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성실성을 측정하는 평가는 배척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 혁신 지옥 1

by cusp

과거에는 선생님이 배부해 주신 학습지(프린트)에 열심히 필기를 하고 차곡차곡 모아서 정리한 후에 학기말이 되면 그 학습지들을 선생님께 제출하여 학습지 검사를 받는 것, 선생님의 수업을 집중해서 들으면서 교과서에 밑줄도 긋고 빈 공간을 찾아 깨알 같은 글씨로 필기한 이후에 학기말에 그 교과서를 선생님께 제출하여 검사를 받는 것,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노골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지 않으면 선생님이 "넌 수행평가 감점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일반적인 학교와 교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옛 모습은 학생의 성실성과 수업 태도를 평가 점수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모습이 확연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현재도 '포트폴리오'라는 이름으로 수업 시간에 이용했던 학습지를 검사하여 점수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교육청이나 장학사 측에서 이러한 평가를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매년 매 학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라는 평가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청이나 장학사 측에서 포트폴리오 혹은 넓게 보았을 때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과거의 평가 방법들의 사용을 왜 지양하라고 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의 수업 태도는 인지적 측면보다는 정의적 측면에 가깝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나 측정이 어렵고 주관적인 요소의 개입이 다른 평가 방법에 비해 크며, 단순히 학습지를 채우거나 온전한 형태로 보관하면 점수를 부여하는 평가를 수행평가로 간주하기는 어렵고, 포트폴리오 평가는 보통 한 학기 내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 교육청이나 장학사 측에서 이 평가 방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보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그리고 성실성과 수업 태도를 측정하는 평가 방법을 지양하고 다른 신선한 평가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청이나 장학사 측의 주장 혹은 의견에는 모순이 있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포트폴리오 수행평가 방법을 지양하라고 권고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교육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수행평가는 본질적으로 지필평가에 비해 주관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평가입니다. 따라서 수행평가가 완전히 객관적인 지표와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수행평가는 평가의 선정 방법부터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합니다. 교사는 수행평가를 논술형으로 실시할 것인지 프로젝트형으로 실시할 것인지 고민한 후에 자기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평가 방법을 결정하지만, 교실에는 논술형 평가에 더 재능이 있고 논술형 평가를 더 선호하는 학생과 프로젝트형 평가에 더 재능이 있고 프로젝트형 평가를 더 선호하는 학생들이 섞여 있습니다. 또한, 수행평가를 실시할 단원을 선정하는 것에도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합니다. 예를 들면, 윤리와사상 교과의 경우 동양윤리 단원과 서양윤리 단원이 나누어져 있는데, 동양윤리와 서양윤리는 그 내용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양윤리보다 서양윤리를 훨씬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있는 노인정에 가서 할아버지들께 한문을 배우고, 부모님께서 사주신 삼국지 책을 읽으며 중국사에 흥미를 느껴서 윤리와사상 과목을 공부할 때에도 동양윤리에 더 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고 서양윤리보다는 동양윤리에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현재 교실에도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수행평가 실시 단원을 결정할 때 교사가 동양윤리 내용을 서양윤리 내용보다 많이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그러한 결정을 한다면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학생들에게 유리한 평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이고 교사의 실수라는 것이 아니라, 수행평가는 실시 단원을 결정할 때에도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행평가 실시 날짜를 결정하는 것에도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교사보다는 학생의 측면에서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에 뉴스에서 학생들이 너무 많은 수행평가로 인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는데요. 제가 윤리 수행평가 날짜를 정했는데, A반은 그날에 다른 과목의 수행평가가 너무 많아서 윤리 수행평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고, B반은 그날에 다른 과목의 수행평가가 없어서 윤리 수행평가에 제대로 집중하여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반마다 수행평가의 날짜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진도가 느렸던 C반은 수행평가 실시 단원의 진도를 나간 바로 직후에 수행평가를 실시하고 진도가 빨랐던 D반은 수행평가 실시 단원의 진도를 나간 시점에서 한참 뒤에 수행평가를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주관적인 요소들이 수행평가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상황들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의 특성상 평가와 관련된 학교의 일정(예를 들면, 수업 진도)이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진행될 수 없고 학생들의 성향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방향은 학생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이 아니던가요? 따라서 수행평가에 어느 정도의 주관적 요소(교사에 의해 개입되는 주관적 요소이든, 학생에 의해 개입되는 주관적 요소이든)가 개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다른 수행평가에도 주관적인 요소가 수없이 개입하는데 왜 포트폴리오와 같은 성실성을 측정하는 평가에만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한다는 비난을 들이밀고 있냐는 것입니다. 오히려 포트폴리오 평가는 교육청이 언급한 것처럼 장기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평가 시기에 따른 주관적 요소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평가 아닌가요?


