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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창성 Apr 24. 2022

브랜드를 키워주다 그냥 하나 낳아버렸습니다.

5년 차 MD, 하나의 '내 일'만 하다간 '내일'이 슬플 것 같아서요.

 2018년 8월, [니 그거 해서 뭐할라고]라는 소리를 들으며 직장인이 된 지 어느새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브랜드를 만나고, 만지고. 만족을 주는 것을 반복했다. 내게서 피어오르는 행복만을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가, 이젠 내가 아닌 다수의 성장을 보며 내 행복을 채우고 있었다.

 꼬꼬마 직장인은 연차가 계속 쌓일 때마다 '누르는 것'이 생겼다. 바로 [직업 뽕][퇴사 욕구]. 직업 뽕은 지속적인 메타인지를 통해 열심히 누르고 있지만, 퇴사에 대한 욕구는 도저히 눌러지지 않았다. 단순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즐겁지 않은 통장잔고를 생각해봐."라고 하면 깔끔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즐겁고 흥미로운 삶을 위한 도전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렇다. 못해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걸 해 먹고 싶었다.


퇴사라는 답이 아닌
새로운 해답을 구하기로 했다.

 이과생에게 2개의 답이 있다는 말을 했을 땐 놀라겠지. 하지만 난 철저한 문과 DNA를 가졌다. 수리영역에도 답이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는 개똥철학을 가진 사람이라, 정해진 답이 아닌 나만의 새로운 답을 찾았다. 나를 바라보는 팀 구성원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파트너사의 간절한 눈빛을 피눈물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 마음은 '왜 하나만 해야 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내 일'인 현재의 일만 하다간 '내일'이 슬퍼지는 상황이 두려웠다. 그냥 N잡러가 되기로 했다.

지금 나의 직장이 흰쌀밥이라면,
흰쌀밥의 진가가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반찬 좀 내오겠습니다.

 나는 브랜드의 성장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브랜드의 시작을 돕는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었는데, 시작을 돕다 보니 나도 멋지게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브랜딩이 보이고, 프로덕트의 포인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브랜드를 상상 잉태한 시기부터 인간의 대표적 욕구는 3대 욕구가 아닌 4대 욕구였다. 식욕, 성욕, 수면욕, 브랜딩욕. 나는 인간의 4대 욕구를 짓이겨 버리는 것은 우창성이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일을 저질렀다. 지금 나의 직장이 맛있게 지어진 [흰쌀밥]이라면, 나의 인생에 주어진 한 상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라는 [반찬]을 준비했다. 그렇다. 브랜드를 만들었다. 직접 낳아 키우고 있는 브랜드 덕분에, 내가 프로젝트를 디렉팅 하는 브랜드들에게 조금 더 '현실적이고/현장감 넘치고/효용으로 꽉꽉 채운' 조언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5년 차 꼬꼬마 직장인은 브랜드를 만들고 N잡러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회사라는 안락한 새장 안에서 날개를 펼쳤는데, 날아진다. N잡러의 N이 N극인 것 마냥, S극들이 더 많이 생긴다. 나를 찾는 이는 많아지고, 찾은 이들은 더 얻어가고 있다.



N극의 마음가짐
어떤 준비로 시작했고, 어떻게 하고 있나요.

2021년 5월부터 6월의 고민

 늘 봐오고, 상상해오던 것들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텍스트를 써 내려갔다. 원하는 분위기를 주기 위한 컬러와 폰트, 즉 무드를 선택하는 과정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브랜딩(Branding)의 ING는 어떤 일을 하는 중의 [ing]가 틀림없다고 느끼는 중이다. 브랜딩은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과정 중에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을 팝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순탄한 듯, 순하지 않은 시간들이 지나며 급히 터지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상을 제품화시킬 수 있는, 속된 말로 업계의 빠삭한' 파트너이자 법인 대표자 MIRA KIM이 있어 쉬웠다. (그녀에겐 쉽지 않았.. 겠지? / Special thx to : Mira Kim)
 상상하던 제품을 눈앞에서 만나던 날은 짜릿했다. 이전에도 2건의 창업경험이 있었지만, 그 경험보다는 곱절의 겁을 먹고 있었기에 더 짜릿했다. 퇴근 후에는 자사몰과 인스타그램을 본다. 어떤 콘텐츠가 좋을지 고민을 한다. SNS 광고에 필요한 카피를 한번 다시 보고, 괜히 광고와 콘텐츠 레퍼런스들을 수집한다. 레퍼런스들로 배부름을 느끼고, 이젠 어엿한 브랜드로 성장한 내 브랜드를 위한 콘텐츠를 용트림한다.
 북촌에서 소소하게 팝업 스토어도 만들어봤다. 브랜드와 결이 맞는 플랫폼사에 제품도 입점시켜본다. 뿌듯함의 연속이다. 코멘트되는 후기들을 보면 '어린이집에 보낸 아이를 보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N잡 하길 잘했다. 근데  잘했다고 생각 들게 하는 것들이 있다. 다음 내용을 보면 안다.


