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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Mar 19. 2019

아빠가 두 명이라니

한 분은 부자고 한 분은 가난하십니다.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엄마, 아빠. 내가 커서 멋진 차도 사주고 집도 지어줄게!" 


코 흘리는 것이 창피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똘망똘망 어린 눈으로 우리네 엄마, 아빠를 올려다보며 이런 말을 해보지 않았을까. 딸은 아빠랑 결혼하고, 아들은 엄마랑 결혼한다던 그때. 


세상살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꿈이 생명공학자나(크고 보니 뼈속까지 문과였다) 비행기 조종사를 두고 매일 같이 바뀌던 그때는 몰랐다. 나도 어른이 되면 우리 엄마 아빠 갖고 싶은 거 다 사줄 줄 알았지.


3포 세대, 5포 세대, 이제는 N포 세대라 불리는 청춘의 첫 자락에 서 있는 나는, 아직도 세상에 제대로 데어보지 않은 걸까? 아직도 나는 부모님을 만나면 종종 이런 얘기를 한다.


"엄마, 아빠.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차 바꿔줄게."


참고로 나는 대학 다니느라 내야 할 학비가 산더미고, 졸업하려면 군대 포함해서 최소 3년은 남은, 말 그대로 가진 건 젊음 하나밖에 없는 학생이다. 



두드리면 열릴지어다


"나 사진 찍을래요." 

나이가 더 어릴 때는 겨울 하늘의 투명한 별이나, 여름 햇살 아래 나비 날갯짓이 눈에 보이지 않던가. 그렇게 눈에 밟히는 것들을 사진으로 담는 취미가 있었다. 한창 대학 입시에 열을 올려야 할 때, 공부 때려치우고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부모님은 반대 없이 응원해주셨다. (결국 내가 사진은 취미로만 남기기로 했다.)



그런 부모님이, 다 커가는 아들내미가 사업해 돈 벌어 마당 딸린 집 지어주고, 삼각별 달린 차 태워준다 하면 한 마디 하신다.  "공부나 열심히 해~"



아직은 어린 아들내미가 세상의 풍파를 제대로 겪지 못해서일까. '(돈을) 두드리면 열리지 않을까?' 하고 집어 든 책이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아빠가 둘이라는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일부다처제는 영어단어도 알고, 문화에 대해 몇 번 들어봤는데 일처다부제는 많이 낯설다. (사전 찾아보니 polyandry)




사고방식의 차이


일처다부제에 관한 문화인류학 책이 아니었다. 아빠가 두 명이긴 한데 한 분만 생부이다. 한 분은 책쓰니 친구네 아빠. 두 아버지는 돈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르다. 직업이 선생님인 친아빠는 가난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책 읽다 보면 너와 나의 얘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작가는 부자아빠에게서 배운 것들을 얘기해준다.  


한 분의 아버지는 이렇게 충고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구해야 한다". 다른 아버지는 이렇게 충고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를 차려야 한다."



지름신이 하사하신 거룩한 삶, 쥐 레이스


'지름신 가라사대, 인생은 짧으니 즐기며 살라.' 먹고사니즘(Mukgosanism) 이데올로기 속 고통받는 미물에게 유행처럼 스쳐간 욜로와 힐링은 따뜻한 바람이었다. 한 번뿐인 인생 비루하게 살다갈 수는 없지만, 즐기는데 돈이 좀 든다는 게 문제다. 일처다부제의 두 번째 아빠인 부자아빠는 얘기한다. 지름신은 가난의 신이라고. 그분과 함께라면 우리는 '쥐'가 되어 평생 욕망과 두려움의 쳇바퀴를 돌게 된단다.


일 해서 돈을 벌면 사고 싶은 것들을 산다. 이건 욕망이다. 그렇게 월급을 도둑 맞고 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가야 한다. 설령 일감은 후배에게 한껏 몰아주고 한가로이 졸고 있는 저 계장(놈)님이나, 부장까지 경험이 아니라 나이로만 올라간 듯한 저 부장(놈)님만이 나를 반겨줄지라도. 우리는 카드빚과 차 할부금을 갚고, 결혼자금과 전세금을 모아야 하니까. 이건 두려움이다.


