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감는 문, 충주 석종사에서 만난 찰나의 영원

시간의 문을 찾아서

by Black and Navy

충주 석종사는 바쁜 현대의 속도감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에 가깝습니다. 금봉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도량은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 숨결을 간직한 채,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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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담긴 대웅전 문 앞의 스님과 정교한 꽃살문]


석종사의 대웅전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정교하게 조각된 꽃살문입니다. 나무에 피어난 꽃들은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디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이 문양들은 마치 과거로 들어가는 '시간의 문'처럼 보입니다.

사진 속 스님께서 조심스레 문을 여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 너머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본연의 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석종사는 본래 고려 시대 철불이 발견된 유서 깊은 터에 현대의 선지식들이 뜻을 모아 중창한 곳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의 공기는 새것의 활기와 옛것의 묵직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평온함을 줍니다.


옆을 돌아 신도들이 드나드는 문으로 조심스래 들어섭니다. 조금 전에 들어선 스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절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훨씬 강한 나무, 염료 향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새것인 것만 같습니다. 갑자기 밖이 웅성거립니다. 많은 스님들의 염불과 목탁소리 보살님들의 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른 구석으로 몸을 옮깁니다.


"말과 생각이 끊어진 곳에서 만나는 풍경"

석종사라는 이름 그대로 '부처님의 종가'다운 위엄이 느껴지는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소중한 사찰 터였으나 억불정책과 전란으로 폐사되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금봉산의 수려한 곡선과 어우러져 다시금 찬란한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지요.


시간 여행의 마무리는 사찰을 내려오며 마주하는 바람 소리입니다. 충주 석종사에서의 하루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여행이 아니라, 내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 비로소 현재를 온전히 마주하게 하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저 문 너머의 고요를 상상해 보세요. 당신의 복잡했던 생각들도 어느새 저 흑백의 풍경 속에 녹아들어 평온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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