돈이 필요해서 낳아버렸나요?
경험이 자산이래요.
경험이라는 자산은 더 나누기 쉽고, 귀하 대요.

 흰쌀밥인 기존 직장을 조금 더 맛있게 다니기 위해, 사이드잡으로 브랜드라는 반찬을 준비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뻔하거나 거짓말, 여우짓 같다. 조금 더 솔직해져 본다. Passive income이 있으면 좋으니 시작한 것이 맞다. 나의 아이디어와 감각을 브랜드를 통해 낳아놓으면, 그것이 꾸준하게 나에게 돈을 벌어다 줄 것이니까. 나의 통장이 윤택해진다면 어머니 가방 하나, 아버지 자전거 한대 더 사드릴 수 있으니까. 돈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금전적인 자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경험이 더 중요한 자산이다. 경험이라는 자산이 더 나누기 쉽고, 귀하다. 20대 초반에 소셜벤처 창업으로 '금전적 기부'를 많이 했던 내가 흰쌀밥인 본업을 이어오며 배운 것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라는 자산을 원하는 이를 계속 만나고 있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적 지원이 아닌 '나의 경험을 나눠주는 것'이다. 그럼 나는 나의 통장이 아닌, 내가 나눌 경험을 조금 더 윤택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나의 브랜드, 그리고 그 브랜드 안의 제품이 나오는 과정을 반복 학습했더니 내가 나누는 경험의 가치가 올라갔다.
 금융적 지원은 언젠가 바닥나겠지만, 내 경험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 '나누면 나눌수록 커져요'는 공익광고 클리셰처럼 들려 나도 싫은 문장이지만,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나눌수록 커지는 느낌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의 본업은 '경험이라는 자산을 파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내가 파는 것의 퀄리티는 지속해서 올라갈 필요가 있고, 내가 낳은 브랜드가 '내가 파는 것'의 고퀄 작업에 큰 몫을 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결과를 꿈꾸나요?
'내 일(My Job)'로 '내일(Tomorrow)'을 잘 만들기

 내 일의 퀄리티 상승이라는 결과. 위 문단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 일'의 퀄리티를 올리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내 일의 퀄리티가 올라가면, 나의 내일의 퀄리티도 분명 올라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일만 하고선 내 인생에 단 한번 차려지는 밥상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은 아직, [내가 낳은 브랜드]의 브랜딩처럼 과정 중에 있다. 과정 중에 있기에 나의 내일이라는 결과물이 늘 기대된다. '내 일의 퀄리티 상승'이라는 결과는 '프로님'이라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덜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선 서로를 프로(Pro)라고 부른다.]

 자극제라는 결과. 내 본업의 시간이 5년 차에 가까워지니 꼬꼬마 PD(Project Director)가 팀장이 되었다. 당연히 나의 팀원들도 생겼다. 2022년 3월까지 함께했던 팀원과 앞으로 함께할 팀원들에게 늘 주머니에서 꺼내 먹을 수 있는 자극제, 자극 포켓 뽀이가 되고 싶다. 그들이 자신의 일을 '매출과 거래액을 만들어내는 PD 혹은 MD'로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출과 거래액이라는 나무 하나만 키우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들이다. 다루고 있는 일의 범위가 숲처럼 넓어, '설명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바라는 마음은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가르침이 아닌, 그들에게 가르침 받고 자극받은 여러 순간들에 대한 반사작용에 가깝다.
 설명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설명이 많이 필요한 사람은 하고 있는 일이 쿨하고, 다방면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일이 없어 끔찍한 통장 잔고로 깜찍한 것들을 소비하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게 그냥 내 숙명인 것 같다. 설명이 단출하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지루할 것 같다.


마치며

 이 글을 어떻게 끝낼까? 고민을 하다 '마치며'라는 소제목을 붙이고 끝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소제목을 붙이던 와중에 '마치며'라는 말이 참 웅장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느껴져 좋아, '마치며'라는 네임의 브랜드를 만들고 '심벌'은 마치며를 의미하는 [-.]를 이용해서 깔끔하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마치며 안락함을 선물하는 침구 브랜드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돌아버리겠다.

급히 내 침구와 러그를 찍은 사진에 상상 잉태한 브랜드 마치며(-.)를 넣어보았다.

 그렇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돌아버린 사람인데, 어떻게  일을 하나로 마칠  있겠는가. 나는 나의 5  직장인, N 도전에 대한 이야기도 정상적으로 마칠  없을  같다. 이런 마무리를 기대하지 않았을 텐데, 읽는 분들에게 미안하다.  글을 읽는 누군가. N잡을 꿈꾸는 누군가의 퇴근  커리어와 삶에 예쁜 자극 받길 바라는 마음 남기고 마치겠다.



경험에 근거한 글이며, 누군가를 학습시키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아직 보지 못한 영역이 많다는 것을 코멘트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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