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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Jul 25. 2020

멋쟁이 할머니

아비뇨의 여름을 그리워하며

7월 아비뇽은 ‘연극 축제(Avignon Festival)’로 분주하다.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이 아름다운 성벽 안은 온통 사람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하겠지.


혼자서 일행들과 떨어져 길을 걷고 있었다.

발길 닿는 대로 내가 좋아하는 골목길 여행을 한참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독특한 복장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영화 속에서나 보았을법한 의상의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

그들은 그들이 나오는 연극을 홍보하는 듯했다.

아마도 시대적인 배경이 있는 연극이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들을 쫓아갔다.

그때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할머니가 그들을 부르더니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얼핏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 흘러간 옛 노래였다.



잠시지만 그들만의 축제를 감상했다.

아코디언 소리에 짧은 노래를 마친 할머니가 몹시도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친구들과 함께 유유히 골목 어디로 사라지셨다.



할머니는 지금도 가끔씩 그날을 추억하고 있을까?

아니면 내 기억 속에서만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일까?


가끔 여행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들보다 더 그들의 추억에 간섭하게 된다.

조금은 낭만적인 간섭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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