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

비밀; 사랑할 때 감추고 있는 속마음

by 박철우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


좁은 마음은, 아침 10시에 해가 떠 오후 4시면 어두컴컴해지는 아이슬란드의 겨울을 많이 닮았다. 낮의 길이가 짧아 어두운 사람으로 자주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은 해가 저문 뒤 하늘을 오로라 이불로 뒤덮으려는 야심이었다. 그리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 속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산하려는 계획이 내게는 있었다.


좁은 것들은 억측스럽게 양면성을 띈다. 좁아서 들어와야 할 것들이 제한되기도 하고, 좁아서 들어오지 말아야 할 것들이 차단되기도 한다. 그래서 냉정하다. 때론 이기적이다.


마음이 좁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 ‘카더라 통신’ 특파원 눈엔 그들이 이해심 부족해보일지 몰라도 실은 그 이면에 숱한 장점들이 있다. 틈이 좁아서 함부로 사람을 마음속에 들이지 않고, 품었다면 그 사람을 최대한 이해하겠다는 결의를 가진 사람이니까. 아. 내가 마음 좁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서 그런 건 아니다. 믿거나 말거나.

사랑의 작동을 유심히 들여다 본 적 있는가. 두 사람은 서로서로 맞물린 기어 같아서, 툭 튀어나온 모서리를 하나하나 주고받으며 사랑을 움직인다. 그 세밀한 동작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거실 선반 위에 놓여 있던 탁상시계가 떠오르기도 했다. 무슨 이유로 뒤가 떨어져 나갔는지 몰라도, 내 기억 속에 탁상시계는 항상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시침과 분침에 연결된 작은 기어 두 쌍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아버지가 퇴근해서 내 이름을 부르곤 했으니.


나 역시 돈을 좋아하지만, 돈보다 소중한 건 시간과 사랑 아니던가. 시간과 사랑은 항상 무언가 맞물릴 때 생겨나는 것이다. 시침과 분침의 맞물림으로 시간은 존재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마음이 맞물려 사랑이 피어난다. 만약 그 과정에서 맞물린 기어의 이빨 크기가 다르거나 움직이는 속도가 다르다면, 시간과 사랑은 자주 어긋날 것이다. 탁상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날마다 느려질 것이고, 나의 진심에 대한 당신의 해석은 다를 것이다. 좁은 마음의 숱한 장점들은 철저히 외면당한 채 언제나 부정적으로 해석 될 수밖에 없다.

사랑이 크기가 다른 두 기어의 맞물림이라면, 사랑도 일관성이 중요하다. 함께 발맞춰 돌아가는 당신을 위해 내가 일정한 속도로 돌아줘야 둘의 사랑이 어긋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기준이 필요하다. 이성친구와 함께 갖는 술자리에 당신의 연인이 늦게까지 있는 것이 불만이라면, 당신도 그런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는 것이 공평하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을 적잖이 지켜봐왔다. 이럴 때 업무차원이라는 말을 가장 흔한 변명거리로 사용한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이거다.


기준을 한 곳에 두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은, 맞물린 기어의 규격을 바꾸는 일과 같다.

이빨 크기가 다른 두개의 기어를 모터에 연결해서 돌리는 때, 그 모습은 처연하다. 모터가 도니 연결된 기어도 돌긴 돌아야 겠으나, 명확한 합을 이루지 못해 낑낑 거리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팔꿈치로 서로를 밀어내고 먼저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에서 이기심을 엿볼 수 있다. 그 상태로 계속 놓아두면 마찰로 인해 타는 냄새가 피어오르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깎아낸다. 한쪽이 온전히 무뎌질 때까지 말이다.


연인에게 적용한 기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때, 일순간 사랑은 집착으로 변질된다. 그렇게만 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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