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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빈 Jun 18. 2019

과일계의 하마, 아보카도

우리가 먹는 아보카도에 숨겨진 비밀 속으로.

청량한 하늘 아래 따스함을 느끼며 야외로 나가기 좋은 요즘. 어떤 사람은 한강 잔디밭에 돗자리를 펼치고 입맛에 맞는 샌드위치와 부드러운 라떼를 마실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맛집을 투어하며 인스타에 인증샷을 올릴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라떼는 바닐라 라떼일까요, 헤이즐넛 라떼일까요. 인스타의 팔로우는 몇일까요. 그리고 그들이 먹는 음식들은 무엇일까요. 요즘 유행하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당신의 상상에 아보카도가 들어있지는 않나요? 한강에서 먹는 샌드위치에 토마토, 양상추, 계란과 함께 어우러져 부드러움을 주는 아보카도. 모닝빵 위에 칠리소스 바비큐와 함께 올라가는 아보카도. 나무로 만든 보울 속 가득 담긴 양상추 위에 놓인 완숙 계란, 콘옥수수 그리고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중남미에서 재배되는 과일로,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이 어려운데요. 그래서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했던 과일입니다. 그러나 교통이 편리해지고 식품보관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남미에서 우리나라로 신선한 아보카도의 수입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트에서 쉽게 아보카도를 구입할 수 있고, 여러 음식에 활용해 섭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아보카도를 딱 한 번 먹어봤습니다. 그러나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그 후로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유투브, 인스타에서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요. 그래서 아보카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고, 과제 주제로 아보카도를 선택했습니다.



아보카도는 적은 양에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 적은 당분을 가져 피부건강에 좋고, ‘숲의 버터’, ‘녹색 황금’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나트륨·저칼륨 식습관이 있는데, 아보카도는 칼륨이 풍부하고 나트륨 함량이 낮아 칼륨·나트륨 함량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보카도 속 카로티노이트는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성분입니다. 또한 아보카도는 지방 함량이 높지만 거의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처럼 아보카도는 눈길을 끄는 색감에 혀를 사로잡는 맛(저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지만...) 뿐만 아니라 풍부한 영양소로 건강에도 좋은 과일입니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게 세상이치! 아보카도도 이러한 세상이치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아보카도는 재배하고 배송되기까지 환경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아보카도가 환경에 끼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Problem_1 “물 먹는 하마    


아보카도는 재배되는데 엄청난 물의 양을 소모합니다. 구체적으로, 아보카도 열매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320L의 물이 필요합니다. 즉 아보카도 3개를 생산하는 데는 물 1000L가량이 필요 하다는 얘긴데 인간의 하루 평균 수분 섭취량이 1.5L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양이 물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왜 아보카도는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을 소모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보카도의 구조 때문입니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토양에서 수분과 영양소를 얻어서 생장합니다. 가끔 줄기만큼 긴 뿌리를 가진 식물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러나 아보카도 나무는 뿌리가 크게 자라지 않고 뿌리털이 아주 적어 다른 작물에 비해 토양 내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항상 토양 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분이 유지되어야 자랄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아보카도 재배에 많은 양의 물이 소모됩니다.   

  

이런 문제는 이미 중남미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페토르카 지역 한 수자원관리당국 책임자는 2018년 3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민들이 급수 트럭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 동안 (아보카도) 농장에 많은 물이 흘러들고 저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아보카도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중남미에서 큰 수입원이 되자 아보카도 재배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칠레 페토르카 지역의 아보카도 재배 면적은 1990년대 20㎢에서 최근 약 160㎢로 8배나 확장됐고, 2001~2010년 멕시코의 미초아칸주의 아보카도 생산량은 3배 증가했습니다.     


Problem_2 “숲 먹는 하마    


여기서 드는 생각, 아보카도 재배 면적은 어떻게 넓어졌을까요? 칠레의 농작지가 넓었을까요? 멕시코가 농사짓기 좋은 땅을 많이 아껴뒀을까요?    


사실 아보카도 농작지는 산림 파괴의 결과물입니다. 기존에 있던 나무들을 베어내고 아보카도 나무를 심는 것인데요. 미초아칸주(멕시코 아보카도의 80%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지)에서는 매년 여의도 면적 50배가 넘는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숲이 사라지고 새로운 나무가 심어지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존의 나무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여러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흙의 조성이 바뀌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 예로 미초아칸주의 ‘모나코왕나비’를 들 수 있습니다. 미초아칸주는 모나코왕나비가 겨울잠을 자는 곳인데요. 매년 가을 모나코왕나비들은 북아메리카에 살다가 추위가 시작되면 떼를 지어 긴 거리를 날아 멕시코 숲으로 이동해 옵니다. 그리고 나비들은 이곳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면 다시 북아메리카 서식지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미초아칸주에서 아보카도 재배를 위해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산림 파괴로 모나코왕나비들의 겨울집이 사라져가고 있고, 이것은 모나코왕나비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고, 농약·화학비료 등의 영향으로 토양 오염도 심각한 문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Problem_3 “탄소 트름하는 하마    


아보카도는 재배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게 다가 아닙니다. 중남미에서 세계 곳곳으로 운반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데요. 아보카도 수입국은 한국, 미국, 뉴질랜드 등 한 대륙에 한정되지 않아 높은 탄소 발자국을 자랑합니다.


여기서 셀프퀴즈! “탄소 발자국”이 무엇일까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데요. 원료채취에서부터 생산ㆍ유통ㆍ사용ㆍ폐기 등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한 값입니다. 즉 탄소 발자국 수치가 클수록 식재료가 먼 거리를 이동하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보카도는 재배에서 수입국까지 수송하는데 이용되는 항공기나 선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일으킵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아보카도 2개가 생산, 유통되어 우리가 먹게 될 때 까지 846.3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바나나 1kg 탄소 발자국 수치의 두 배에 가까운 양으로, 같은 수입 과일인 바나나와 비교해 봐도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



아보카도는 부드러운 식감,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 호감을 부르는 맛과 풍부한 영양소로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과일계의 ‘인스타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아보카도는 재배와 운반 과정에서 환경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보카도 이면의 문제들을 잘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이라면, 앞으로 아보카도 생각이 날 때 환경이 받는 고통을 함께 생각하고 ‘윤리적 소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Written by 조영빈



[Reference]

TV 조선 ‘내몸 사용 설명서’

위키백과 ‘푸드 마일리지’

매일경제, “아보카도 인기에 멕시코 산림 '신음'…돈 되자 앞다퉈 농지 개간”, 2016-11-02

서울경제, “'인스타스타' 아보카도…"그런데 말입니다"”, 2918-3-27

KBS 뉴스, “물 부족 시달리는 칠레 주민들, 원인은 아보카도?”, 2018-30-30

동아사이언스, “‘인스타 스타’ 아보카도, 알고보면 환경파괴 주범”,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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