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변동은 지진을 통해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탑항공.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간에는 '항공권구매는 탑항공'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던 때가 있었다. 곰곰생각해봐도 내가 여기를 통해서 항공권구매를 해봤는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항공권구매는 탑항공'이 여전히 머리 한구석에 남아있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압도적이었던것 같다.
1982년에 설립하여 화려한 시절을 보낸 탑항공이 40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탑항공의 재무성과에 대해서는 이렇게 잘 정리해주신 글도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https://news.v.daum.net/v/20181009150301664
이러저러한 분석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 크게 와닿은 것은 "결국 시장이다"라는 것이다.
서비스를 잘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서비스도 결국 사용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 사용자반응이나 시장조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만큼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거시적인 시장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다. 서비스에 매몰되어 사용자와 시장을 보게 되면, 결국 그 서비스의 기능을 하나하나 조금씩 개선하고 개편하면서 시장에 대응을 하게 마련이다. short term으로 시장을 읽으려 하면 근본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읽을 수 없다. 소위 '대세'가 될 거대한 변화일수록 long term적 시작으로 보아야 읽힌다.
서비스나 제품을 근사하게 잘 만드는 사이에 시장이 이미 근본적으로 변화해버렸다면, 그건 그냥 한물간 멋진 서비스/제품에 불과해 버린다. 시장을 미리 읽어내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치명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분기마다, 적어도 반기마다 우리 사업이 속한 시장을 거시적/전방위적으로 살펴야 한다. 거대한 지각변동은 지진을 통해서도 일어나지만,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정신차려보니 혼자 대륙에서 떨어져나와 섬이 되어있지나 않을지 살피고, 고민하고, 공부해야 겠다.