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 지옥 2
최근에 일어난 교육 혁신은 아니지만,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교육 혁신 중의 하나는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의 신설 및 확대입니다. 제가 대입을 준비할 때만 해도 학생부종합전형이 아예 없는 학교가 많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는 그런 전형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 크지 않은 규모로 학생부종합전형 인원을 선발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부교과전형, 정시와 함께 대입을 결정하는 3대 전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와 함께 생활기록부의 기능이 강화되고, 학생들은 교사에게 양질의 생활기록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생활기록부는 교사와 학생들을 모두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양과 질 모두의 측면에서 충실하게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기록하기 위해 야근을 불사하며, 방학 중에도 쉬지 못하고 생활기록부 작성에 매진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대입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보다 유리한 기회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교사가 시키는 활동을 묵묵히 수행하고 자기의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억지로 만들어내며 생활기록부를 어떻게든 충실하게 채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기록부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고통을 유발한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미래 가치를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가치 있는 고통도 있는 법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입시에서 생활기록부를 적극 활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공정성과 객관성의 문제로 인해 그다지 좋아하거나 선호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학교 그리고 수업 시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더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교생활 동안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생활기록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생활기록부에 학생들의 긍정적인 측면만 작성하고 부정적은 측면은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트렌드가 교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부 및 교육청 또한 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개선 가능성 혹은 발전 가능성을 함께 언급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을 생활기록부 작성 매뉴얼에 넣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고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그 개인에게 있어서는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어떠한 아이들도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되고, 상처를 받으면 무슨 큰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반응합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도 행위에 대한 학부모의 아동학대죄 고소가 남발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고통이 나쁜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고통 중에서는 겪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고통도 있지만, 그 고통을 감내하고 극복했을 때 사람을 한 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고통도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이와 관련된 비리가 있었으며, 교사와 학생에게 많은 고통을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 및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하여 하나의 입시 제도로 자리매김했듯이, 교사가 생활기록부를 통해 학생에게 내리는 인성 및 품행에 대한 평가가 학생들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이라는 고통을 유발하여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성찰하여 인격적으로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조금이라고 고통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교육 트렌드와 학교 현장의 경향성이 생활기록부에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도록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고 지식을 가르치는 곳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이후에 원만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생은 아직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칭찬받을 만한 행위보다 지적받을 만한 행위를 더 많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칭찬받을 만한 행위보다 지적받을 만한 행위를 더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는 긍정적인 표현과 서술만 가득할 뿐 부정적인 표현과 서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생활기록부만 본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탁월하고 우수한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예절이 바르며 다른 친구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아무 문제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이전 시간에 나누어준 학습지조차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아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서 수업을 진행하느라 진도가 늦어지고, 학생들이 폭력, 절도, 왕따, 흡연, 사이버 명예훼손 등의 문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한 문제 행동을 하면서도 그 행동이 적발되면 "제가 안 했는데요?"라고 하면서 불손한 말투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현재의 학교 현장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공간이 절대 아닙니다.
뉴스에는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기사, 전국 곳곳에 있는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권 침해에 대한 기사, 수위가 높고 피해 정도가 심한 학교 폭력을 다루는 기사 등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소식들이 매우 많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을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인 생활기록부는 이러한 것들을 전혀 반영하거나 기록하지 않고 않습니다. 심지어 중학생들은 학교 폭력을 했어도 받은 처벌의 정도가 경미하면 졸업할 때 그 기록을 삭제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 학생들이 학교 폭력을 서슴없이 대담하게 자행하고, 학교 폭력 신고를 당하면 자기가 한 행동에 비해 처벌을 경미하게 받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이나 거짓말을 하고 자기가 한 행위를 축소 및 합리화합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학교 현장에서 그러한 말도 안 되는 변명과 거짓말을 받아들여서 처벌을 경미하게 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회피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사건 혹은 학교 폭력을 낳고 학생들의 인성을 망가뜨리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교육의 정상화 그리고 인성 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일상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생활기록부에 학생들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을 작성하거나 학생들이 했던 문제 행동을 과장해서 기록하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했다면 교사의 인성과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교사들은 양심을 속이고 의도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지워가면서 긍정적인 평가로 가득 채워주는 거짓되고 가식적인 생활기록부를 작성함으로써 학생들에 대한 인성 지도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도덕적 문제 상황에서의 판단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긍정적인 부분은 긍정적으로 작성하고 부정적인 부분은 부정적으로 작성하는, 즉 '사실 그대로' 작성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흔히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는 것이 학생들의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죄책감이 느껴지고 자기가 가르친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려서 부정적인 평가를 기록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는 방향성이 한참 잘못된 죄책감입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록을 작성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대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거짓과 가식과 위선이 섞인 생활기록부를 작성한 것에 대한 죄책감,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외면하고 학생들에 대한 긍정적인 기록만 작성함으로써 교사로서 그 학생의 인성을 올바르게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그 학생이 올바르지 못한 인성을 지님으로써 그 학생으로부터 피해를 받게 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야 합니다. 학생을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교육할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학생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 기록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 죄책감이 아닙니다.