따라서 모든 수행평가에는 어느 정도의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왜 포트폴리오와 같은 성실성을 측정하는 수행평가에만 주관적인 요소라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그것을 지양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수행평가보다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지필평가가 주관적인 요소의 개입이 적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필평가를 몇 과목 실시하느냐에 따라 단기 공부에 강한 학생은 지필평가를 실시하는 과목이 적을 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 공부에 강한 학생은 지필평가를 실시하는 과목이 많을 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시험 일정에 주말이 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주말 이후에 응시하는 과목이 내가 어려워하는 과목인지 쉽게 여기는 과목인지에 따라서도 지필평가 점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결과들은 수많은 외부 요소들의 영향을 받으며, 그것은 인간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대의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은 부질없이 외부 요소나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내적인 태도나 동기를 조절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주장한 것이죠. 결국 학생이 지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부 요소들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외부 요소의 간섭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멘탈을 관리하고 공부를 꾸준히 해놓는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 있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 중에 전교 1등이 있었는데, 이 학생은 불안 심리가 너무 강하여 지필평가 기간만 되면 손톱을 과도하게 물어뜯는 등의 행동을 했습니다. 반드시 서울대나 의대를 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지 전교 1등을 사수하려고 노력하였지만 학생의 멘탈이 약하니 그게 쉽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4일 동안 진행되는 지필평가의 시간표가 나오자 그 학생의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직접 전화해서 "이 지필평가 시간표는 우리 아이에게 불리하게 편성되었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담임교사를 실시간으로 괴롭히고, 지필평가 시간표를 자기 아이에게 유리하게 변경하지 않으면 교장과 담임교사를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협박에 굴복했다는 것이 놀랍지만, 그 학생의 담임교사는 다른 교사들을 설득하여 학교 내에서 지필평가 시간표를 변경해야 된다는 여론을 조성했고, 교장은 그 학생의 학부모가 요구하는 대로 시간표 변경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지필평가 시간표를 전교 1등의 학생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하면, 그 변경된 시간표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다른 학생들이 발생할 텐데, 전교 1등 학부모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담임교사 및 교장의 보신주의가 이러한 일을 만들어 낸 것이죠. 이러한 상황은 지필평가에 대단히 큰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한 사례입니다. 따라서 수행평가뿐만 아니라 지필평가마저도 주관적인 요소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학생들의 성실성과 학습 태도를 측정하는 포트폴리오 평가만 주관적인 요소의 개입이 크다는 비난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교육청 및 장학사 측의 주장 혹은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유 두 번째는, 그들이 주관적인 요소의 개입을 강조하며 성실성을 측정하는 포트폴리오 평가의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포트폴리오 평가만큼 객관적인 수행평가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가 속한 교육청에서 포트폴리오 평가와 관련하여 교육청이 제시했던 피드백은 "포트폴리오 수행평가가 성취기준을 평가하기보다는 학습태도, 성실성, 참여도 등 정의적 영역에 속하는 부분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지양해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취기준이 매우 객관적이고, 포트폴리오 수행평가는 이러한 성취기준을 평가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정의적 영역의 평가에 치우친 주관적인 것이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취기준이 얼마나 객관적인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학교 도덕의 자연 및 환경과 관련된 단원의 성취기준별 성취수준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A: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근거를 들어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태도와 생활전반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
B: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근거를 들어 설명할 수 있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태도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
C: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할 수 있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태도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
D: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
E: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알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이 성취기준별 성취수준을 아무리 세부적으로 뜯어봐도, 이 성취기준이 주관적인 요소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완전히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성취수준 A와 성취수준 B의 차이점은 '타당하게', '적극적으로'라는 말이 있냐 없냐의 차이입니다. 어떤 학생이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보이는지 소극적으로 보이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주관에 따라서 매우 달라질 수 있지 않나요? 과연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과 성취기준별 성취수준이 포트폴리오 평가보다 얼마나 객관적이길래 성취기준을 강조하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게다가 교육청에서 강조한 성취기준과 성취기준별 성취수준마저도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태도'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들은 정의적 영역에 속하지 않고 인지적 영역에 속하는 태도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강조하는 성취기준과 성취기준별 성취수준에는 노골적으로 '태도'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는데 현장의 교사들에게는 포트폴리오 평가가 태도와 같은 정의적 영역을 측정하는 평가이니 지양하라는 교육청의 태도는 자기모순 및 자가당착일 뿐입니다.


