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대하던 날이 드디어 왔다. 3월 2일. 일 년 중 가장 희망에 가득 찬 날이 언제냐고 내게 묻는다면 단연 3월 2일이라 목놓아 대답할 수 있다. 엄마들이라면 체감적으로 새해의 첫 시작이 1월 1일이 아닌, 3월 2일이 되지 않을까.
올해가 시작되면서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작년에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서 호기롭게 이런저런 계획도 세웠고, 만다라트의 빈칸도 열심히 채웠더랬다. 항목을 분류해 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계획들까지 아주 세세하게… 그리고 1월 1일이 땡 치는 순간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고, 꽤 근사한 새해를 맞이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내게는 야심 찬 새날들이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방학이 진행형이었다. 나는 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우선순위로 놓아야 했다. 그것은 나의 본위이자 책임이라 뒤로 무를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책임감을 불끈 앞세우며 지냈지만 자꾸 밀리는 나의 계획들을 보면서 조바심이 들었고, 내 시간을 갖지 못함에 억울함과 답답함이 밀려왔었다. 그 쫓기던 마음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 올해 첫 시작에는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저 해왔던 대로,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할 수 있으면 감사하리라, 하는 마음으로 1월과 2월을 보냈다.
아침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악착같이 지키곤 했는데 아이들과 보내야 하는 오후 시간에 방전된 것 마냥 깜빡거리기 일쑤여서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 뒤로했다. 그랬더니 확실히 낮에 피로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오후 시간에 활기를 잃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생체리듬에 맞춰서 우리는 끈적하게 밀도높은 겨울 방학을 보냈고, 아이들은 개학을 맞이했다.
이번 개학은 나도, 아이들에게도 조금 특별하다. 전에 살던 곳에서 1킬로 남짓 떨어진 거리로 이사를 왔는데 아이들은 학교를 옮겨야 했다. 몇 번이고 학교를 옮기지 않고 통학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으나 곧 다가올 큰 아이 중학교 배정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전학은 피할 수 없었다. 어릴 적 부모님 사정으로 몇 번의 전학을 경험했던 나는 그 생경하고 낯선 이질감을 알기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처음엔 걱정하고 싫다고 거부하던 아이들은 방학을 보내면서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으로 점차 바뀌는 듯했다. 다행스럽고 감사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밤 함께 새로운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만날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며 새로운 시작을 기다렸다.
3월 2일,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5시 반에 눈이 떠졌다. 여전히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였지만 내 몸은 먼저 알았던 걸까. 이제 다시 미라클 모닝을 시작할 때가 온 것을. 고요한 새벽을 먼저 맞이하며 아침 묵상을 하고 아이들과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챙겨야 할 새 학기 준비물도 많았고, 읽고 확인해야 할 안내문도 많았다. 아이들과 꼼꼼히 확인하고 가방을 챙긴 후, 든든히 아침밥을 먹고 함께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 양손을 꽉 잡고 학교 앞 육교를 건너고 교문을 통과해 학교 안까지 기세등등하게 들어갔다. 새로운 교실이 어디인지 모르기에 함께 찾아줄 요량이었다. 다행히 현관에 새로운 전학생을 안내해 주는 선생님이 계셨고, 나는 선생님께 두 아이를 인계한 후 아이들이 각자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걱정되는 마음, 그리고 아이들이 품고 있을 그 긴장감이 내게 더 강렬히 느껴지면서 울컥했다. 서둘러 교문 밖을 나와 공원으로 냅다 달렸다. 이렇게 마음이 산란할 때는 이 모든 생각들을 날려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달리는 것이 최고리라.
동네 천을 따라 달리고 또 달렸다. 마스크 안으로 숨이 차오르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뛰었다. 이제 시작인데 엄마인 내가 먼저 마음이 약해질 수 없었다. 새봄이 찾아오고 있었고, 어느덧 바람은 순해져 있었다. 억센 겨울의 끝자락에서 순한 봄바람이 그 사이를 비집고 불어오며 나를 위로했다. 강인한 생명력을 움틀 봄의 새싹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곳에서 자신들의 싹을 서서히 피울 것이라고.
구름 한 점 허락하지 않고 자신의 우람함을 순도 높게 펼쳐둔 하늘, 그리고 수천 조각의 빛을 반짝이며 제 길을 묵묵히 가는 실개천의 물줄기들이 사방에서 내게 수런거렸다. 자신들 좀 보라고, 이렇게 봄이 오고 있지 않냐고…
그래, 이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