것이므로 우리가 앞으로 타파해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편견과 고정 관념이 다른 분야에서는 편견과 고정 관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헌법에도 의무로 규정되어 있을 만큼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가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변화가 진짜로 '혁신'인지, 아니면 교육과 관련된 사람들이 자기 성과를 과시하고 싶거나 자기의 철학이 무조건 옳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강요되는, '혁신'으로 둔갑한 '퇴보'인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제가 작성하는 글의 주제와 내용들이 대중들의 의견과 크게 어긋날 수도 있고, 많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콘텐츠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요즘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교육 분야 관련 베스트셀러나 그 외의 유명한 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교육 분야에서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실에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책, 하브루타나 브레인스토밍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활동형 수업을 확장하고 강의식 수업 방식을 지양하자고 주장하는 책, 학생들을 규칙과 관습에 얽매이게 하지 말고 학생 인권을 최대한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 등 최근에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의 학교 구성원들과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책들은 교육 분야에서의 혁신을 내세우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반해 '전통'을 강조하거나 혁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제 글의 내용들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학교 현장에서 부정적인 일들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의 교육을 위해, 앞으로 자라날 학생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적 조치들을 글의 주제로 정하여 작성했으며, 어떠한 비난이 가해져도 제가 작성한 글 내용들이 우리나라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이든지 간에 너무 지나치거나 너무 모자라면 옳은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기존에 문제가 있는 것은 혁신을 통해 개선하고, 기존에 문제가 없던 것은 훌륭한 전통으로 간주하여 현실에 맞게 잘 살리는 것이 균형 잡힌 방법이지 무조건 과거의 것을 낡고 고루한 것으로 간주하여 뜯어고치는 것은 균형 잡힌 방법이 아닙니다.


제가 작성한 글을 읽으면서 너무 교사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하실 분들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직업이 교사라고 하여 일방적으로 교사 편에 서서 글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다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의 원인 중에서 꽤 큰 비중을 교사가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수업 준비를 열정적으로 하는 선생님, 적절한 생활지도를 통해 자기가 맡고 있는 학급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선생님, 학부모나 관리자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여 행동하는 선생님 등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은 선생님들도 일부 있으셨지만 제가 여러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봐온 대부분의 교사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자기가 맡은 업무를 게을리 하는 사람들,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법과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학생에 대한 지도를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 공립 교사는 학교를 주기적으로 옮긴다는 점을 악용하여 어차피 나중에 볼 일이 없는 동료 교사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교사들 중에 이러한 사람들이 있는 이유를 교사 개인의 탓이 아니라 교사 급여를 능력이나 업적에 따라 분배하지 않는 사회 구조, 교권에 대한 보호 없이 일방적으로 학생 인권만을 강조하는 사회 구조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교사가 자기의 업무를 소홀히 하고 다른 교사들에게 떠넘기거나 다른 교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저는 이러한 교사들을 너무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글 속에서 교사가 자기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학생을 지도할 수 없게끔 만드는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 개개인의 문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학부모와 학생의 인식 변화, 교육과 관련된 법, 제도, 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교사의 태도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입니다. 혁신은 분명히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교육에는 분명히 묵은 풍속, 관습, 방법 등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 교육이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그대로 계승하거나 현대 사회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활용할 만한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 분야의 혁신은 과거의 풍속, 관습, 방법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지식을 가르치지 못하고 올바른 인성을 함양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에 필요한 혁신은 과거의 풍속, 관습, 방법을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풍속, 관습, 방법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편견과 고정 관념을 버리고 학교와 관련이 있는 구성원들(교사, 학생, 학부모, 교장, 교감, 교육 분야 관련 종사자 등)이 혁신이라고 불리고 있는 교육 제도,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교육을 실험해 볼 수는 있지만, 우리는 과거의 교육을 버리고 새로운 교육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너무 무비판적이었고, 그 결과 현재의 학교 현장은 학생에게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교육 혁신이라고 불렸던 것의 대부분은 사실 퇴보이자 교육 혁신 지옥이며, 이러한 퇴보를 퇴보로 인식하고 과거의 교육적 전통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전통과 새로운 것을 적절히 결합하여 교육 현장을 올바르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 혁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