교육청에서 포트폴리오 평가를 지양하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포트폴리오 평가는 보통 한 학기 내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취기준별 성취수준 A를 살펴보시면 '생활전반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생활전반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여서 성취수준 A를 성취했는지를 평가하려면 단기적인 평가가 아니라 장기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잠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였다고 해서 이 학생이 '생활전반에서' 그러한 태도를 지녔다고 간주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성취기준이 장기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고, 성취기준은 한 학기 혹은 1년 동안의 수업 및 평가를 이끌어가는 큰 틀이라고 볼 수 있는데 포트폴리오 평가가 한 학기 내내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렇듯 성취기준을 강조하는 교육청의 태도와 포트폴리오 평가를 지양하라는 교육청의 의견은 여러 측면에서 모순적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고려했을 때, 저는 포트폴리오 평가가 다른 수행평가보다 주관적인 요소가 더 개입되어 객관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 평가 이외의 다른 수행평가는 포트폴리오 평가보다 훨씬 더 짧은 평가 기간을 거치는데요. 벼락치기 식의 단기적 평가보다 장기적 평가가 학생들의 능력과 태도를 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포트폴리오 평가 또한 평소에 수업도 잘 듣지 않고 학습지도 잘 보관하지 않고 학습지 내에 있는 질문지나 빈칸을 아예 채우지 않다가 학습지 검사에 임박해서야 학습지를 부랴부랴 찾고 질문지나 빈칸을 급하게 채우는 방식으로 벼락치기를 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수업도 듣지 않고 학습지도 전혀 보관하지 않거나 질문지, 빈칸을 채우지 않다가 벼락치기를 하면 학습지 상태에서 티가 많이 나서 교사가 충분히 벼락치기를 인지할 가능성이 높고, 학생의 장기적 성실성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포트폴리오 평가라는 점에서 그러한 비판은 별로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최근 교육청은 논술형 수행평가를 강조하여 반드시 논술평 수행평가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논술형 수행평가는 교사의 문해력 및 언어 능력, 용어에 대한 세심함, 가치관 등에 따라서 채점 점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즉 주관적인 요소의 개입이 적지 않은 평가입니다. 이러한 논술형 수행평가보다 오히려 포트폴리오 평가가 학생이 학습지를 몇 %나 가지고 있는지, 보관 상태는 외적으로 어떠한지(젖거나 찢어지는 등 훼손되지 않았는지), 학습지에 있는 질문지나 빈칸을 몇 %나 작성했는지 등을 개수나 비율로 파악하여 논술형 평가보다 객관적으로 점수를 부여하기에 매우 용이한 평가입니다. 포트폴리오 평가는 교육청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수행평가에 비해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거나 객관성이 낮은 평가가 아닙니다.