그렇게 욕망과 두려움의 쳇바퀴 안에서 우리는 언제까지일지 모를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사진='눈졸린' 유튜브 채널. 노래 '사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생각이야 늘 너무 많아서 문제다. 오늘도 참 복잡한 하루였다. 더 큰 문제는 생각은 많은데 필요한 생각은 없을 때가 많다는 거다. 내 뉴런들의 큐레이션은 아직 믿을만한 것이 못 되는 것 같다. 부자 아빠는 얘기한다. '두려움과 욕망을 먼저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먹고사는 것이 두려워 당장 직장을 구하러 가기 전에, 그것이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인지 자문하라는 것이다. 


잘 됐으면 좋겠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우리는 늘 두려움과 욕망의 감정을 갖게 된다. 이제부터는 그런 감정을 유리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감정에 휩쓸려 이성적 사고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과 욕망을 불리하게 사용한다. 그것이 무지의 시작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급봉투와 월급 인상, 그리고 직업의 안정을 좇으며 산다. 그건 모두 두려움과 욕망의 감정 때문이다. 그들은 감정에 휩쓸린 그런 생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자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나귀가 자기 코앞에 걸린 당근을 좇으며 마차를 끄는 모습과도 비슷하지. 당나귀 주인은 그런 식으로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당나귀는 환상을 좇고 있는 거다. 다음날도 당나귀에게는 당근이 있을 뿐이지."



그냥 지금 사는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말 같아

타성에 젖은 사회, 타성에 젖은 부모님, 또 젖어있는 친구들, 그리고 나. 그 속에서 남들 하는 대로 공부하고, 대학 와서, 취직하고 잘 살아보려는데 쉽지 않은 인생. 타성에 젖어 먹고살고 있는, 딱 우리들 삶 돌아보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 타성이 네게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지 않았냐-'는 말은 꽤 설득력 있다.


지노형 명곡.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자산을 획득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야


돈 많은 백수. 백수가 직업은 아닐 테니, 꿈의 직업은 아니고. 꿈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오늘도 나는 어린 나이 하나 믿고 모든 가능성을 '나중에 언젠가'에 배팅하곤, 감히 돈 많은 백수가 되는 상상을 해봤다. 아침은 햇살로 눈 부실 것이다. 그 따사로운 감촉에 뒹구는 고양이 마냥, 눈을 감고 얼굴로 햇살을 느끼며 집을 나서겠지. 오전에는 채광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테다. 


역시 모두의 꿈이었어 (사진=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展 포스터)



오후의 일과를 마저 상상하기 전에 얼른 꿈에서 깼다. 나는 왜 돈 많은 백수가 아닐까. 내가 자산가(금수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외 부자 되세요 자기 계발서들 대부분)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월급쟁이가 되려 하지 말고 자산가가 되라는 것. 공부도 그에 맞게 하라는 것.


자산가가 되면 우리가 일을 하지 않아도 자산이 돈을 만들어 줄 것이다,


가진 것 없는 당신도 (사업이나 투자 등에 대해) 배우고 노력하면 된다는 메시지는 달콤한 덤이다.


"내가 이 장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가장 중요한 비결은 자산과 부채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안 후에는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사는 데만 신경을 써야 한다. 이것이 부자로 가는 길로 들어서는 최상의 방법이다."


작가는 책에서 사람들이 자산과 부채를 구분할 줄 모르기 때문에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글쎄, 내가 생각할 때는 구분을 못해서라기 보다는, 불가피했거나 부채를 구입하며 사는 것이 하나의 '표준적인 삶'이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공부가 미덕이라 배우며 학교를 졸업한다.  취직하고, 차와 집을 사고, 결혼을 한다. 실제 삶이 그렇든 아니든, '그렇게 사는 거다'는 얘기는 많이 듣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구하는 것은 모두 부채다. 차며 집이며. 하늘이나 부모님 품에서 돈뭉치가 은혜롭게 떨어지지 않는 한, 젊음을 저당 주고 대출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뒤 이어지는 지출, 지출, 지출에 대해서는 굳이 열거하지 않겠다. (어렸을 때 한 번쯤, '으이그, 이 돈덩어리!'라는 애칭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나 대신 돈 벌어주는 자산 목록

1. 내가 없어도 되는 사업. 내가 거기서 일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내 직업이 된다.

