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소 풍월 10년, 암에 걸렸다.

후기

by 문정


글을 마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후기를 쓰려고 다시 읽어보니 글을 쓰던 시절이 스쳐갔습니다.

'좆소 10년'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여러번 물었습니다.


겨우 갑상선암 가지고 이렇게 청승을 떨 일인가 싶어서요.

스무번 쯤 스스로한테 물어본 것 같은데, 스무번 다 그렇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착한 암이고, 예후가 좋은 암도 맞습니다.

요즘은 보험사에서 암으로 취급도 안해주더라구요.


그래도 암은 암이라, 발견하고 진단 받고 퇴사하고 또 수술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혼자 이겨내자고 많이 다짐했는데 전혀 그러지 못햇습니다.

주변의가족들 친구들에게 참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았네요.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많은 마음을 받아서 이제야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새 이름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망나니처럼 지내보려고 했는데 그 것은 불발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성실한 인간이더라구요.


여전히 취직은 안 했습니다만, 면접을 거의 매주 보고 있습니다.

아직 꼭 맞는 회사를 찾지는 못했지만, 어떤 일을 하든 다시 어디로 돌아가든 이 전과는 다르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저의 좆소시절은 스스로를 비난하고 가진 것에 시원찮다 악을 쓰기 바빴어요.

그래서 그렇게 유난히 힘들어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때로 좋음과 나쁨 사이가 아니라

나쁨과 더 나쁨 사이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언제나 내가 고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

이 것이 제가 갑상선암에서 배운 것 입니다.



벌써 수술한 지 6개월이 지나, 첫번째 정기검진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번 약을 바르는 순간이 아니면 제가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건강합니다.


다행히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라 지금까지는 약을 먹지 않았고

피곤함이나 체력적인 부분도 수술 전에 비해 대단히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이 모든 순간이, 갑성산암 환자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결과임을 알고 있습니다.

수술 직 후 입원생활에서부터 외과, 내분비내과 진료를 받을 때마다 교수님들께 아주 많이 칭찬 받았거든요.


갑상선암 수술을 결정하고 회사로 돌아가던 날 허공에 벚꽃잎이 하얗게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창 밖에는 눈송이가 날리네요.

건강히 살아서 찬바람 부는 겨울 날씨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오늘도 가볍게 나는 듯이 지내 보겠습니다.


읽어주신 당신들의 평화를 빌며,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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