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본사는 투칸 Oct 20. 2023

장난감을 더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결핍은 부모가 먼저 배워야하는게 아닐지

장난감을 더 사지 않기로 결심하기까지 출산 후 20개월이 걸렸다. 그렇다, 이 20개월간은 정말 장난감을 오지게도 사다 모았고, 선물도 많이 받았고, 물려받기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제부턴 더 사지 않으려고 한다. 선물로 들어온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더이상 우리가 나서서 뭔가 사는 것은 정말 필요를 느꼈을 때를 제외하곤 없을 것이다.




요즘 결핍을 가르쳐야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장난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애초에 장난감 무덤을 만드는 범인은, 적어도 만 2세 이전의 영유아를 기르는 집에선 아이가 아닌 부모다.


이 월령에는 이 장난감이 국민 장난감이라던데

지역 놀이방에 갔더니 이걸 잘 가지고 놀던데

보육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저걸 잘 가지고 놀던데


등등의 이유로 신품이든 중고로든 하나 둘 사모으다보면 장난감 상자가 미어터지다 못해 무덤이 된다. 이걸 어떻게 아냐면, 우리집에도 저런 경위로 만들어진 장난감 무덤이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좁아터진 일본집에서 이 장난감 무덤을 이고지고 사는건 정말이지 스트레스다.

아이 놀이 공간을 정리하는 중. 장난감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이 많은 장난감 중 아이가 잘 갖고 노는건 손에 꼽는 몇 개 정도이다. 처음부터 잘 갖고 놀지 않았던 것은 묵혀뒀다 오랜만에 꺼내줘도 잠시간의 호기심으로 살펴보기만 할 뿐, 그 관심은 채 5분도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키즈카페나 지역 놀이방, 보육원에서 아이가 잘 갖고 놀았다고 해서, 그걸 집에서도 잘 갖고 논다는 보장은 없다. 원래 제일 재밌는 장난감은 처음 보는 장난감이다. 그걸 집이라는 공간으로 들고오는 순간 익숙하고 노잼인 장난감이 되어버린다.


이걸 깨닫기까지 20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결국엔 이 또한 겪어봐야 알게되는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장난감 정리를 계획중이다. 몬테소리 교육에 기반하여 정돈된 놀이 환경을 만드니 뭐니와 같은 거창한 이유는 없고, 단순히 집이 장난감으로 터져나갈것 같아서 더이상 참을 수가 없게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우선 물려받은 것 중 상태가 좋지 못한거나 아이의 맘에 들지 않은것은 과감히 버리기로 마음먹고 정리중이다. 우리가 새로 산 장난감 중 아이가 더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정리해서 중고로 팔거나 아이보다 좀 더 어린 월령 아기를 기르는 친구 집으로 물려주기로 했다.


귀찮은 정리 작업을 하며 나는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이 일련의 사태의 범인은 나다. 결핍을 배워야할것도 바로 나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간다고해도 아마 나는 또 장난감을 사모으지 싶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제부터라도 덜 사고 덜 버려야지.


결국 제일 재밌고 신나는건 산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 못 이루는 엄마 아빠들의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