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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도리 May 05. 2023

가치라는 숨결

가치를 부여하는 가장 실질적 방법

우리 집안은 강화도의 대표적인 어부 집안이었다.


증조부, 조부, 큰아버지, 큰아버지의 아들인 큰형까지

장장 4대에 걸쳐 아직도 강화도의 외딴곳, 창후리라는 지역에서 아직까지도 어선을  몰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커다란 쇳덩이로 움직이는 배.  배의 모터소리는 굉음을 내며, 바다로 힘차게 나갔다.


다음날 큰아버지는 전 날 설치한 그물을 걷으러 갔고, 나는 툇마루에서 큰아빠는 언제 올까?

무엇을 잡아올까? 궁금해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큰아버지가 항구에 도착해서 도르래로 그물을 걷어 쏟아내면,  숭어, 농어, 복어, 밴댕이, 꽃게, 새우 등

계절마다 그득하게 가득 찬 어종들이 노란 바구니에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래서, 어린시절 나는 해산물은 그저 바다에 가서 줍줍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해물을 먹는 방법들은 굉장히 단순했다.

주로, 잡자마자 즉석에서 먹었다.


냄비에 물을 부어 익혀먹고, 연탄이나 짚불에 구워 먹거나 회를 썰어 초장에 푹 찍어 먹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나는 횟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해산물은 공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던 나에게

친구들과 함께 갔던  '횟집' 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선, 장소가 재미있었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어판장에서 바로 먹는 것이 아닌

테이블 위에 다양한 반찬들과 함께하는 모습에 놀랐다.


접시 위 투명하게 꼬불거리는 천사채가 있었고

위에 회들이 꼬마 병정들 처럼 열을 맞춰 정갈하게 누워있었다.


가격은 광어 한 접시에 3만 원.

소주를  곁들여 몇 잔 먹으면  5만 원  정도의 술값이 나왔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4년 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타쿠미곤>이라는 곳에서

지인과 함께 우리나라의 최고의 의사 선생님과 

식사를 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그때는 내가 '오마카세'라는 것을 잘 몰랐던 시기이다.

그전까지 나는 일반적인 횟집 밖에 가보지 못했다.


우리는 초밥맨이 바로 니기리 쥐어주는 닷지에 착석했다.닷지의 재질은 일본산 편백나무. 두께는 8센티가량 되었다.


초밥 1개를 집어 먹을 때마다. 서버들은 접시와 테이블에 떨어진 간장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옆자리에는 일본인 노부부가 초밥맨과 일본어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곧, 접시 위에는 여러 가지 고급어종들이 나왔다.

오도로, 시마아지, 아마에비, 전복 등

마라톤 선수가 바톤터치를 하듯

계속해서 맛있는 초밥들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홋카이도 지방의 특산 소츄를 홀짝홀짝 마셨다.


우리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난 후  계산을 하기 위해서, 영수증을 받았다.

식사비 얼마?100만 원.

엥?10만원인데 잘 못 보거 아니야?

3만 원짜리 광어 33접시잖아?


값비싼 가격에 나의 홍채는 안구에서 분리되어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그 이후에 신라호텔의 아리아께에서 그녀의 생일에 다시 만났다.


그때 나는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솔직히, 이거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회가 생각나면 노량진수산물 시장에 가서 회를 떠먹지, 오마카세가 왜 이렇게 비싼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이것을 이해해야지 큰돈을 벌 수 있어요.

많이 경험해 보시고 이해해 보세요."


가치라는 두 글자를 생각할 때마다.

그녀가 나에게 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4년이 지난 지금, '가치'를 이해한다. 가치를 관찰한다.

숙련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 나는 가치를 천천히 들여다본다. 더 나아가 나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가치생산자'이다.


그렇다 하면, 우리가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져본다.


가치를 어떻게 불어넣을까?


신기하게도 가치에 관한 심도 있는 인사이트를 정리한

책은 찾지 못했기에 장도리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토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가치를 어떻게 불어넣을지는 상황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여섯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1. 희소성 (Rare)

2. 다양성 (diversity)

3. 재미 (Fun)

4. 인지도 (Reputation)

5. 공간 (Space)

6. 사람(people)


상기 여섯 가지를 이용하면, 나는 분명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희소성

호모사피엔스는 구분 짓기에 환장한 종족이다.

끊임없이 비교하며, 남들과 다르다는 을 뽐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더 큰 집, 더 좋은 물건, 장소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렇기에 희소성이 중요하다.


희귀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희귀하다는 것은 단지, 수량이 적다는 의미일까?


아니다.  

희귀라는 것은 시장에서 수요자는 엄청 많고,

공급자가 엄청 적다는 의미이다.


즉,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이며,

없어서 못 구한다는 이야기 이다.


그렇기에 남들에게 뽐낼 수 있다.


예시는 다양하다.

일본 위스키 히비키나 미야자키는 구하고 싶다고 구할 수 있는 술이 아니다.  


