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을 찾아서
공주 금강철교 위를 걷는다.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소음이 일시정지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충남 공주 금강과 공산성의 전경]
분명 방금까지 내 귓가를 때리던 도시의 분주함이 일제히 소거된 기분입니다. 채도가 사라진 풍경 속에서 공산성의 능선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려온 거대한 문장처럼 읽힙니다.
색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사물의 본질만이 남습니다. 흐름을 멈춘 강물과 미동도 없는 산의 그림자. 그 정지된 화면 사이 어딘가에 현실과는 다른 ‘어떤 틈’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를 지켜온 장소들은 때때로 우리에게 설명하기 힘든 길을 열어주곤 합니다. 겹겹이 쌓인 세월의 층위가 어쩌다 한 번, 현재의 우리와 맞닿을 때 일어나는 기적 같은 찰나.
나는 그 정적의 끝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 봅니다.
이 멈춰진 시간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은 이제 막 시간의 문이 열리고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