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역사를 쓰지 않는다

비코효과(Vico Effect) : 기술결정론을 넘어, 생성형 AI 시대

by thepenciling


챗GPT의 등장 이후, 우리는 매일 새로운 기술 발전 속도에 압도당하고 있다. AI는 이제는 사람보다 더 빨리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심지어 의사결정까지 대신한다.


지금 AI를 둘러싼 대부분의 담론은 기술결정론적이다. 기술이 마치 스스로 진화하고, 사회를 지배하며,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기술결정론의 개념에는 위험한 함정이 숨어 있다. 마치 AI의 시대 속 인간은 수동적 관찰자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기술의 압도적인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글은 AI 기술 발전이 결국 '인간의 힘'의 산물이며, 그 방향을 우리가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하는 '비코 효과(Vico Effect)'를 소개하며, 생성형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동력이 무엇인지 재조명하고자 한다.






1. '비코 효과'의 근원: 역사는 인간의 창조물이다



'비코 효과'라는 이름은 18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Giambattista Vico)의 통찰에서 유래한다. 비코는 기술을 포함한 모든 역사는 인간의 창조, 창의성, 구성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자연은 신이 만들었기에 우리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언어·법·사회·기술은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해석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AI 역시 인간이 만든 산물이며, 인간이 바꿀 수 있는 역사적 존재다. 이러한 관점에서 AI와 인간의 관계는 다시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로 돌아간다.



2. 비코효과의 세 가지 줄기


비코 효과는 AI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근원적인 인간적 힘으로 구성된다. 창의적 인간 요인, 사회역사적 요인, 그리고 비판적 인간 요인이다



첫째, 창의적 인간 요인(Creative Human Factors) 은 인간의 상상력과 발명이 기술 발전의 방향을 바꾼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생성형 AI 분야는 모델 크기, 데이터, 컴퓨팅 자원을 무차별적으로 키우는 '하이퍼 스케일링(hyperscaling)'을 AGI로 가는 유일한 길로 믿었다.


그러나 2025년 1월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저비용으로도 최고 수준의 추론 성능을 발휘하는 R1 모델을 출시하면서, 거대 모델만이 정답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렸다. 저비용·저컴퓨트 모델로 세계 시장을 뒤흔든 이 사건은 기술보다 창의적 인간 요인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둘째, 사회역사적 요인(Sociohistorical Factors)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사회역사적 패턴과 물질적 힘이 기술의 방향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더 강력한 AI의 출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글로벌 AI 군비 경쟁을 가속화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비코 효과의 관점에서 보면, AGI 서사는 반대로 군사화의 정당화 논리로 이용당할 뿐이다.


AI의 발전 뒤에는 냉전의 그림자, 국가 간 경쟁, 자본의 욕망 같은 역사적 흐름이 깔려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오래된 패턴이 반복된 결과다. 비코효과는 이를 “기술의 본성”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으로 본다.



셋째, 비판적 인간 요인(Critical Human Factors)은 인간의 자기 질문 및 비판적 성찰의 힘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AGI 담론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거세지고 있다. 비평가들은 AGI 개념 자체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으며, 벤치마크의 타당성이 부족하고, 성능 지표를 과대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우리 인간은 AI 기술의 과학적 엄밀성을 고찰하고, 연구 공동체가 학문적 겸손함을 되찾고 윤리적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나아간다.







기술 결정론적 사고방식은 우리를 수동적인 방관자로 만들고, AI의 발전 방향에 개입할 수 있는 우리의 힘을 스스로 부정하게 한다. AI를 신처럼 여기는 것은 인간의 자기 포기다. 이제 AI 시대 철학은 기술 예찬에서 인간 중심의 성찰로 옮겨가야 한다.


비코효과는 AI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키워드다. 그것은 기술결정론을 넘어, 인간의 창의성과 비판정신, 역사적 책임을 회복하자는 선언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그 언어·데이터·알고리즘의 근원에는 인간의 동기, 이익, 규범, 제도로부터 발생한 경험과 가치가 흐르고 있다. 따라서 AI와 인간의 관계는 종속이 아니라 협력이며, 통제가 아니라 이해다.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우리는 창의적 인간 요인이 일으킨 '딥시크 쇼크', 사회역사적 요인이 추동하는 'AI 군사화', 그리고 비판적 인간 요인이 파헤치는 'AGI 담론의 신화'를 통해 비코 효과의 구체적인 발현 사례들을 하나씩깊이 있게 살펴보려고 한다.






*이 글은 Harvard Data Science Review의 최신 논문 「From Future Shock to the Vico Effect: Generative AI and the Return of History」(David Leslie, 2025)를 바탕으로, 기술결정론을 넘어 인간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가 AI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를 다뤘습니다.



*Youtube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ddAb79Fvj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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