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세세한, 일본스러운 행정 시스템
아이가 태어나고 구약소(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면 어린이 가정과(こども家庭科)라는 부서 담당자와 상담을 하게 된다. 이때, 아동수당과 어린이 의료증 등을 발급받기 위한 행정 절차와 더불어 구약소에서 총 2번, 가정 방문을 한다는 안내를 받게 된다.
하나는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こんにちは、赤ちゃん訪問/안녕 아가야 방문)이라는, 방문 담당자가 현관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넘겨주고 아이는 잘 크는지 엄마의 기분은 어떤지 간단히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방문이고, 둘째로는 어린이 가정과의 지역 담당자가 집에 방문해서 아이의 양육 환경과 육아 현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묻고 살피는 방문이다. 지역마다 형태나 이름이 다를 수는 있으니 첫 번째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은 대체로 모든 지자체에서 행하고 있는 듯했다.
나 역시도 총 2번의 가정 방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꽤 세세한 정보는 물론 외국인 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가정을 배려한 지원 안내까지 받을 수 있어 꽤 만족스러웠다.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에서는 아이 없이 나만 현관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때 요코하마시에서는 선물로 아기 장난감을 준다. 그냥 심플한 빨간 딸랑이라 솔직히 처음 받았을 땐 속으로 ‘도쿄는 아기용품 살 수 있는 10만 엔 포인트 준다던데…’ 했는데, 기묘하게도 아이가 좋아해서 요즘 아이가 가장 잘 갖고 노는 장난감이 되었다.
현관 앞에서 자료만 받는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과는 달리, 어린이 가정과 담당 공무원의 방문은 꽤 오래, 세세한 영역까지 체크하려는 목적이 보였다. 우선 사전에 방문 날짜와 시간을 잡았는데, 원한다면 아기의 체중을 잴 수 있도록 아기 체중계도 들고 와준다고.
나는 체중을 재길 원해서 담당자가 방문 후 제일 먼저 아기 체중을 쟀는데, 기저귀만 입혀서 재면서 혹시 아기가 학대를 당하진 않는지, 몸에 문제는 없는지 체크하는 것 같았다. 그 후에는 양육 환경을 보면서 산모인 나의 심신 상태를 심도 있게 물었다. 대략 30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에서 참가할 수 있는 아기 동반 이벤트와 구청에서 하는 4개월 검진에 대해서도 안내받았다.
두 번의 방문에 대한 인상은 전반적으로 소소하고 세세하다는 것이었다. 뭔가 대단히 챙겨주는 것 같지도 않지만 뜯어보면 은근 세심한 배려가 담겨있는, 딱 일본스러운 느낌. 특히 내가 외국인이고 코로나 시국에 가족들이 일본으로 와줄 수도 없어서 육아를 도와주거나 상담할 상대가 없다는 점을 담당자는 매우 걱정했고, 그에 맞춰 정보와 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안내해줬다. 지역 이벤트엔 자기도 참석하니 꼭 와달라는 말도 덧붙이며. 나로서는 해외에서 덩그러니 혼자 육아를 하는 고군분투를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담당자의 권유를 받았으니 다음 달엔 지역 이벤트라도 나가볼까, 겁쟁이 초보 엄마는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