2. 주식

3. 채권

4. 뮤추얼 펀드

5. 수입을 창출하는 부동산 

6. 어음이나 차용증

7. 지적 재산권에서 나오는 로열티. 음악, 원고, 특허 등.


내가 어렸을 때 가난한 아버지는 내게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라고 말했다. 반면에 내 부자 아버지는 내가 좋아하는 자산을 획득하라고 얘기했다. "그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돌보지 않게 된단다."


가난한 아빠는 열심히 공부해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을 찾으라 했다. 부자 아빠는 자산을 공부하고 그것을 얻으라 했다.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자산 목록은 어렵지 않다. 그걸 만드는 게 어려운 것이지. (말은 쉽지)


그 외 내용은 자산을 획득하려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로서는 할 수가 없다>는 말은 또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무력감은 침울함으로 이어지고 우울증을 야기시킨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무관심>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은 가능성과 흥미로움, 그리고 꿈으로 이어진다.




글은 항상 세상보다 아름답다


읽은 책도 많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처지다. 그런 주제에 '자기 계발서를 읽고 보니 역시 다 그놈이 고놈이다' 라거나, '속세의 책 대신 고전을 더 읽어야겠다'는 결론은 내지 않을 거다. 지금이야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대해 비판할 거리를 한 아름 품고 있지만,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월급과 직장 대신, 사업과 투자라는 새로운 목적을 처음 얘기해준 존재였다.


다만, 글은 항상 세상보다 아름답다. 그 말은 곧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거다. 아름답기만한 글은, 그래서 글 속의 세상도 아름다운 책은 조심해야 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그리는 세상은 아름답다. 아니,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이 없다. 배우고 노력해서, (성공을 위한) 실패를 거쳐 우리가 부자가 되는 세상. 그건 환상이다. 


돈에 대한 교육과 지혜가 중요하다. 일찍 시작하라. 책을 사라. 강연에 가라. 실천하라. 그리고 작게 시작하라. 내가 5천 달러의 현금을 백만 달러의 자산으로 키워 매달 5천 달러의 현금 흐름을 만드는 데는 6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여러분도 배우고 공부할 것을 권유한다. 그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사실 그것은 일단 맛을 보면 쉽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언뜻 보면, '타성에 젖어버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주지 않는 '바른말'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에게 딴지를 거는 것은 가당치 않게 느껴진다. 


'제대로 배우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성공을 기다리지 못하고 실패의 중간에서 포기했기 때문에 누군가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배우고 계속 도전하라' 


는 말은 나를 고취시킨다. 하지만 실패가 실패자의 책임이고, 그들은 모두 겁쟁이일 뿐일까라는 생각에 미치면 환상을 걷어낸 현실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


자본가 혹은 자산. 그것이 선이자 지혜가 된다. 직업과 노동은 자본가를 위한 수동적인 수단으로 여겨진다. 자본에 대해 배우지 못했기에 '고통받는 삶'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친 직업과 노동에 고통받기에 이런 메시지가 강력한 통찰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자본만이 존재하는 사상 아래 책 속 세상이 철저하게 재단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렴풋이 모두가 자본가가 될 수 없으며, 자본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움튼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통찰을 구하고 싶다. 다만 지금의 나는 그 생각과 통찰을 '이렇다' 하고 내놓을 재주가 없다. 


자본에 대해서, 또 자본이라는 이념 밖의 직업의 가치, 사람 냄새 풍기는 삶에 대해서. 그리고 철저한 실패와 결국 실패로 끝나는 비극에 대해서.


그것들에 대해 탐독하고 성찰하는 것이 이 책의 다음 발걸음이 될 것 같다. 그렇게 희극과 비극 사이를, 환상과 현실 사이를 더듬으며 보다 현실적인 통찰을 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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