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

벨기에 맥주 맛보기 1 - Stella Artois

by 밀쌀

나를 아는 어떤 사람은 분명히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술도 안 마시는 사람이 술얘기를 왜 이렇게 좋아하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이유 없이 좋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고, 그래서 술맛도 잘 모른다. 특히 맥주는 더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맥주를 가려 마시는 사람을 보면 "맥주가 맥주지, 뭐가 별다르겠느냐"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내가 - 아직도 - 맥주를 마시고 싶다거나, 어떤 맥주를 더 좋아한다거나 하지는 않으나 -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그 맛의 다름을 느껴보고 어떤 점이 다른가를 서술해 보는데 흥미가 생겼다.

2013년 5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학회 참석차 벨기에 뢰벤에 갔다.

학회의 첫날 일정을 마친 후, 뢰벤시 시장이 학회 참가자를 시청에 초대를 해 단출한 맥주파티를 열었다.

그것도 공짜로 Stella Artois라는 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실 기회가 생겼고, 나는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Stella는 벨기에 뢰벤이 고향으로 벨기에를 대표하는 맑은 빛깔의 말끔한 맥주다.

뢰벤시청 맥주파티에서 내가 받은 맥주

생각 같아서는 내 손에 쥐어진 맥주 한잔을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 이 상표가 벨기에산 맥주인 줄도 몰랐었다.


이 맥주를 맛본 후의 내 소감은 아래와 같다.

유리잔 위에 떠있는 거품과 함께 한 모금 마신 후 첫 번째 느낌은 부드러움이었다. 그 부드러움은 그리 길게 지속되지 않았고, 뒤를 이어 호프가 주는 깔끔하고 맑은 쌉싸름한 맛이 자리를 잡았다.

그 맛은 맥주의 맑은 색과 조화로운 느낌이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맥주의 주원료 중 하나인 부드럽고 풍부한 곡류의 풍미가 충분하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옥수수가 원료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그 탓일 수도 있었으리라.


꼬리를 문 다음 생각, 이 맥주를 지금까지 내가 맛보고 평가해 본 맥주들 가운데 몇 번째에 넣어 줄까.. 하는 거였다.

맥주파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후, 나는 결국 잠시 졸고 나서야 어둑해진 시내로 저녁밥을 사 먹기 위해 나왔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지친 내게 맥주 한 모금이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이 심한 걸까?...

작가의 이전글경험, 현재와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