두 번째, 다양성

다양함은 분명 가치를 지닌다.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다양성은 여러 가지를 모아둔 것이다.

여러 가지가 한 곳에 모임으로써 가치의 발현된다.


마치, 비빔밥에 들어간 고명들과 같다.  

익힌 당근만 들어간 비빔밥은 맛이 없다.

달걀고명, 다진 불고기, 볶은 참깨 등  여러 재료

버무려졌을 때 비빔밥은 진정한 맛을 발휘한다.


1가지 물건만 싸게 파는 도매시장도 있지만,

수백 가지의 물건을 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는

백화점에서 가치가 생긴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소비한다.


세 번째, 재미

이 세상에 재미없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단 1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유머러스한 사람, 재미있는 공간, 재미있는 영화, 즐거운 공연, 재미있는 모임 등


사람들은 재미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돈을 낼 준비가 기꺼히 되어있다.

"개그맨들의 와이프는 모두 미인"이라는 낭설도 있지 아니한가?


네 번째, 인지도

인지도는 가치를 낳는다.

개리마커스의 <클루지>에는 이런 예시들이 가득하다.

어? 나 저거 어디서 본 적 있는데?  앗, 연예인이다!

나 브랜드 본 적 있어!  

우리의 뇌는 분명 자기가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장도리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유명인이 되거나,

천억 대 자산가가 된다면?


사람들은 분명 나의 말과 글을 좀 더 유심히 들어다보고, 호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공간

앞전에 설명했듯, 공간은 가치를 불어넣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공간 안에서 느끼는 빛, 소리, 질감, 색채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가치의 핵심이다.

자세한 예시는 일전에 쓴 아래의 글로 대체하겠다.


https://brunch.co.kr/@cy01007/86


여섯째, 사람

사람은 그 자체로 뿜어내는 고유의 아우라가 있다.


아무리 어두운 전쟁터에서도 아이의 함박웃음은 모두의 마음을 밝게 비춘다.


나는 압구정에서 멋지게 차려입은 러시아 여성 모델 3명이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저 그랬던 싸구려 커피숍이, 그녀들로 인해서 갑자기 영화 세트장 느낌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여섯 가지 가치를 일으키는 요소를 가볍게 살펴보았다.  글을 가볍고 단순하게 적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조합해 보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기 시작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 볼까?  


가치는 곧 돈으로 환산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돈을 버는 방법으로 예시를 들어보자.


자신이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위 여섯 가지 요소들을 마구 섞어볼까?


오늘도 단골 가상 게스트

미정이를 불러보자.  


미정아~



지금부터 장도리와 미정이가 술집을 공동개업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 동창이다.


장도리는 시가 담배를 말아 피는 골초고,

미정이는 예쁘긴 하지만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머리에 든 것이 하나도 없는 친구이다. 


그리고 그 둘은 주머니에 돈이 별로 없다.


장도리는 창업 아이템은 위스키를 마시며 담배도 피울 수 있는 시가바(cigar bar)로 선택한다.


우선, 장도리는 장소를 물색한다.  


입지가 좋은, 강남의 멋진 새 건물은 비싸기 때문에 쳐다도 볼 수 없다.


문래동이나, 종로, 을지로, 경동시장 같은 뒷골목의

망해서 방치된 오래된 벽돌집을 찾는다.


철공소, 목공소, 전파사 상관없다.


문래동의 한 골목에서 80년대 준공받은 쓰러져 가는 20평짜리 벽돌집을  찾았다.

사방에 거미줄이 쳐져있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깨끗하게 자가 수리를 하고, 비가 새건, 하수구가 막히더라도. 주인댁에게  전화 한 통 안 하고, 알아서 정비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다.


월세는 5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한다.

그렇게 한다면, 분명 월세를 싸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공사를 해야 하므로 3개월만 렌트프리(Rentfree) 기간을 달라고 한다.


인테리어를 할 비용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대로 살리고, 깨끗하게 정리정돈만 한다.


미정이는 친구들과 함께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그 곳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간판? 필요 없다. 심지어 철공소, 목공소, 전파사 간판도 그대로 사용한다.


인테리어? 공사의 콘셉트는 벽돌벽에 포스터를 한장 걸어놓고뉴욕 브루클린 맥주공장의 뒷골목에 위치한 오래된 바(bar)라를  재현했다고 썰을 푼다.


브루클린의 공장


당근마켓에서 무료 나눔 선반과, 의자, 스탠드 조명 등을 쓸어 모으고 매장에 배치한다.  


재질은 목재나 철재가 좋다. 고물상에 갔더니, 좋은 물건들이 지천이다.


두 번째, 위스키/테킬라/버번 등 비싼 술이 담겼던 공병들을 아파트 분리수거장 등에서 줍줍 한다.


그리고 엄마네 집에서 옥수수수염 보리차 1팩을 가져와 끓여 주전자에 담는다.


주워온 빈 술병에 보리차를 조금씩 나눠 담는다.

그리고 선반에 주르륵 진열해 놓는다.


세 번째, 장도리는 시가 담배를 만든다.