교육청 및 장학사 측의 주장 혹은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유 번째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성실성과 수업 참여도를 측정하는 포트폴리오 평가를 경시하는 경향성이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 태도 불량과 학습 능력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생긴 트렌드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악으로, 학습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선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실 '학습 부담'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학습량을 늘리는 것을 악으로 보는 편견을 전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00년대에 우리나라보다 공부 시간이 압도적으로 적은 핀란드가 PISA 시험에서 우리나라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것을 보고 핀란드 교육을 우리나라 교육에 도입하려는 열풍이 있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과거보다 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해야 하는 수업 일수가 줄어들었고,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능 과목 수도 줄어들었으며, 학생들이 수능을 응시할 때 국어와 영어 과목에서 풀어야 하는 문항의 수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와 달리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습 부담은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수업 일수가 감소하여 학교에 나오는 날은 줄어들었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비싼 돈을 내고 학원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능 과목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수능 시험은 변별을 본질로 하는 상대평가이므로 학생들을 등급별로 변별하기 위해서는 응시 과목 수를 줄이는 대신 난이도를 높여야 했고, 이전보다 난이도가 높아진 내용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줄지 않았으며 오히려 난이도가 높아진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졌습니다. 학생들이 수능을 응시할 때 국어와 영어 과목에서 풀어야 하는 문항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학생들을 등급별로 변별하기 위해 지문의 난이도는 더 높아지고 길이는 더 길어졌습니다. 동영상이나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서 종이로 된 텍스트를 등한시해 문해력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학생들에게 지문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길이가 길어지는 것은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은 외적으로는 학습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학습 부담을 늘리고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름만) 혁신적인 교육 정책들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으면서, 포트폴리오 평가와 같은 문제가 없는 부분을 건드려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를 들이미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학습지에 적당량의 필기만 하면 감점이 없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평가를 설계합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학습지에 적당량의 필기를 하는 것이 학습 부담을 대단히 가중시키나요?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학습지에 필기를 하는 것은 수업을 듣는 학생의 기본적인 자세 아닌가요? 이 평가가 장기적이라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논리라면, 어느 시간에는 수업을 대충 듣거나 자도 된다는 것인가요? 대부분의 포트폴리오 평가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기본만 지킨다면 충분한 점수를 부여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즉, 수업 시간에 기본도 지키지 않을 때 감점을 하는 것이죠.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감점을 하는 평가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크게 가중시킨다는 주장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의견이 성행하면서 이러한 의견이 교육 정책에 반영되어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성실성을 망가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중학교에서는 한 교시의 수업이 45분, 고등학교에서는 한 교시의 수업이 50분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이 시간 동안 온전히 집중력을 발휘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교육청이 성실성을 측정하는 포트폴리오 평가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포트폴리오 평가가 학습지에 있는 빈칸을 채우거나 학습지를 소유 및 관리하는 매우 '단순한' 평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능력과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서 포트폴리오 평가보다 더 복잡하고 고차적인 수준의 평가를 설계하라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학습지에 있는 빈칸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학습지를 분실하거나 훼손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학습지에 있는 학습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학습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복잡하고 고차적인 수준의 평가를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자신감을 낮추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일일 뿐입니다. 포트폴리오 평가는 교육청에서 말하는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학습의 '기초'를 다듬어주는 평가입니다. 기초가 없으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기초가 부실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초적인 혹은 기본적인 학습 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학생에게, 학습지의 빈칸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학습지를 깔끔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복잡하고 고차적인 수행평가를 제시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이 없습니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이 교육청은 포트폴리오 평가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평가하면서도 포트폴리오 평가가 단순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부분 단순한 평가에 큰 학습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학습 부담을 느끼는 평가는 교육청 측에서 원하는 복잡하고 고차적인 평가입니다. 단순하고 기초적인 평가인데 다른 평가보다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은 심각한 모순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성실한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이러한 성실한 태도를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평가가 바로 학생들의 성실성과 학습 태도를 측정하는 포트폴리오 평가입니다. 기본적인 학습 태도가 전제되어야 학습 능력을 이해하고 더 고차적인 다음 단계로 무리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성실성과 학습 태도를 측정하는 평가 방법이 구시대의 산물이고 반(反)혁신적이라는 편견과 비난을 멈추고 학교에서는 다시 학생들의 성실성과 학습 태도를 측정하는 평가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적인 학습 태도를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이미 교실에 그런 학생들은 많습니다) 교실 현장이 붕괴될 것입니다.


우리는 뉴스에서 수위가 너무 높은 학교 폭력이 발생하거나 학생들이 과도한 일탈을 하여 논란이 되는 사건들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정교육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 태도는 인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학습에 아무리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도 바른 인성을 지니고 교사와 학교 구성원들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아이라면 자기의 장래희망 혹은 실용적 목적과 수업 내용이 관련 없어도 수업 시간에 지나치게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자제하고 기본적인 것은 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은 자제력이 있고 학교 폭력이나 일탈 행동을 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습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조금만 지도해도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만큼 교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생활지도하고 인성교육하는 것에 매우 큰 어려움과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결과 반항하는 학생, 예의가 없는 학생, 언행이 거칠어 교사나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학생들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몇몇 학생들은 교사가 조금만 지도해도 "교육청에 신고해야지~"와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합니다. 이 와중에 기본적인 학습 태도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적절한 인성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평가를 여러 모순적인 이유를 대면서 지양하라고 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전통과 관습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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