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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설 Sep 12. 2018

[엉뚱한 리뷰]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의 성장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봤다.

영화를 다시 살펴보니, 단순히 장애를 가진 조제와 대학생 츠데오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영화의 감독 이누도 잇신. 이 사람은 정말 천재다.


이 영화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인서트 컷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많은 영화에서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장면이 사실은 주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 아무 생각없이 그 장면을 넣을리 없기 때문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개인적인 사견으로 이 영화는 성장영화이다. 그것도 조제의 두번의성장을 다룬다.


조제는 선천적으로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불구이다. 그런 조제가 부끄러웠던 할머니는 조제를 세상에 감춘다. 조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홀로 고립된다. 혼자 만의 방에서 오로지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책 속의 세상은 현실과는 다르다. 조제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찾지 못하였기에 판타지적인 자아를 가진다. 즉, 초기의 조제는 아기와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 초반에 조제는 할머니가 이끄는 유모차에 몸을 실어 산책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휠체어가 아닌 유모차에…



째 성장: 츠데오와의 만남_ 세상과 만나다.

조제는 츠데오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조제와 츠데오와의 사랑은 조제가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사랑은 의미가 있다. 츠데오와 인연이 되지 않았더라면 조제는 영원히 홀로 고립된 상태에서 살아갔을 것이다.


조제는 연인이 된 츠데오와 함께 가장 무서워하는 호랑이를 만난다.

조제는 말한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만약 남자가 안 생기면 호랑인 평생 못봐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조제는 츠데오와의 사랑으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을 직면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이 장면은 조제가 온전히 성장하지 못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게다가 그들의 사랑의 한계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한계의 이유는 그들의 사랑은 불균형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조제와 츠데오가 연인이 되면서 조제는 츠데오에게 완전히 의존해 버린다. 유모차에서 벗어났지만 유모차를 츠데오로 바꾼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것은 그들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위 사진의 호랑이를 살펴보자. 세상과 온전히 직면한 듯 하지만 사실 호랑이는 우리에 갇힌 호랑이에 불구하다. 조제는 온전히 세상과 맞서 홀로 서지 못했다.


이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곳곳에 담겨져 있다.


 첫번째 장면:  츠데오는 조제에게 휠체어를 사자고 말하지만 조제는 네가 있으니 필요없다고 말한다. 조제가 츠데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 장면: 츠데오의 옛 여인과 대면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사실 개인적으론 베스트 샷 중 하나라 여겨진다. 이웃집 아이가 조제가 탄 유모차를 끌고 가다 옛 여인과 만난다. 이웃집 아이는 유모차를 멈추고 뒤돌아 선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조제의 유모차를 이웃집 아이가 끌고 갔다는 것과 아이가 츠데오의 옛여인을 만나자 뒤돌아 섰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이 장면에서 츠데오가 끌고 가기엔 이 상황이 나올 수 없고, 이웃집 아이는 순간 겁이 나서 뒤돌아 섰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장면이 조제의 현재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웃집 아이는 내면의 조제를 상징하는 것이다. 조제는 아직 어린아이. 게다가 츠데오의 옛여인과 당당한 듯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피하고 싶은 조제의 여린 마음을 말이다.


세번째 장면:  조제와 츠데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첫 정사를 나눈 후 나오는 첫장면이다. 이웃집 아이가 땅을 나뭇가지로 긁으며 말한다. "벌레가 있어."

뜬금없어 보이는 이 장면은 조제와 츠데오의 사랑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가 홀로 서있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 동등한 관계에서만이 진정으로 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방향으로의 의존적인 사랑은 잘 되기도 어려울 뿐더러 둘 간의 성장에도 한계점이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조제가 불구였기에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조제는 아직 아이이기에 사랑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두번째 성장: 조제, 어른이 되다.


조제는 츠데오에게서 벗어나 진정한 어른이 된다. 그리고 홀로 서서 세상과 현실과 당당히 직면한다. 조제의 이러한 성장은 조개껍데기로 대변되는 상징과 함께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조제는 조개껍데기이다. 하지만 깊은 심해 속에서 바다 위로 나왔을 때 자신이 물고기라 착각한다.


조제는 츠데오와의 여행에서 수족관을 방문한다. 하지만 수족관을 휴관이었다. 이 장면도 의미있게느껴진다. 조제는 츠데오를 통해서 자신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물고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물고기는 진짜가 아니기에 바다가 아닌 수족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조제는 츠데오 덕분에 책에서 벗어났지만 아직은 진짜 현실이 아닌 진짜 자신이 아닌 수족관에 있는 것이다. 자신이 물고기라고 착각하면서… 하지만 휴관! 이 장면은 조제가 수족관에서 벗어나야 함을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족관 대신 향하는 바다! 이 곳이 조제가 진정으로 살아가야 할 현실이자 세상이다. 조제는 이곳에서 자신이 물고기가 아닌 조개껍데기일 뿐임을 깨닫는다.


이러한 조제의 깨달음은 츠데오와 찾아간 조개껍데기 여관?에 장면과 대사를 통해 잘 나타난다.

조제는 물고기가 아니다 허상이다. 그래서 상상 속에서 나온 물고기는 사라진다. 그리고 조제는 말한다.

"있잖아. 눈 감아봐. 뭐가 보여?(츠데오: 그냥 깜깜하기만 해.)  거기가 옛날에 살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닷 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너랑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못할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 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다밑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데로 나쁘진 않아."


 

조제는 자신의 현실을 세상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불구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 또한 받아들인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물고기가 아닌 조개껍데기로…

하지만 그로 인해 조제는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가 아닌 홀로 서는 어른이 될 것이다.

조개껍데기라고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다닐 순 없지만 조개는 진주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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