시가는 KG당 5만 원 정도에 쿠바에서 수입해 온다.

수입 품종은 베수키, 리헤로, 세코 등 여러 가지 맛을 고려해서 사 온다.


1KG만 있으면, 50개비의 시가 담배를 만들 수 있다. 한 달간 숙성하면 맛있는 시가 담배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시가는 한개비당 3만원, 150만원짜리 시가로 재탄생된다.


여기까지 창업에 들어간 비품 비용은 50만 원 남짓.

창업을 위해 준비한 기간은 1개월.


주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개업 화환대신

위스키를 한 병씩 보내라고 한다.


이렇게 선물 받은 위스키는 돈을 받고

손님들에게 판매한다.


이렇게 장도리와 미정이는 월세 계약을 체결한 지,

1개월 반 만에양주를 마시며 시가를 피울 수 있는 시가바(cigar bar)를  오픈한다.


오픈 이후에는 도와준 미정이의 친구들에게

매 주말마다 공짜로 술을 마시게 한다.

이때 술은 개업식 때 받은 술을 사용한다.


바텐더는 미정이가 맡는다.


빨간 맥 립스틱을 바른 미정이가, 검은 원피스를 입으니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가 훤히 드러난다.


손님들  곁눈짓으로, 짖은 루비우 컬러의 그녀의 매혹적인 입술을 쳐다본다.

너무 자주 흘깃 쳐다봐서. 장도리는 그들은

전생에 가자미 였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정이는 경상도 여자다, 사투리가 심하고, 말투가 상스러우며, 욕을 찰지게 잘하기 때문에  

장도리는 미정이에게 최대한 손님들과 대화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다.


그래서 미정이는 최대한 이를 보이지 않고,

벙어리 미소만 지으며 손님을 응대한다.


손님이 이야기를 하면 눈을 마주치고

"아~그러시군요" 라그 앵무새처럼 계속 반복하며,

손님의 대화만 받아준다.


장도리는 피에로 복장으로 허드렛일, 잡일 청소,

설거지, 서빙, 가드 역할 등을 한다.


메뉴는 오직, 하이볼과 양주 위스키.

온 더락과 샷잔으로만 판매한다.


왜? 칵테일은 기술이 필요함으로, 머리가 나쁜 미정이는 칵테일의 레시피를 외울 수도,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픈한 시가바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초 대박이 난다.

친구들에게 받은 위스키와

아직 남은 렌트프리 기간으로

일주일 만에 창업 비용을 뽑고 손익분기(BEP)를 맞이한다.


왜?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소주 한병 이라도 마트에서는 1500원

포장마차에 가면 3000원

힙한 공간에 가면 5000원

멋진 여성이 있으면 1만원

시가와 함께 하면 2만원

그곳이 호텔 안 이라면 3만원 까지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새벽 1시 먹던 소주가 당장 지금 떨어졌는데

산간오지 펜션이라면? 부르는게 값이된다.


도대체, 어떤 가치가 있냐고?  

하나씩 뜯어서 음미해 보자.


첫째, 오래된 건물은 시간이라는 가치를 갖는다.

오래된 썩은 건물은 유리패널의 번쩍이는 강남 건물이 갖지 못하는 감성과 세월이 있다.


이런 건물들은 벽에 조명만 비추어주고, 몽환적인 노래와 매혹적인 인센스의 향이 더해지면 공간의 가치가 깨어난다.


둘째, 사람과 즐거움이 있다.

장도리는 피에로 분장을 하고 다니며, 주문을 받는다.

사람들은 유치하다며 피식 웃는다.


바에는 아름다운 미정이가 공간의 중심에 있다.


미정이의 친구들이 함께 있으면, MZ의 에너지가 배가 된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눈길을 한 번씩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장가 못 간 수컷들은 몰려온다.

그들은 술을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외로움을 달래고 젊고 화려한 에너지를 느끼려고 기웃거린다.


셋째, 다양성이 있다.

선반에 진열된 옥수수 수수염차가 담긴

위스키를 보고 생각한다.


오! 여긴 다양한 주종들이 많구먼 술에 조예가 깊나 보구나. 어떤 위스키를 먹을까? 어떤 시가를 고를까?

즐거운 고민만 남는다.


술은 한 잔 먹기 어렵지, 술은 두 잔부터는 멈추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희귀함이 있다.

희귀한 창업 아이템, 힙한 장소, 재미, 아름다운 사람들이 어우러진 공간.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져 희귀함을 구성한다. 고객들에게 분명 이색적이고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렇게 여섯 가지 가치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을 마구 섞어 스토리를 만들어 보았다.


장도리가 섞어준 가치 칵테일 한잔 마셔본 기분이 어떠했나?  가치라는 것을 이해하고, 탐닉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소망한다.










 2023.05.04 기록

푸시업 50개, 스쾃는 90개, 철봉 0, 윗몸일으키기 0

(목표 : 푸시업/스쾃/윗몸일으키기 100개, 철봉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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