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모엄빠 Dec 26. 2018

장모님 킹크랩 드실래요?

시트콤 같은 하루. 행복의 순간 

작년 말 남편은 갑자기 킹크랩을 먹어야 겠다고 했다. 장모님과 티비를 보는데 엄마가 저런건 얼마 하냐고 맛있겠다고 넋을 놓고 봤다는 거다. 남편은 몇날며칠 계획만 세우다가 드디어 차를 끌고 직접 노량진 시장에 가서 제일 커다란 킹크랩을 15만원을 주고 사왔다. 직접 쪄서 소중히 들고는 나에게 저녁 먹으러 빨리 퇴근하라고 재촉도 했다. 근데 난... 게살 몇 점 먹자고 15만원이라니 계산기 두드리던 뭔가 아깝고 손해 본 기분이었다 세명이서 15만원이면 고급 부페를 가겠다. 차라리. 
우리집에 온 킹크랩은 엄청 컸지만 세명의 배를 다 채우긴 어려웠다. 게 껍질을 넣어 끓인 라면으로 부족한 배를 채웠다. 그렇게 나에겐 아깝고 별로인. 돈만 날린 저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서랍에서 뭔가 찾았다. 

2017년 12월 14일 
저녁에 사위가 킹크랩을 사왔다. 난 평소에 비싸서 살 엄두도 못 냈는데 큰 맘 먹고 사왔으리라 생각한다. 헌데 먹어보니 입에서 살살녹고 달고 맛있어서 너무 고맙고 코 끝이 시큰해지는 것을 참고 맛있게 먹었다. 그 비싼 것을 사면서 그 돈 버느라 새벽같이 출근해서 고생하며 사고 싶은 것 못사면서 그것을 사왔으리라 고맙고 감사하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기쁘네. 저녁에 물 맛이 시원하고 좋은 저녁이었네. 
버려진 종이에 쓰여진 엄마의 일기였다. 그 날 기분을 잊을까 급하게 써내려간... 나중에 남편이 어머님 또 킹크랩 먹을까요? 물었다 내 눈치를 살피던 엄마가 에이 킹크랩 먹어서 뭐하게. 남는 게 없잖아 하길래. 왜 없어. 킹크랩 먹은 날 엄마 일기도 썼잖아! 놀려댔다. 엄마 얼굴은 빨개졌고 남편이 어허 참. 그걸 말하면 어쩌냐! 타박을 놓았다. 그렇게 우리집은 간만에 온기가 돌았다.

작가의 이전글 불안과 걱정은 좋은 신호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