평생토록 인간이 살면서 하는 행위 중에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행위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행위가 더 많고, 인간이 살면서 직면하는 상황 중에는 긍정적인 상황보다 부정적인 상황이 많습니다. 감정에 대해 심리학적, 과학적으로 연구한 어떤 논문에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에서 긍정적인 감정이 20~30%, 부정적인 감정이 70~80%라고 합니다. 인간의 삶, 행동, 감정에 대한 철학자 혹은 철학 사상의 언급을 찾아보면, 동아시아의 지배적 사상 중의 하나인 유교는 인간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칠정(七情)'이라고 지칭합니다. 칠정이라는 용어는 유교 경전인 <예기>의 '예운' 편에서 언급되는데,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두려움[懼], 사랑[愛], 미움[惡], 욕망[欲]의 7가지 일반적인 감정을 의미합니다. 이 7가지의 감정 중 분노, 슬픔, 두려움, 미움 등 대부분의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즉,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의 종류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마테오 리치가 저술한 <천주실의>에도 중국 선비가 인간을 지배하는 4가지 감정으로 사랑, 미움, 분노, 두려움을 언급하고, 이에 서양 선비가 인간의 삶은 고통과 같은 부정적 요소로 가득하다고 답합니다. 인간은 두려움, 분노, 미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받을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살면서 긍정적인 상황보다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됨을 의미하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2번째로 많이 믿는 종교인 불교에서도 인간의 삶은 고통과 번뇌로 가득하다고 보며, 이러한 고통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더 이상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 열반을 수행의 목표로 설정합니다. 심리학적, 과학적 연구 결과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음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고,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 및 주장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 과거와 현재가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현상임을 알려줍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많이 느끼고 긍정적인 상황보다 부정적인 상황에 더 많이 직면하는 등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항상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자기의 모자란 점을 보완하고 결점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 인격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성숙한 사회적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보완과 개선의 과정에서 칭찬, 격려 등 긍정적인 피드백도 물론 필요하지만 비판, 지적 등 부정적인 피드백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이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생활기록부에는 학생들의 성과를 과장해서 위선적으로 서술한 표현들만 가득하고, 학생들은 그 표현들에 심취해서 자기가 완벽하고 어떠한 결점도 없는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계 그 어디에도 완벽하고 결점이 없는 학생은 없습니다. 애초에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에 걸쳐서 그런 인간은 세계에 존재하지 않죠. 인간의 삶은 자기의 결점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우리가 문제 행동을 하는 나이 많은 노인들이 "난 몇십 년 동안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변할 수가 없어. 네가 그냥 받아들여라."라고 말하면, 그 노인에 대해서 분노하고 비판하는 이유는 인간이 끊임없이 자기의 행동을 반성하고 결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대표적인 교육 장소라고 할 수 있는 학교 현장에서는 적어도 생활기록부라는 서류상으로 학생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거나 지적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교 현장에서 말과 훈계를 통해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지도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휘발성이 강한 말보다 휘발성이 약한 글 혹은 기록이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고 학생들이 자기의 문제점을 더 정확하게 인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점만 작성해 주는 생활기록부는 지나친 이상주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한 존재이고 교사의 엄격한 지도 없이도 훌륭한 사회적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학생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닙니다. 문제 행위의 강도와 지속성이 심하고 고의성이 다분하여 말이나 훈계로는 해결하기 어렵거나 학생의 문제 성향을 개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학부모들 또한 자기 자식의 거짓 섞인 핑계만 신뢰하고 학교의 말은 신뢰하지 않아 가정에서의 지도와 학교에서의 지도가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학생이 학교를 우습게 보고 학부모의 반발과 민원을 종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학교 현장은 절대 이상주의적으로 접근할 만한 곳이 아닙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에는 제가 아무리 열심히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한 과목이어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한 줄에서 두 줄 정도의 생활기록부 기록만을 적어주셨습니다. 