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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휴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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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Feb 06. 2020

휴학을 결심한 이유

(생각#1)  조금 다른 질문 하나.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질문 :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내게는 '어디에 취직할 거니? (번외 편- 문과니 이과니?)' 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그 이유는 수단이 아닌 목적을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목적을 잊은 채 수단만을 맹목적으로 쫓아왔는가. 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살았던 것도, 좋은(=겉모습으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생계를 이어가는 것만이 삶의 목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네 삶의 목적이 뭔데?'라고 물을 때,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간편한 질문과 대답을 품고 사는 건 불안한 마음을 '잠시' 잠재워주겠지만, 마음이 게으르고 두려워한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고민과 불안은 인생의 기본값이 아닐까? (출처 : 웹문서 갈무리. 그리고 에비츄)


지금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생각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과 여러 이유를 거쳐왔지만 그 얘기는 다음에 언젠가 하기로,,)


그러나 삶의 목적만을 묻는 것도 조금 애매하다.

목적은 방향성을 가진다. 미래에 대한, 적어도 미래지향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현재에 살지 못하고 미래를 꿈꾸며 사는 것도 슬픈 일이다.

그래서 그것을 좀 더 현재로 끌고 오기 위해 내게 필요한 질문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이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휴학을 결심했다. 

내게는 학교나 직장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직접 배우기 위한 시간이다.  





<설날 비하인드>


내가 뜬구름 잡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노라 하면 가끔 듣게 될, 평균의 삶(뭐, 칼 졸업-공무원 혹은 대기업 취직)을 신봉하는 전투적 오지라퍼들의 "그래서 네가 하려는 게 뭔데?"라는 질문에 대비한 간단명료한 대답을 아직 준비해놓지 못했다.


출처 :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 네온비


그저 부모님께 휴학 허락을 맡으면서, 전화로 (그 당시 복무 중이었다) '나 스스로 경제력을 갖추고 싶고 그런 공부와 준비를 하고 싶다'는 얘기와 사업 공부에 대한 얘기를 조금 했는데,,


웬걸, 설날에 친척들이 (나는 아직 휴학 얘기도 안 꺼냈는데) 나더러 '휴학하고 사업 준비한다며? 어떤 사업인데?'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아빠 무슨 얘길 하신 거예요 ㅋㅋㅋ ㅠㅠ)


그냥 '나중에 창업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어디 가서 1인분 할 실력 쌓으려고 한다'라고 얼버무렸따. 껄껄.


사업 준비가 정말 정말 큰 의미에서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아직 구체화하기엔 내게 시기상조인 일이다. 공기업도 참 좋은 것 같어.



쨌든 휴학이라는 제도 덕분에, '백지수표'에 해당하는 시간 1년을 낼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학생'과 '휴학'이라는 명분이 온갖 오지랖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동안,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시간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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