과거에는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평가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수업 태도가 심각하게 나쁘거나 일진 같은 학생이 아닌 이상 한 줄에서 두 줄 정도의 생활기록부 기록만 적어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즉, 생활기록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한 평가 수단이 되었고, 교사들도 이를 인식하여 길게 적어주는 편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평가 수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평가 수단이 되었다는 것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생활기록부 기록이 끝나기 전인 8월 31일까지는 선생님들에게 좋게 평가받기 위해 없던 예의도 갖추면서 상냥한 모습을 하지만, 생활기록부 기록이 끝나면 옆에서 수능 공부를 하는 친구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고 학교 규칙을 위반하면서 본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문제점은 나중에 후술하기로 하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활기록부가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통제하고 인성 함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평가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가는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성취감을 심어주려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하지만, 누가 우수하고 누가 우수하지 않은지를 '변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현재 학생들의 성적을 1등급부터 9등급의 범위에서 표기합니다. 9등급은 이론의 여지없이 그 학생의 학습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입니다. "성적을 갖고 차별하면 안 되지.", "모든 학생이 존중받고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데 9등급을 부정적인 평가라고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지적이나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지적이나 비판은 너무 이상주의적이고 뜬 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죠. 9등급을 긍정적인 평가로 받아들일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요? 성적에 있어서는 이렇듯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생활기록부라는 '평가 수단'에는 긍정적인 기록만 써주고 부정적인 표현은 지양하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부정적인 평가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학생들의 개선과 향상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일 때 특정 과목에서 9등급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 7등급, 6등급을 받은 과목들도 있었습니다. 6등급, 7등급, 9등급은 교사가 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평가가 절대 아닙니다. "너는 6등급이야, 9등급이야."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을 학생은 없으니까요. 저는 이 성적에, 이 부정적인 평가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당한 평가 절차에 따라 받게 된 정당한 평가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그 상처를 받아들여야 했고 저는 그 과목들을 더 열심히 공부하여 다음 시험에서는 대부분의 과목에서 2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은 저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과 태도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나에게 훌륭한 경험과 성과를 제공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노력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니게끔 만들었습니다. 학생이 어떠한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교사가 사적인 감정을 분출하여 학생에게 부당한 상처를 주는 것은 교육자로서 해서는 안 될 행위입니다. 하지만 학생의 문제점에 대한 정당한 지도, 훈계, 평가에 따라서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상처는 딱지로 단단하게 굳어 학생이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합니다. 저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제 성격이 조용하고 나서지 않는 편이어서 그 성격이 기자라는 장래희망을 가지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기록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친구들과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고 유머러스한 편이어서 제 성격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낯설었고 제가 꿈꾸던 직업인 기자에 부합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하니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 보니,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활발하고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편이어도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는 그렇지 못한 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른들에게 싹싹하게 대하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대했던 점을 반성하며 이러한 점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현재 제가 기자를 직업으로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를 통해 자기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단점을 개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상황이 더 많은 이 현실 속에서 인격을 발달시키고 온전한 훌륭한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그 부정적인 평가를 계기로 자기의 잘못을 수정하며 단점을 개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의 지적이라도 받으면 그것을 매우 불편하게 여기며 그러한 지적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다칠 것을 우려하여 복도에서 뛰지 말라는 지적, 수업 시간에 옆으로 돌아앉지 말고 자세를 바르게 하여 집중하라는 지적, 교실 내에서 위험한 공놀이를 하지 말라는 지적 정도의 지극히 가벼운 지적만 해도 우리 아이가 교사의 지적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며 아이한테 직접 사과하라는 민원,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는 민원,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학부모로부터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요즘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훈계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 아이들이 집에서 제대로 지도를 받거나 지적을 받거나 혼나본 적이 없구나."라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전혀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우쭈쭈 하며 금지옥엽 기르고, 학교에서도 생활기록부를 통해 교사들로부터 (가식적인) 긍정적 평가만을 받은 학생이 사회로 나가서 수많은 부정적인 상황 및 부정적인 감정과 직면했을 때, 아이가 홀로 그 상황 및 감정을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교사에게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그러한 경향이 일상화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어떤 미성숙한 교사가 특정 학생을 사적으로 너무 싫어하여 그 학생이 하지도 않은 언행을 조작하고 과장하여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면 그 학생은 매우 억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러한 기록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겠지요. 하지만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보다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지양하고 긍정적인 평가만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가 훨씬 더 크다고 봅니다.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 생활지도의 효과, 학생들의 수업 태도 변화의 효과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들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지양하는 것은 학생들을 교육해서 온전한 사회적 존재로 길러내는 곳에서 할만한 행동이 아닙니다.
저는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취업을 할 때 취업 시장에서도 생활기록부를 평가 요소로 활용하는 시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거부터 저는 생활기록부가 취업에서도 평가 요소로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성적 때문이 아니라 '출결'과 '행동특성및종합의견' 때문입니다. 출결은 학생의 학교 출석 상태를 나타내주는 것이고 행동특성및종합의견은 학생의 인성, 성품, 태도를 담임교사가 기록한 것입니다. 출결은 담임교사가 학생을 봐주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조작하면 큰 징계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행동특성및종합의견은 생활기록부에서 그나마 몇몇 선생님들이 가끔 부정적인 평가를 기록하기도 하는 유일한 생활기록부의 부분입니다. 출결과 관련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개근거지'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가족과의 여행을 이유로 현장체험학습을 사용하면 학교를 합법적으로 결석할 수 있는데, 현장체험학습을 사용하지 않고 학교를 단 하루도 빠지지 않으면서 출석하는 개근 학생들을 여행 갈 돈도 없고 미련하게 학교를 매일 나가는 거지라고 비하하는 용어라고 합니다. 개근의 가치가 이렇게 비하될 수 있다는 것이 착잡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이런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거꾸로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교직 경험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아무리 성적이 낮거나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이라도, 개근하는 학생치고 수업 태도나 학교생활 태도가 엉망인 학생은 지금까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학벌을 중시하는 이유는 학벌이 그 사람의 학창 시절의 성실성을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인데, 요즘에는 꾀병을 부려서 학교를 질병결석으로 빠지고 학원에 가서 특강을 들으면서 높은 성적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사실 이런 식으로 얍삽하게 학교를 빠지면서 공부를 하는 학생 중에 좋은 성과를 얻는 학생은 거의 없긴 합니다만) 학벌이나 성적도 그 학생의 학교생활 태도를 100% 대변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학벌이나 성적보다는 출결과 개근이 그 학생의 학교생활 태도와 성실성을 더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합니다(성적이 높은데 개근까지 한 학생이라면 성실성을 크게 의심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지닌 개근을 '개근거지'라고 비하하는 학생들이 요즘 많다고 하니, 현장체험학습을 생활기록부 출결에 기록하지 않는 현재 규정을 개정하고, 취업 시장에도 생활기록부를 평가 요소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러한 삐뚤어진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엄격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행동특성및종합의견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행동특성및종합의견은 담임교사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작성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행발(행동특성및종합의견)을 우회적으로 안 좋게 작성하는 방법'이라는 짤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대체로 매우 질이 안 좋은 일진 학생들에게 '자유분방하여 가끔 실수를 하고~'와 같은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이것도 실질적으로는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잘못을 포장하는 위선과 가식이 가득 들어간 평가죠. 저는 이러한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행동특성및종합의견 만큼은 학생이 그동안 했던 언행을 사실 그대로 작성해 주는 편이었습니다. 제가 학생의 이기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그 학생이 사적인 반항심을 가지고 학년이 끝나기까지 3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조회 시간, 종례 시간에 제 전달 사항을 전혀 듣지 않고 계속 수학 문제를 푸는 시늉을 하며, 인사도 전혀 하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방학 직전에 담임교사가 생활기록부를 부정적으로 작성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갑자기 인사를 하고 자기가 작성한 과제물을 저에게 제출하면서 생활기록부에 넣어달라고 하니 "이런 아이가 생활기록부에 (가식적인) 긍정적 평가를 받고 좋은 대학을 가서 떵떵거리는구나. 이런 아이한테 긍정적인 평가를 작성해 주는 것은 이 학생의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의도 바르고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했던 다른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회 시간, 종례 시간에 담임교사의 전달 사항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수학 문제를 푸는 성실성을 보여줌'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친분이 있는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 기록을 확인한 그 학생이 저를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다고 하더군요. 현재 행동특성및종합의견에 부정적인 평가를 작성하는 교사들이 일부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를 취업 시장에서 평가 요소로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교생활 태도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기록하는 교사를 교사로서의 자질과 인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기록했다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소송을 당한 교사에 대한 뉴스 기사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경우를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교육부 및 교육청에서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기록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하는 현재의 트렌드와 경향 속에서 교사가 부정적인 평가를 기록하는 일은 교사가 문제 행동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지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방법도 통하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다음 기사 내용도 그러한 사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뉴스 기사에서 "수업 때 기록을 교무수첩에 잘 정리해뒀고 다른 교사와 학생들의 도움, 수업 활동을 권유할 때 통화 녹음 등으로 그 학생이 불성실했다는 것을 인정받아 승소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보았을 때, 소송을 당한 교사가 학생의 문제 행동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지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교사의 행동은 전혀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학생 지도에 충실한 것으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학생의 수업 태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이 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뉴스 기사에 나오는 소송당한 교사에 대해 이러한 비난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교사의 행동과 성품이 아쉽다는 의견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들이 우리나라의 교육을 거꾸로 가게 만들고 학생들의 발달을 심각하게 망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비난과 관련하여, 입시에서 교사의 멘트가 합불을 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교사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거나, 교사가 반복적으로 지도할 시 듣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예 교사를 무시하면서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의 문제집을 풀고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학생임에도, 교사에게 그런 제자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교사를 감정이 없는 로봇으로 보는 것입니다. 교사를 얼마나 멍청이, 호구 취급하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참 답답합니다. 두 번째 비난과 관련하여, 대학 입시를 위해서 아이들만 고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들도 어떻게 작성해야 이 아이의 대학 진학에 유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학생들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는 수업 방법이 무엇일지 성찰합니다. 학생의 고생은 대우받고 교사의 고생은 대우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요? 그리고 존경받는 교사만이 학생을 생활기록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은 교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그리고 뉴스 기사에 나오는 교사는 수업도 대충 하고 평가도 대충 하면서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이 있으면 그러든지 말든지 방치하는 열정 없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참여하라고 직접 권유도 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소송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과 아예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변별하고 기록하는 열정을 보여준 분 아닌가요? 두 번째 비난 댓글을 작성한 사람이 존경받을 만한 교사와 존경받으면 안 되는 교사를 가르는 기준이 '열정의 유무'라면 뉴스 기사에 나온 교사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교사입니다. 이런 식의 학교 현장을 모르고서 깊은 숙고 없이 뱉는 비난, 논리적이지 않은 비난들로 인해 아직도 교사들이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평가를 기록하면 그러한 기록을 하게 된 자초지종에 대한 이해 없이 막말을 쏟아붓고 교사의 품성과 자질을 거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학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니 생활기록부에 교사가 부정적인 평가를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갈 길이 요원해 보이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확신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과 지도와 생활 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학생들이 교사를 을로 보는 인식, 부정적인 평가에 민감한 학생들의 약한 정신력 등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